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현상의 골프세상] 우중 골프

[묵현상의 골프세상] 우중 골프

 장마철이라서 그런지 비가 자주 내리는 요즘이다. 특히 주말이면 많은 비가 내리곤 하기 때문에 주말 골퍼들은 우중 플레이를 해야 할지 말지를 놓고 고민에 빠진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평소 원한(?) 관계가 있는 선수들과의 우중 플레이는 환영하는 편이다. 동반 플레이어들이 물에 잠긴 페어웨이, 젖은 벙커에서 허덕댈 때 대승하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은 비가 오는 날의 플레이 철칙 몇 가지를 소개한다. 우중 골프에서는 사전 준비가 제일 중요하다. 방수 우의를 상하 한 벌로 갖춘다. 특히 비옷 바지를 꼭 입어야만 한다. 비옷 바지 속에는 반바지를 입어야 덥지 않다. 사전에 반바지를 우의 주머니에 같이 챙겨둔다. 새 양말 네 켤레를 골프백에 넣어 두었다가 그늘집에 들를 때마다 갈아 신는다. 아무리 방수가 잘되는 골프화라도 9홀이 지나면 발목 쪽으로 물기가 새어들어 오기 때문에 신발 속이 질척거릴 수밖에 없다. 9홀 끝나고 골프화를 새 것으로 갈아 신으면 더 좋다. 골프 장갑은 진짜 가죽이 아닌 인조가죽으로 된 것을 여섯 장 준비해 두었다가 세 홀 마다 새 장갑으로 갈아 낀다. 골프 모자는 방수가 되는 것을 미리 준비해 놓아야 한다. 이렇게 하면 사전 준비는 완벽하다.(비옷 상하 한 벌, 반바지, 골프화 두 켤레, 양말 네 켤레, 인조가죽 골프 장갑 여섯 장, 방수 골프 모자)

 비가 오는 날에는 공기 중의 습도가 높아서 평소의 비거리가 나지 않는다. 대개 한 클럽 정도 짧아진다고 보면 된다. 게다가 페어웨이나 그린에 떨어져도 구르지 않기 때문에 5m 정도 짧다. 따라서 아이언 샷을 할 때 최소 한 클럽, 대개 두 클럽을 더 잡아야만 평소의 거리가 나온다. 비에 젖은 그린은 평소 거리의 70%밖에 구르지 않는다. 비에 젖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린을 깎지 못하기 때문에 더 그렇다. 게다가 큰 브레이크는 먹지 않는 대신 홀 근처의 작은 브레이크는 심하게 먹는다. 공이 구르는 속도가 홀 근처에서 급격하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때 투볼 스타일의 퍼터보다는 일자형 퍼터가 더 좋은 결과를 가져다준다. 그 이유는 일자형 퍼터의 중심심도가 투볼 스타일 퍼터보다 얕기 때문에 굴러가는 거리보다 미끄러지는 거리가 길어져서 거리가 더 나기 때문이다.

 젖은 페어웨이에서는 뒤땅을 치기 쉽다. 특히 우드 샷이 그렇다. 평소에 약간 뒤땅을 치는 기분으로 미끄러져 들어가 볼을 때리는 우드 샷은 비에 젖은 페어웨이와는 상극이다. 비 오는 날에는 우드 샷을 하지 않는 편이 스코어를 지키는 지름길이다. 아이언 샷도 비슷하다. 평소 아이언 샷을 찍어 치는 골퍼(90%의 골퍼가 아이언 샷을 찍어 친다)들은 젖은 페어웨이에서 제대로 샷을 때려낼 수 없다. 7번 아이언으로 100m 보내면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젖은 페어웨이에서는 아이언을 짧게 잡고 토핑을 하는 기분으로 볼만 걷어내는 샷을 구사할 수 있어야 스코어를 지켜낼 수 있다. 이런 기본을 알고 있으면 비 오는 날에도 평소 스코어와 큰 차이 없이 플레이할 수 있다. 프로 선수들의 비 오는 날 스코어가 평소와 큰 차이가 없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