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추진 중인 범정부 엔터프라이즈아키텍처(EA)는 가능한 최소한의 차원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현재 각 조직의 특성을 고려해 진행 중인 부처별 EA를 기반으로 범정부 EA가 마련돼야 합니다.”
지난 1976년부터 정부부처 및 공공기관에서 정보화를 담당해 온 강재화 국토해양부 정보화통계담당관은 “현재 추진 중인 범정부 EA는 최소한의 범위에서 범국가 차원의 기본 계획에 따라 부처간의 정보화에 대해 논의하고, 중복투자가 있는지 등에 대해서만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너무 지나치게 부처의 정보화에 개입한다면, 당초 취지를 살릴 수 없을 것이라는 견해다.
강 담당관은 정부부처 정보화는 물론 EA분야의 전문가다. ‘조직의 ITA·EA 기능이 IT거버넌스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옛 해양수산부 정보화담당관 시절 시스템 기획부터, 구축, 활용, 유지보수까지 효율적인 환류 형태를 갖출 수 있도록 EA체계를 마련하기도 했다. 지금은 국토부 전반에 대한 EA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강 담당관은 부처의 정보화 예산 수립에 대해서도 “해당 부처와 예산 당국이 보다 주도적으로 고민해야 할 사항”이라며 “범정부차원에서 중복투자나 누락된 투자에 대해 조정을 할 수는 있지만, 지나치게 세세한 부분까지 부처의 예산을 조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즉, 예산수립과 기획은 각 부처에서 하고, 향후 출범할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등 범정부는 부처간의 조정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8월 출범할 예정인 대통령실 산하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는 EA기반으로 제시한 각 부처 정보화예산을 심의한 뒤 기획재정부에게 예산을 요청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기획재정부는 이를 고려해 각 부처별 예산을 수립하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국토부도 산하기관인 공사 정보화에 대해 많은 개입은 안한다는 입장이다. 강 담당관은 “공사나 공단도 국가 EA법에 따라 범정부의 모델 등 표준화를 적용하고 있다”며 “굳이 국토부가 나서서 공사나 공단의 정보화 사업에 세세하게 개입할 필요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강 담당관은 “그러나 국토부 산하기관들은 수자원, 철도, 항공, 토지, 국토 등 국가 주요 전략시설을 담당하고 있어 시스템간의 연계 및 데이터 공유 등이 추진돼야 한다”며 “이로 인해 상호운용성과 중복투자 등에 대해서는 조율하는 역할은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국토부는 각 산하기관간의 상호운용성을 위한 EA체계가 완료되면 프레임워크, 표준, 참조모델 등만을 제시해주고 공사들은 각 기관에 맞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현재 EA 수립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국토부는 앞서 옛 건설교통부와 해양수산부가 통합, 초대형 부처로 출범했기 때문에 아직 EA체계가 명확하게 마련되지 못한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각종 사업과 기술검토가 이뤄지다 보니, 일부 사업에서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토부가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선 것이다.
“그동안 다소 문제가 있었던 IT기획, 예산, 사업추진, 관리, 평가, 활용 등에 있어 체계를 잡아나기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사업을 추가로 확대할 것인지를 검토하고 추가 예산을 배정할지 등을 결정하는 정보화 추진에 있어 환류형태를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이 체계는 완성 단계에 있으며 내년 사업계획부터 적용이 이뤄지게 된다.
산하기관에 대한 정보화에 자율성을 많이 부여하고 있는 국토부지만, 통합으로 추진하고 있는 대형 프로젝트가 하나 있다. 국토부는 총 22개 산하기관 등을 대상으로 통합 재해복구(DR)센터를 추진할 계획이다. 컨설팅이 진행돼야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될 예정이지만 향후 통합 DR센터가 구축되면 국가 주요기관의 IT시스템임에도 불구하고, 비용부담으로 인해 DR체계를 마련하지 못한 공사들의 DR체계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 프로젝트는 컨설팅을 위해 사업자 선정이 진행 중이다.
강 담당관은 “산하기관 통합 DR센터 구축 프로젝트는 공동구축으로 인해 산하기관의 비용을 절감해보자는 취지가 강하다”며 “국토부가 공사의 통합 IT전략을 마련한다는 확대해석은 경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공사들이 모두 동의를 해야 통합 DR센터가 구축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실제 센터 마련은 상당 시일이 지난 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통합 DR센터가 구축된다면 수천억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될 전망이다.
국토부는 산하기관 CIO를 대상으로 수시로 협의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정기적으로 봄, 가을 연 2회 워크숍도 개최한다. 최근에는 국토부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사이버안전센터에 대한 논의가 핵심 사항이다. 사이버안전센터는 작년부터 옛 건교부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본격적으로 관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올해는 옛 해수부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보안관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올해 말이면 관제 서비스 확대가 완료된다. 지난 5월 워크숍에서는 정보시스템 보안과 사이버 안전센터 운영 및 재해복구센터를 주제로 다뤘다.
강 담당관은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해서도 IT사업이 많이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명이다. 강 담당관은 “4대강 살리기에는 유비쿼터스 신기술 등 IT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돼야 한다”며 “정부도 이를 고려해 4대강 살리기에 IT사업을 많이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실제 강 담담관은 아직은 논란이 있긴 하지만, 4대강 사업에 IT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정보화진흥원과 함께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연간 IT예산이 1400억원이고, 현재 운영 중인 시스템이 130여개인 초대형 정부부처인 국토해양부는 정보화통계담당관실에 총 12명의 IT인력이 브레인 역할을 하고 있다.
강재화 국토해양부 정보화통계담당관은
1958년생으로 동국대 전자사계산학과, 동국대 산업대학원 석사를 거쳐 국민대에서 경영정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6년 서울지방철도청에서 첫 공직을 시작한 강 담당관은 이후 해운항망청, 인천지방해양청을 거쳐 1999년부터 해양수산부 정보화팀장으로 근무했다. 2008년부터 국토해양부 정보화통계담담관을 맡고 있다. 현재 공공부문발주자협의회 회장, 한국IT서비스학회 전문위원, 행정안전부 등 정보화추진 및 EA자문위원, 정부정보화협의회 부회장, 건국대학교 정보통신대학원 겸임교수 등도 겸직하고 있다.
신혜권기자 hk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