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경기도지사가 ‘u경기’ 구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말 ‘u경기 비전’ 선포식을 거행한 데 이어 9일에는 이를 구현할 u경기 포럼 창립식을 갖는다.
김 지사는 기술관련 자격증을 무려 7개나 갖고 있다. 열관리 기능사 2급, 원동기 취급 기능사 1급, 전기기계 기능사 2급, 위험물 취급기능사 1·2급, 환경기사 2급, 전기안전기사 2급 등이다. 서울대를 중퇴하고 공장생활할 때 ‘먹고살기 위해’ 딴 것들이다. 기술 분야에서 이 정도 자격증을 보유한 사람은 드물다.
지난 2일 경기도청 앞에 있는 도지사 공관에서 마주 앉은 그는 “지금도 서툴지만 보일러를 수리할 수 있다”며 웃었다. 일 욕심이 많아 시도 때도 없이 실국장들을 공관으로 불러들인다는 그는 이제 “IT와 과학기술 도지사가 되겠다”며 IT 및 과학기술 비전을 들려줬다.
우선 최근 착공한 경인아라뱃길(경인운하)에 어떻게 IT를 접목할지 궁금했다.
김 지사는 “환경, 재난관리, 물류 같은 SOC 분야에 IT를 접목하면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면서 “경인아라뱃길 사업을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세계 최초의 유비쿼터스 운하가 되도록 하겠다”고 대답했다.
없는 게 없어 ‘리틀 코리아’로 불리는 경기도는 특히 강과 산, 물이 많다. 이 때문에 김 지사는 어딜 가든 “학식이 높고 강산이 좋은 경기도가 두바이보다 못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한다. 이런 자연환경에 유비쿼터스 기술을 접목하면 어떨까.
김 지사는 “사업 우선 순위를 정해 경기도의 강, 산 등 자연환경에 IT를 접목하고 있다”면서 “특히 전국의 22%에 달하는 화훼농가가 경기도에 있는 것을 감안해 u화훼 시스템을 구축, 인건비 절감과 농가 삶의 질 향상에 나서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지사는 KT 등에서 실무를 쌓은 정보화 전문가인 양재수 전 광운대 교수를 정보화보좌관으로 영입하고 지난 2007년 5월 경기도 장기 정보화 마스터플랜인 ‘u경기 5개년 정보화 전략’을 마련, 실행했다. 2년이 지난 지금 어느 정도 진척이 있는지 궁금했다. “도내 31개 시군 정보화 지원과 u코리아, 나아가 동북아 허브 기능을 담당하는 ‘u경기 비전’을 작년 11월 선포한 데 이어 15개 중점 정보화 과제를 선정, 추진하고 있다”면서 “9일 열리는 u경기포럼 창립식도 이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동북아 최고 정보시스템 구현뿐 아니라 IT로 도민에게 쾌적한 삶을 제공하겠다는 ‘u경기 5개년 정보화 전략’은 ‘참여·개방·공유’라는 3대 전략 아래 정보격차 없는 따뜻한 디지털 세상과 IT 기반의 쾌적하고 치안이 잘되는 경기도 구현을 제시하고 있다.
앞으로 중점을 둘 정보화 사업은 무엇이 있는지 물어봤다. 대답이 명쾌하다.
“그동안 경기도의 정보화 밑그림을 그려왔다면, 앞으로 2년은 u경기 정보화를 도내에 확산하는 데 힘쓰겠습니다. u경기 포럼 창립을 시작으로 산학연이 함께 도내 경제·사회·문화·교육 등 각 분야의 유비쿼터스 인식을 제고하고, 또 관련 산업 발전을 위해 국내외 세미나와 전시회도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다른 지자체에 비해 경기도가 내세울 수 있는 정보화사업이 무엇일까.
그는 “경기도는 전국 인구의 22.8%나 거주하고 있고 면적도 서울보다 16.8배나 넓어 동일한 IT사업을 전개하더라도 예산이 훨씬 많이 들어가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최근 국내 최초로 선보인 한국판 구글어스인 항공사진 영상 DB서비스 같은 것을 계속 발굴, IT를 활용한 도민 서비스 향상에 적극 나서겠다”고 맞받아친다.
화제를 기업으로 돌렸다. 도지사 중 유일하게 택시 기사 체험에 나서는 등 현장의 목소리를 강조하는 그는 벤처기업과 중소기업 육성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21세기 국가 생존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벤처기업과 기술력에 달려 있다”면서 “원스톱 창업 지원 등 다양한 벤처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전국 1만7514개의 벤처기업 중 약 30%(5186개)가 경기도에 몰려 있다.
김 지사는 “전국 최대 벤처기업 보유 지자체로 자금, 판로, 기술, 입지 등 창업에 필요한 모든 것을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도내 과학 관련 기관장과 두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다. 또 지난해 8월에는 지자체 중 최초로 지역특성에 맞는 연구개발(R&D) 추진을 위해 경기과학기술센터를 개원했다. 센터는 처음에 의회에서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출범이 불투명했으나 김 지사의 뚝심으로 밀어붙였다. 이유는 경기도의 과학 비전 때문이었다.
“경기도는 광교테크노밸리, 판교테크노밸리 같은 과학 및 IT 인프라 조성에 그동안 많은 예산을 투입했습니다. 우리 경쟁상대는 대덕이 아니라 실리콘밸리며, 중앙정부와 협력을 강화해 경기도를 국내 과학기술 발전의 핵심지역으로 만들겠습니다.”
어느덧 초임 도지사 생활도 3년째다. 여론 조사에서 늘 차기 경기도지사 1위를 차지하는 그는 조만간 도지사 재출마를 포함해 거취를 밝힐 계획이다. 도지사 레이스 중 5분의 3을 달려온 그는 경기도 발전을 위해 남은 임기 동안 무엇을 하고 싶을까. 그는 “우선 경제 위기로 어려움에 처한 도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싶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와 융합산업, 그리고 해양·항공레저산업 및 의료관광산업 같은 신성장동력산업 육성에도 적극 나서겠다”며 마무리했다.
수원=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
사진=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