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 Innovation Leader-황선채 글로비스 정보기술실장

 글로비스 황선채 정보기술실장(이사)은 업무의 투명성 강화를 통한 프로세스 혁신이 최대 관심사다. 전산학 박사학위를 소유한 IT 전문가이지만 IT 기술 자체보다 프로세스 혁신에 대한 열정이 더 높다. 그룹 계열사에서 경력을 쌓아오다 그룹내에서 프로세스가 매우 중요한 기업으로 꼽히는 글로비스로 전격 발령이 난 이유이기도 하다.

 글로비스 정보기술실장으로 부임 이후 IT 혁신의 후일담을 물으니 황 실장은 멋쩍은 웃음부터 짓는다. “어쩌면 나는 이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죠.”

 사실 전산실에 하루도 근무해 본 적 없는 황 실장은 IT부서인 정보기술실 임원으로 내정된 후 내심 걱정부터 앞섰다. 그러나 오토에버시스템즈에서 프로세스 혁신 전문가로 통했던 경험을 살려 최종 사용자의 프로세스를 최적화하기 위한 IT 혁신 방안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IT에 매몰되지 않고 사용자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살아있는 IT조직을 만들기로 했다.

 ◇실패에서 성공을 배워라=황 실장은 글로비스로 온 직후 IT프로젝트를 관리하는 방식부터 바꿨다. IT시스템 개발은 ‘사용하기 쉽도록’, 프로젝트 과정은 ‘모두가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IT시스템 관리자가 아닌 사용자의 관점에서 정보기술실의 역할을 재정립하고자 했다.

 모든 IT시스템의 개발에 있어 사용자 중심의 유저인터페이스(UI)가 가장 중시됐다. 그룹웨어를 통해 누구든 메일을 검색하듯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사용자가 필요한 몇 가지 기능들을 가능한 한 화면에 모아 한 두 번의 클릭으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주력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투명성을 강화했다는 것이다. 부임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해 1월부터 현재 사용 중인 24개의 IT 시스템에 대한 현업의 요청사항과 IT부서의 대응에 대한 모든 진척도를 전 직원이 공유하도록 했다. 유럽 5개, 미국 4개를 포함한 전 세계 12개 법인의 IT시스템의 현황이 전 직원에게 공유되고 이슈도 실시간 관리된다. 경영정보시스템을 구축해 CEO의 지시사항과 임원들의 보고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도록 한 것도 중요한 성과다. 지시한 사람도 잊어버리거나, 제시된 일정에 중요 보고가 누락되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한 것이다. CEO의 지시를 비롯한 모든 임원의 보고사항이 투명하게 공개되니 회의의 실행력도 높아졌다.

 특히 IT프로젝트의 돌출 문제를 시스템 상에서 전 직원과 공유하며 실패를 공론화하고 있다는 점은 용기 있는 투명화 정책이다. 각 시스템 변경 요청 대응에 대한 현업의 만족도 평가 점수도 공유되도록 했다. 황 이사는 만족도 점수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며, “IT부서가 관리부서가 아닌 비즈니스 최적화를 위한 지원부서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암묵적 의지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프로젝트 구축 과정에서는 일주일마다 진행과정과 문제점을 공유, 모든 이슈를 역사 교과서처럼 시스템에 축적한다. 황 실장은 “IT프로젝트 개발 노하우를 일정 수준까지 올려 2∼3년 뒤에는 후배들이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문제점을 공유하는 것은 직원들을 문책하는 도구가 아니라 지속 성장의 밑거름”이라고 강조했다.

 ◇PCC, 마지막 연결 고리를 찾다=글로비스는 지난 달부터 현대기아차의 수출용 완성차 해상 운송(PCC, Pure Car Carrier) 사업을 본격화 했다. 황 실장은 해상 완성차 운송 사업의 시작을 “공급망에서 놓치고 있던 마지막 고리를 드디어 찾아 연결한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간 완성차의 내륙 운송과 해외 현지 운송을 거미줄처럼 잇고 있던 글로비스이지만 유독 바닷길에서만큼은 ‘끊긴 고리’ 였다는 설명이다.

 글로비스는 PCC 업무 프로세스의 효율화를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선상하역시스템’ 개발에 돌입해 지난 1일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영업관리, 선적서류관리, 운항관리, 보험법제관리, 공무 및 정산 관리 등 자동차 하역에 따른 모든 업무 프로세스를 시스템으로 구현해 최적화했다.

 한번에 5000∼7000대의 자동차를 선적한 배가 항구에 도착하면 입항 절차를 수행하는 대리점에서 이뤄지는 모든 업무 절차가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황 실장은 “완료된 업무는 파란불, 진행 중이면 초록색, 문제가 생기면 빨간불로 표시되는 대시보드를 통해 본사에서도 모든 입항 및 통관 업무의 진행과정을 마치 눈 앞에서 보듯 확인할 수 있다”며 “자동차 해상 운송 정보를 판매 계획 수립 및 고객 대응에 활용할 수 있는 가시성이 확보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2012년경이면 글로비스의 완성차 해상 운송 매출만 1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IT 접목한 업무 효율화 앞장=글로비스는 전자태그(RFID)를 이용한 물류정보시스템 구축으로 이동중인 부품의 내역과 위치에 대한 실시간 가시성 확보에 적극적이다. 지난 4월에는 미국 앨러배마 현대차 생산공장 완성차 출하장(VPC)에 RFID를 이용한 차량위치관리 자동화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자동으로 차량번호판을 인식하고 지정된 위치로 이동시키는 똑똑한 시스템을 접목해 인적 효율도 높이고 차량의 위치 정보도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했다.

 페이퍼리스 활동을 통한 프로세스 효율화에도 심혈을 기울여왔다. 부임 후 계약 및 매입에 관한 문서를 모두 전자화한 데 이어, 곧 중고차 판매상들의 소액결제도 전자 문서화 할 계획에 있다.

지난해에는 중고차 경매를 위한 시스템 개발도 완수했다. 황 실장은 “경매장 간 정보 연동을 통해 참여하고 있는 경매장뿐 아닌 타 경매장 경매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며 “복수 차량의 동시 경매가 가능하도록 해 경매 소요시간을 크게 단축시켰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 주력 프로젝트인 운송관리시스템(TMS) 구축에도 돌입했다. 연계수배송을 도모해 공차 비율을 낮추고 사용할 수 있는 차량에 대한 가시성을 높일 계획이다. 이를 통해 유류비 절감과 운송비 절감을 도모할 수 있는 물류 최적화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황선채 정보기술실장은

1990년도에 플로리다 공대에서 전산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현대전자, 현대정보기술에 재직하며 IT 지식과 프로젝트 경험을 쌓았다. 이후 오토에버시스템즈 콘텐츠사업이사와 구매이사 직을 역임하며 프로세스 혁신 전문가로 활동했다. 2007년 9월부터 글로비스 정보기술실장을 맡고 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