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 Case study- 신영증권 차세대 CRM 프로젝트

신영증권 CRM 시스템은 영업 직원들이 특정 금융 상품의 변동시 상품을 보유한 고객의 리스트를 바로 확인해서 SMS로 관련 내용을 전달해 줄 수 있게 해준다. 
 사진설명 : 신영증권은 차세대 CRM 시스템을 영업 필수 시스템으로 만들기 위해 1년 넘은 기간 동안 전력을 다했다. 김순성 상무(앉은 이)와 고객서비스개선팀원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
신영증권 CRM 시스템은 영업 직원들이 특정 금융 상품의 변동시 상품을 보유한 고객의 리스트를 바로 확인해서 SMS로 관련 내용을 전달해 줄 수 있게 해준다. 사진설명 : 신영증권은 차세대 CRM 시스템을 영업 필수 시스템으로 만들기 위해 1년 넘은 기간 동안 전력을 다했다. 김순성 상무(앉은 이)와 고객서비스개선팀원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

 “기존과는 다른 제대로 된 자산관리형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을 만들어 보자.”

 지난해 3월 2일 신영증권 차세대 고객서비스개선팀(CRM 추진팀)은 비장한 각오로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차세대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기존 CRM 시스템을 완전히 새롭게 재탄생시키기 위해서다. 총 5명으로 구성된 정예 멤버들은 각기 다른 부서 사람들로 구성됐지만 이들의 목표는 단 하나였다. CRM 시스템을 활용 가치가 높은 영업 필수 시스템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들은 미국 글로벌 금융회사를 방문해 CRM 기법을 직접 확인했다. 또 자산관리 영업을 전문적으로 컨설팅해주는 기관을 찾아가 유용한 사례들을 분석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자사의 베테랑급 영업 직원들을 시스템 개발 단계에서부터 참여시켜 이들의 노하우를 CRM의 주요 서비스에 적용했다. 신영증권은 단순 고객 ‘관리’ 측면이 강했던 기존 CRM에서 벗어나 철저하게 영업 활동 중심의 CRM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또 무엇보다 그동안 업계에서 문제시돼 왔던 통합 관련 이슈를 원천적으로 해결했다. 그동안 CRM 시스템은 솔루션별로 통합고객DB, SFA 시스템, 캠페인시스템, 자산관리시스템 등 서로 독립적으로 개발해 상호 인터페이스를 통해 통합하는 방식이었다. 신영증권은 하나의 데이터 모델하에 계정계 시스템과 CRM 시스템이 상호 연계할 수 있도록 통합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CRM 업무의 연계성과 시스템 관리의 효율성을 대폭 향상시켰다.

 ◇증권 영업의 표준 모델을 만들다=신영증권은 이미 2003년부터 CRM 시스템을 도입해 사용해 왔다. 하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증권 업무에 맞는 자산관리형 CRM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실제 마케팅 영업이나 자산 관리 서비스 등에 활용하는 데 한계가 많았다. 신영증권은 그동안 몇 차례에 걸쳐 마이너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작업을 한 적이 있지만 대대적으로 재구축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영증권 김동준 차장은 “기존 시스템을 완전히 버리고 새로운 것을 구축한 것이 아니라 기존 CRM 시스템을 근간으로 현재의 영업 형태에 맞게 재구축했다”며 “특히 이번 차세대 CRM은 고객중심으로 영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통합 고객 관리 체제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마케팅 활동이나 투자 상담, 자산 관리 서비스 등 고객 접점 프로세스를 CRM 시스템으로 제공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말했다.

 신영증권은 이번 CRM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혁신적인 시도를 많이 추진했다. 특히 국내 최초로 증권 영업의 표준 모델을 만들어 CRM 시스템에 반영했다. 이를 위해 신영증권은 개발 초기부터 자사 영업 직원들과 함께 분석 작업을 하고, 이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김동준 차장은 “베테랑급 영업 사원들과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노하우와 요구 사항들을 공유하는 자리를 자주 가졌다”며 “2∼3개월 동안 영업 직원들과 설계자들 간의 끊임없는 검토 작업을 통해 150여개의 영업활동 이벤트를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즉, 영업 표준 활동 모델이라는 서비스를 만들어 낸 것이다.

 현재 신영증권의 영업 직원은 출근하자마자 본인이 관리해야하는 고객의 영업활동 이벤트를 자동으로 조회할 수 있다. △펀드 목표 수익률이 도달된 고객 △자산이 전월에 비해 일정부분 감소 또는 증가한 고객 △배당이나 감자가 발생한 고객, △3000만원 이상 신규 등록 고객 등 영업 직원이 직접 챙기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항목들을 시스템에서 자동으로 통보해 준다. 이런 이벤트들은 모두 영업 직원들과 설계자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밤샘작업을 통해 산출한 결과물이다. 현재 초기 150여개의 이벤트 중 중요한 내용으로만 압축해 30여 가지의 이벤트들을 제시하고 있다. 영업 직원들은 이 이벤트들을 선택적으로 적용 또는 제외할 수 있다.

 ◇계정계 시스템 통합으로 ‘싱글 뷰’ 제공=신영증권의 이번 CRM 시스템이 기존 CRM 시스템들과 차별되는 점은 고객에 대한 ‘360도 뷰’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영업 직원들이 고객을 응대할 때 여러 CRM 화면과 계정계 화면을 번갈아 조회해야지만 각종 고객의 상태를 알 수 있었다. 이번 차세대 CRM에서는 영업점에서 사용하는 SFA 시스템과 콜센터에서 사용하는 CTI시스템, 인터넷 및 홈트레이딩시스템(HTS), SMS 시스템 등 모든 고객 접촉채널의 고객정보를 통합했다. 즉, 모든 채널에서 동일하게 고객 정보와 접촉 정보를 관리할 수 있는 싱글 뷰(Single View)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부분의 증권사 CRM의 경우 계정계 쪽에서 고객 관련된 정보가 변경되면 해당 내용을 정보계로 전달한 후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가 일반적이었다. 이때문에 일부 지연된 정보가 제공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실제 영업하는 입장에서는 고객의 각종 정보가 즉각적으로 파악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신영증권은 계정계 시스템과 CRM 시스템을 통합하는 대대적인 모험을 단행했다.

 김순성 신영증권 상무(CIO)는 “과거에는 고객의 주요 정보인 주소, 전화번호, 각종 서비스 계약 내용들이 모두 계좌번호 단위로 고객 관리가 되고 있었다”며 “진정한 고객 관점의 CRM을 위해서는 계정계에서부터 고객 정보가 통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단순 하드웨어 측면으로 통합한 것이 아니라 업무적으로 완전히 통합함으로써 최신 고객 정보를 영업 직원이 즉각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신영증권 내부에서는 이번 차세대 CRM 프로젝트를 차세대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가 끝난 이후 2차 개발 작업으로 진행하자는 의견도 제기된 바 있다. CRM의 경우 종합적인 고객 정보를 기반으로 조회해야 하는 만큼 차세대 프로젝트가 끝나고 난 뒤 개발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기존 CRM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김동준 차장은 “계정계 시스템과 밀접하게 연관돼서 개발하지 않으면 기존 CRM 처음 계정계 종속적인 시스템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원장 설계부터 통합 정보에 대한 고민이 반영돼야지만 향후 시스템적인 제약없이 즉시 변동된 고객 정보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차세대 프로젝트와 함께 추진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주 사업자였던 UB CNS의 류승범 대표는 "대부분의 금융기관에서 계정계와 CRM 시스템을 분리 개발함에 따라 양 시스템 간의 통합과 동기화를 위해 EAI시스템 등을 별도로 도입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며 "신영증권은 고객데이터 동기화를 위해 계정계와 CRM 시스템을 통합시킨 사례로 진정한 ‘통합(Integrated) CRM’을 구현했다"고 자신했다.

 ◇변경 관리 작업이 만만치 않아=신영증권의 CRM은 또 다른 의미에서 ‘종합자산관리형 CRM’으로 평가받고 있다. 증권사 CRM 시스템은 단순한 고객 관리 차원이 아니라 고객의 자산을 종합적으로 관리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이어야 한다. 신영증권의 이번 차세대 CRM 시스템은 투자상품 가입시 투자성향별 고객 요구에 맞는 상품을 추천하고, 상품 가입 후에도 체계적인 수익률관리와 리스크관리, 리포팅 서비스 등으로 고객의 다양한 투자자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리포팅 서비스는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신영증권은 일정 기간 동안 고객이 투자한 자산에 대한 운영보고서를 고객 요청에 의해 제공하고 있다. 자산 운영보고서의 경우 정해진 포맷이 있기 때문에 고객마다 요청 내용이 다를 때는 어려움이 많았다. 영업 직원이 보고서 포맷을 다시 수정하거나 별도의 수작업으로 작성해 제공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애드혹 리포트(Ad-hoc Report)’ 개념을 도입해 고객 요청 유형을 총 13개로 분류해 고객 맞춤 리포트를 제공하고 있다.

 이 외에도 신영증궝은 고객과의 접점을 보다 강화하기 위해 UMS(Unified Messaging System)를 도입했다. 영업자가 주로 사용하는 화면에 SMS, 이메일, 팩스가 자동 연계되도록 배치해 고객에게 관련 정보들이 잘 전달됐는지 즉각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김동준 차장은 “영업 직원들의 경우 뭔가를 입력하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성향이 있다”며 “입력하는 것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전달해 주는 정보를 최대한 많이 주는 것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신영증권은 이번 차세대 CRM을 하면서 예상치 못한 애로 사항도 있었다. 차세대 시스템과 동시에 개발함에 따라 최종 조립 과정에서 변경 관리하는데 어려움이 컸다. 타 영역에 구축된 내용을 종합적으로 구성해 제공하는 것이 CRM의 주요 기능 중 하나다. 때문에 작은 변경 내용도 다시 수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개발 과정에서 CMMI 표준 프로세스를 적용했기 때문에 다소 수월하게 변경 관리 작업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김순성 상무는 “CRM은 영업 형태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화해야 하는 시스템”이라며 “관련 부서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영업에 보다 활발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 검토하고 있으며, 현재 CRM의 또 다른 한 축으로 개발한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 시스템과의 연계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신영증권의 CRM 시스템은 영업사원 150여명과 함께 창고 직원들까지 합해 총 300명 정도가 활용하고 있다. 아직 시스템을 가동한 지 2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아 구축 효과를 논하기에는 이르지만 활발한 업무 문의와 함께 개선사항에 대한 건의가 개진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향후 활용도가 높은 것으로 신영증권 측은 기대하고 있다.

 김 상무는 “오픈한 다음 업무 요청이 없고 조용하면 그것은 실패한 CRM”이라며 “사용자 요청이 많고 그만큼 직원들의 호응이 높다는 것은 필수 프로그램으로 성장할 여지가 많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