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성 확보와 위기 관리가 똑똑한 공급망 만든다
■ 글로벌 선진 공급망 구현 방안=전세계 최고 공급망관리책임자 400명 설문조사
김성열 파트너 한국IBM GBS
세계 경제가 금융위기와 신용경색을 필두로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기업들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는 세계화와 기업의 생존이 걸린 원가절감과 효율화, 그린화 달성과 같은 목표를 위해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현재 제조업 분야의 가장 큰 이슈는 바로 똑똑한 공급망(Smarter Supply Chain) 관리이다. 똑똑한 공급망의 확보는 현재 글로벌 경제의 변동성을 극복할 수 있는 확실한 대안이며 호황기에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준비이기도 하다. IBM은 전세계 유수 기업의 최고 공급망 관리 책임자(CSCO) 400여명을 인터뷰해 현재 공급망 관리자가 직면한 도전과제를 알아보고 이를 극복하며 똑똑한 공급망을 갖추기 위한 방안에 대해 알아보았다.
# 전세계 최고 공급망관리책임자가 말하는 5가지 도전과제
(사례박스)
P&G는 지역별로 생산체계가 중복되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지역별 최적화된 조직을 통해 이를 극복하려 노력했으나 성장 속도가 예상보다 떨어지는 상황에 있었다. 2000년 이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산체계를 글로벌 사업부로 통합하고 조직을 재편했으며 성과에 대한 책임을 지역별이 아닌 재편된 조직별로 지게 했다. 또한 외부 파트너 회사를 활용한 글로벌 연구개발(R&D)체제를 만들었고 정보기술(IT), 인적자원(HR), 데이터 서비스 같은 지원 조직은 글로벌 비즈니스 서비스 조직으로 통합해 품질 높은 서비스를 낮은 비용으로 제공하도록 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P&G 주가는 2006년까지 4년 동안 50% 성장했고, 신상품 개발 성공률은 70%에서 90%로 상승했다.
조사에 따르면 공급망 최고 관리자들이 극복해야 할 주요 도전과제로 꼽은 것은 가시성 확보(70%), 위기 관리(60%), 고객 밀착(56%), 비용 절감(55%), 글로벌화(43%)였다.
공급망 관리 리더들이 첫 번째 도전 과제로 꼽은 것은 가시성 확보였다. 선진 공급망 관리자들은 이러한 가시성을 개선하기 위해 공급망의 계획 수립부터 실행에 이르기까지 공급업체 및 고객과 협업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로 많은 임원들이 위기 관리를 공급망 관리의 도전 과제로 꼽았다. 프로세스 표준화 미흡과 데이터 불충분, 적합한 기술 지원 부족 등이 효과적인 위기 관리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언급되었다.
공급망 최고 관리자들이 세 번째 도전과제를 꼽은 것은 고객과의 밀착이었다. 이번 연구에서 약 20%의 기업이 수요 계획을 수립할 때 고객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으며, 고객과 함께 디자인을 한다고 밝힌 기업도 68%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반면, 선진 그룹의 경우 수요계획 수립을 위한 고객과의 협력 정도가 하위 그룹보다 10% 이상 앞서 있어 미래의 똑똑한 공급망은 제품 라이프 사이클 전체에서 고객과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져야만 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전통적으로 공급망 관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비용 절감을 통한 효율성 개선이 네 번째로 꼽혔으며, 마지막 과제는 글로벌화로 나타났다. 지난 10년간 비즈니스 및 공급망의 세계화가 가속화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글로벌 소싱 과정에서 납기 지연, 비용 상승, 품질 및 서비스 수준 하락과 같은 문제점을 겪은 것으로 풀이된다.
각 기업의 최고 공급망 담당임원들은 이와 같은 5가지 도전과제를 바탕으로 자사의 현재 공급망 전략과 계획을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위에서 설명한 도전과제에 대처할 수 있는 선진 관리 기법을 도입해야 한다.
# 원가절감 - 생산 현장에서 새는 돈부터 막아라
불황기에 기업이 추가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가장 유효한 대안은 운영부문의 원가절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지원하는 전략이 바로 생산현장에서의 공급망 개선을 통한 비용절감이다. 제조기업의 비용 중 대부분은 공급망 관리에 사용되고 있으므로 공급망 관리에 소요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면 신규 투자는 물론이고 매출 증가와 못지 않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공급망을 구성하는 각 요소 별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새는 비용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아래는 공급망 관리 비용 절감을 위한 5가지 체크리스트다.
①설비부분
· 신상품 제조를 위해 꼭 신규 설비 투자가 필요한가?
· 생산량 확대를 위해서 추가 설비가 필요한가?
· 노후된 설비는 좀 더 정비해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 놀고 있는 장비나 설비의 활용방안은 없는가?
②생산부분
· 경쟁사 제품 대비 우리 제품은 사양이 너무 복잡하지는 않은가?
· 사양이 소비자의 기대수준에 맞으며, 전혀 필요 없는 부품이 있지는 않은가?
· 우리가 사용하는 재료가 최적의 재료인가?
③구매부분
· 현재 구매하는 재료는 최적의 가격으로 시장에서 구매하고 있는가?
· 너무 멀리 떨어진 원재료 가공공장에서 구매하고 있지는 않은가?
· 몇 개의 원재료 가공 업체와의 거래가 적절한가?
· 한 번에 너무 많은 재료를 구입하지는 않았는가?
④개발부문
· 제조 시간은 경쟁사 동일 제품 대비 최선인가?
· 작업을 위한 준비시간이 너무 길지 않은가?
· 불량 제품의 숫자가 너무 많은 것은 아닌가?
· 원자재 가공 시 발생하는 부자재의 재활용 방안은 없는가?
⑤물류부분
· 생산을 위한 자재 재고, 판매량에 대비한 완성품 재고, 판매를 위한 물류센터 재고는 전사기준으로 적정한가?
· 물류부서에서 쓰는 비용이 물류전문 업체 활용에 소요되는 비용보다 더 많이 들지 않은가?
설비, 생산, 구매, 개발, 물류 등 공급망의 5가지 부분에서 체크가 이루어졌다면 각 부문에 따라 다양한 비용절감 방안을 찾을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공급망 비용절감 활동은 산업별 특성에 따라 중점 관리 영역이 다르다. 예를 들어 설비 중심 산업인 철강, 정유, 화학 등의 산업은 설비관리가 중요하며 신제품 개발이 많은 전자산업은 개발부문이 중요할 것이다.
①설비부문: 설비 취득에서 폐기까지의 생애관리, 설비 TCO(Total Cost of Ownership) 절감을 위한 구매 관리, 설비 생산성 관리
②개발부문: 설계관점, 구매관점, 제조관점에서 원가절감 가능한 표준화 및 사양개선 개발과 구매협업 관점에서의 정보관리 및 협업 프로세스 운영
③구매부문: 품목군별 운영전략 및 실행 프로세스를 정의하여 단기 원가절감과 동시에 지속적인 원가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체계 운영
④생산부문: 비용, 시간, 품질(Time, Cost, Quality) 차원에서 목표를 설정하고 현장 전원 참여체계 운영 판매 및 생산 계획 운영효율화를 위한 시스템 운영
⑤물류부문: 최적화 엔진에 기반한 재고관리 및 공급망 관리 시스템 운영과 창고운영 합리화를 위한 시스템 운영
# 탄소 배출 규제, 그린 공급망 관리로 대응
2013년 포스트 교토의정서 체제가 출범되면 기업의 경영환경은 지금과는 판이하게 달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도 탄소배출량이 많은 나라로 올해 말 감축대상국에 포함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향후 이러한 환경에서는 친환경 정책을 기반으로 성장을 지속하는 기업과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탈락하는 기업으로 명암이 엇갈리게 될 것이다. 만약 국내 기업들이 이대로 포스트 교토의정서 출범을 맞이하게 된다면 탄소 배출비용 증대로 기업 경영에 심각한 리스트가 초래될 것으로 예산된다. 최근 선진 기업들은 그린경영을 비용 혹은 기업 운영상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에서 벗어나 신규 사업 창출의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
2005년 월마트는 3년 안에 에너지 효율성을 25% 높이겠다는 약속을 한 후 2008년 그 목표를 달성했다. 운송차량의 연료를 디젤과 전기를 혼용하는 하이브리드나 조리용 유지로 변환하면서 수치로는 40만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였으며, 금액으로는 7500만달러에 해당하는 비용을 절감했다.
월마트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대부분의 탄소 배출은 공급망에서 발생한다. 이 때문에 부품 공급, 생산, 유통 및 폐기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기업이 탄소 배출량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이 모색되어야 한다. 또한 공급망의 설계, 포장, 프로세스, 부품, 에너지, 재고 정책, 운송 등 각 업무 영역별로 다양한 옵션을 고려해야 한다.
향후 그린 공급망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3가지 옵션이 큰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첫째, 에너지 비용과 탄소 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재고를 늘이고 통합운송에 주력하는 정책으로 점차 바뀔 것이다. 둘째, 구매전략을 저비용국가소싱 최우선 정책에서 탄소 배출로 인한 리스크와 비용을 고려해 로컬/글로벌 구매절충안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셋째, 탄소 배출이 적은 운송 옵션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또한 공급망 전체 관점에서 재고정책, 구매 위치, 운송방법 등 절충안을 찾기 위한 분석과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며 여기에는 IT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요구될 것이다.
# 제품 개발 원스톱으로 끝낸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거 선진 제품을 분석, 국산화를 통해 원가절감형 제품을 출시하는 중도개발자에서, 이제는 세계 최초의 제품을 출시하는 리딩 그룹에 진입하게 됐다. 이제는 새로운 리스크와 문제에 부딪히게 되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제품개발 프로세스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제품개발 활동은 일단 다양한 조직과 다양한 기능이 종합적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지만 성공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은 제품개발에 있어 각 부문이 협업할 수 있는 프로세스와 통합 체계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목표 중심의 프로세스 운영은 초기에 수립한 상품기획부터 출시 이후 제품이 단종될 때까지 제품 생애 주기 관점에서 일관된 목표를 갖고 각 기능부문이 프로젝트 목표 중심의 의사결정과 제품개발 프로세스를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프로젝트 중심의 제품개발을 위해서는 우선 고객을 정확히 이해하고 기업이 추구하는 목표를 가미해 명확한 목표를 수립해야 한다. 또한 제품을 개발했을 때 기업이 어떠한 이득을 얻는지를 예측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고객의 요구사항과 목표에 대하여 마케팅과 제품개발 하는 사람이 똑같이 이해할 수 있는 방법론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로 제품개발 업무를 담당하는 각 부문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면서 발생된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분명히 정의해야 한다. 셋째로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 중심의 조직 체계를 운영해야 한다. 새로운 제품개발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각 기능부문별로 의사결정을 하면 속도와 책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프로젝트 중심조직으로 구성해 누구의 잘못을 따지기 이전에 함께 해결하고 책임지는 원스톱 의사결정체계가 가장 중요하다.
#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글로벌 공급망 관리
글로벌 기업으로 혁신에 성공한 기업들의 공통점은 다음의 세 가지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첫째, 기업의 운영 프레임워크를 개방형 표준을 따르도록 하는 것이다. 비즈니스 프로세스는 각종 국제적인 무역 규제에 반하지 않도록 기업의 비즈니스 룰을 원천적으로 변경해 운영하고 기업 운영에 필요한 기술 기반 또한 개방적이고 유연한 구조를 갖추는 것이다.
둘째, 비즈니스를 부문별로 나눌 수 있는 역량이다. 모든 역량을 한곳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자원의 각기 다른 장점을 살려 각 비즈니스 부문을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외부와 파트너십을 통해서도 기업 운영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다. 셋째, 산재된 비즈니스 기능들을 마치 하나의 유기체처럼 통합해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내외부 협업체계를 갖추는 것은 물론 기업 내부의 자원을 항상 최적화할 수 있어야 한다.
IBM은 통합, 자동화, 최적화, 극대화라는 4대 원칙을 세워 사업구조를 재편했으며, 기존의 300개 지역 구매센터를 3개로 통합해 효율화했다. 또 지역별 파이낸스 조직을 통합하고 비핵심부문을 아웃소싱함으로써 비용을 30% 이상 절감할 수 있었다.
사업부별, 지역별로 분산된 공급망을 전사적인 관점에서 글로벌 통합 관점으로 구축하면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뿐더러 급변하는 시장에 대한 대응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렇게 글로벌 기업이 글로벌 통합 역량을 갖추는 것은 지속적인 수익성장을 위해서는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 글로벌 통합의 의미는 기능들의 단순한 연계만이 아닌 비즈니스의 성장?운영?문화 측면에서 완전한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
성장 관점에서는 파트너와 협업하면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모델이 필요하고, 기업 운영의 관점에서는 훌륭한 기능의 조합이 좋은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최상의 업무흐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글로벌 통합을 위해서는 어느 나라 기업이 아니라 기업 자체가 글로벌 개체로 인식될 수 있도록 기업문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