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과학자 1호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신희섭 박사의 정년이 65세로 연장됐다. 정부가 국가과학자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방안을 확정한 가운데 이뤄진 첫 사례로 향후 출연연 우수연구원들의 정년 연장 시도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8일 교육과학기술부는 기초기술연구회와 KIST 정관을 개정, 신희섭 박사의 정년을 기존 61세에서 65세로 연장했다고 밝혔다. 1999년 출연연 연구원 정년이 61세로 단축된 이후 첫 연장 사례다.
현재 60세로 정년을 1년 앞둔 신 박사는 여전히 뇌과학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활동을 펼치고 있다. 신 박사는 ‘유전학을 이용한 칼슘이온 통로의 기능연구’ ‘T-타입 칼슘이온 통로’ 등의 연구로 뇌연구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성과를 인정받았으며, 지난 2006년에는 제1호 국가과학자로 선발됐다. 신 박사가 정년을 앞두자 주요 대학들이 나서 신 박사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그간 우리나라 정부출연연 연구원들은 안정적 생활과 지속적인 연구활동을 위해 65세까지 정년이 보장되는 대학 교수로 이직하는 사례가 많아 과학기술계의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244명이 기초기술연구회 소관 출연연을 떠났고, 이 중 40%가 대학으로 이직했다. 최근 태양전지 관련 분야에서 세계적인 성과를 잇달아 발표한 박남규 KIST 박사도 이달에 성균관대로 자리를 옮겼다.
기초기술연구회는 신희섭 박사의 정년 연장을 계기로 출연연 연구자들의 사기를 높이고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연구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출연연 연구원 정년 연장 방안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과학기술계는 1999년 61세로 단축됐던 정년을 일괄적으로 늘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법 개정 등 복잡한 절차가 있어 우수 연구성과를 내는 연구원부터 우선적으로 정년을 연장하는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기초기술연구회 관계자는 “국가과학자는 나오기 힘든 것이니 수혜 범위를 확대할 것”이라며 “이달 말 또는 내달 초까지 연구성과가 훌륭한 연구원부터 정년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검토하고 있는 방안은 △과학기술 훈·포장 수상자 △최근 5∼10년 사이에 NSC(네이처·사이언스·셀)에 논문 3편 이상 게재한 자 △연구회 차원에서 최우수 연구자 지정 등으로 알려졌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