에릭슨의 한국 투자 규모와 성격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상당히 긴 시간을 두고 투자가 진행되고 한국이 에릭슨의 편의를 봐주는 몇 가지 조건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가 구체화되면서 와이브로 종주국인 우리의 고민은 역으로 깊어간다. 에릭슨은 와이브로와 대결 구도에 있는 LTE 진영을 선도하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에릭슨을 키우는 스웨덴은 이르면 올해 말부터 LTE 서비스를 본격화하는 등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우리는 와이브로 종주국이긴 하지만 LTE를 복수 표준으로 검토하는 쪽이다. 더욱이 현재로서는 세계 시장의 70∼80%가 LTE를 채택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인 상황인만큼 우리도 장비·단말기 등의 세계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LTE 기술 기반이 필요하다. CDMA 종주국인 한국이 GSM에서도 수출로 막대한 외화벌이를 하는 상황이 이를 잘 보여준다.
하지만 에릭슨의 한국 진출을 바라볼 ‘세계의 눈’을 의식하면 께름칙함은 쉽게 떨쳐버리기 어렵다. ‘봐라, 와이브로를 주창하는 한국조차 LTE로 돌아서려 하지 않았느냐’라는 매우 상징적인 선전 효과를 에릭슨이 그냥 묻어두지는 않을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와이브로를 채택하려는 일부 국가의 ‘결정’에 영향을 줄 것이 확실하다. 와이브로에 비해 3년 정도 서비스가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LTE 진영으로선 시간을 벌 수 있는 빌미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우리는 두 가지만은 끝까지 챙겨야 한다. 그 하나는 에릭슨의 투자가 한국 와이브로 서비스의 ‘의심’으로 번져 세계 ‘와이브로 vs LTE’ 동향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에릭슨이 한국 투자 선언으로 ‘LTE 홍보효과’와 ‘LTE 주파수 할당 재촉 효과’ 등을 얻기만 하고, 거론되는 조 단위 투자가 용두사미로 끝나선 안 된다는 점이다. 과거 국내에 들어온 외국기업 R&D센터 중 상당수가 그랬던 것처럼….
정보미디어부=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