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ustry Review] 벤처 1000억 클럽-홍석우 중기청장](https://img.etnews.com/photonews/0907/090713042630_1679593687_b.jpg)
실내에서 골프를 칠 수 있는 스크린골프 장비를 제작하는 G사는 2000년에 KAIST 창업보육센터에서 창업한 벤처기업이다. 이 회사는 우리나라에 골프장이 많지 않은 반면에 골프 인구는 계속 늘어가는 데 힌트를 얻어 실내골프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 사업 아이디어는 적중해 제품을 출시한 지 5년 만에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는 독창적 사업 아이디어로 기술 개발에 꾸준히 노력한 결과로 작년의 경제 위기 상황에서 오히려 매출은 200% 이상 늘어났고 순이익률은 40%를 넘어섰다.
이처럼 기업가정신과 도전정신에 기반해 기술창업을 한 벤처기업은 1997년 ‘벤처기업법’을 제정한 이후 누적 기준으로 총 3만5000개를 넘어섰다. 이 중에서 현재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선 벤처기업이 202개에 이르게 됐다. 정부가 벤처기업 육성정책을 시작한 지 12년 만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 202개 기업의 매출액을 합하면 40조807억원에 이르는데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48개 대기업 집단 중 8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들 벤처기업은 평균 매출액 증가율에서도 25.5%로 코스닥 등록기업(18.4%) 및 유가증권시장(23.7%)에 비해 매우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작년에 KIKO 사태로 애로를 겪은 벤처기업들도 매출액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이처럼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벤처기업이 돋보이는 성장세를 구현하는 것은 꾸준한 기술 개발이 그 원천이라 하겠다. 매출 1000억원 벤처기업 중에는 특허 보유 건수가 500건에 이르는 기업이 있는 등 평균적으로 매출액의 3.3%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었다.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한 이들 202개 벤처기업은 훌륭한 성장모델이 될 것이다. 그러나 정작 부러움의 대상인 매출 1000억 벤처기업들은 3000억원, 5000억원, 1조원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정책적 지원이 없음을 많이 아쉬워하고 있다.
매출액이 1000억원을 넘을 정도가 되면 대부분은 중소기업 범위에서 벗어나 세제나 자금지원 등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없고 그렇다고 대규모 선단을 거느린 대기업과 경쟁은 규모 면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다. 실제로 매출 1000억원을 기록했던 벤처기업 중 50여개사는 매출액이 1000억원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기술창업의 촉진, 벤처기업 확인제도 도입, 벤처투자 인프라 구축, 벤처에 대한 사회 인식 제고 등 다양한 벤처 육성시책을 펼쳐왔다. 이러한 노력에 따라 탄생한 매출 1000억 벤처기업은 그간의 벤처정책 성과를 압축 설명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성과를 이어가고 매출 1000억원 기업이 계속 성장해 HP나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글로벌기업이 될 수 있도록 정책적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중견벤처기업’ 지원을 위해 관련 법률의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범위를 넘어섰어도 일정 기간 벤처기업으로 인정하는 것이 주요 골자가 될 것이다.
벤처는 지난 IMF 위기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경제 위기 탈출에 선도적인 역할을 한 바 있다. 독자적인 사업 아이디어와 기술로 무장하고 새로운 블루오션을 창출하는 벤처기업이 중견기업을 거쳐 대기업·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해 대기업에 편향된 우리나라 경제구조에 역동성을 부여하고 중소기업-중견기업-대기업의 견실한 피라미드형 산업구조를 만드는 주축이 되는 모습이 곧 실현되기를 기대해 본다.
hong617@smb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