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즈 블로거 토크] 모토로라 휴대폰 `락커(ROKR)`](https://img.etnews.com/photonews/0907/090709041138_474825710_b.jpg)
이젠 자취도 찾을 수 없지만 1980년대는 헤비메탈의 전성기였다. 치렁치렁한 머리와 화려한 의상, 금속성 액세서리를 잔뜩 매달고 TV에 나와 소리를 질러댔다.
갑작스럽게 이런 얘기를 꺼낸 이유는 모토로라가 내놓은 휴대폰 락커(ROKR·모델명 ZN50)의 이름이 이런 헤비메탈을 연상케 하고 전체적인 느낌도 닮은꼴이기 때문이다. 색상만 봐도 벌써 이런 느낌이 물씬 풍긴다. 블랙과 레드로 이뤄진 강렬한 색상은 상당히 눈에 튄다. 하지만 휴대폰 디자인 트렌드와는 동떨어진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레이저 시리즈를 관통했던 날카로움이 느껴지지 않는 것도 아쉽다. 아마도 이음매 탓이 아닐까 싶다. 락커는 슬라이드 휴대폰인데 군데군데 유격이 눈에 거슬린다. 통화와 종료 버튼 주위로 보이는 유격은 최신 휴대폰처럼 깔끔하고 매끄러운 느낌을 떨어뜨린다.
락커는 전반적으로 선 굵은 디자인과 투박한 모서리 처리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시각적 특성을 갖췄다. 더구나 온통 금속성으로 이뤄진 몸체는 요즘 추세에 역행하는 두께와 140g 넘는 무게감을 느껴보면 요즘 휴대폰이라는 생각이 안들 정도다.
물론 디자인에서 느껴지는 투박함과 아쉬움은 기능에선 어느 정도 해소된다. 기능은 요즘 추세에 맞게 해상도 480×272를 지원하는 8.1㎝(3.2인치) 풀터치 LCD를 달았고 그것도 부족하다 싶었는지 슬라이드 타입 키패드까지 얹었다.
비록 ‘청동합금’ 재질 키패드의 키 감이 썩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풀터치 LCD를 보완하는 역할로는 충분해 불만은 없다. 다행스럽게 LCD 터치감이나 색감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유저 인터페이스(UI)는 모토프리즘에서 쓰인 것과 같다. 기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제품명에서 알 수 있듯 음악 기능을 강화했다는 것이다. 내장 메모리 4Gb에 외장 메모리 슬롯도 더했고 3.5파이 이어폰 단자도 제공한다. 음장 효과로는 SRS WOW HD를 지원하고 별로 실용적인 건 아니지만 음악 컨트롤키도 본체 측면에 달았다. 음질은 정말 일반 휴대폰과 비교할 수 없는 강렬한 인상을 준다. 일반 MP3 파일 재생까지 지원했다면 적어도 국내에선 비교할 대상이 없는 최고의 뮤직폰이 됐을 것이다.
물론 요즘 같은 세상에 한 가지만 잘해선 곤란하다. 지상파 DMB와 GPS, 블루투스, 300만 화소 AF 카메라까지 갖춰 모토로라 최고의 사양을 뽐낸다. 터치토이 7개와 플래시 게임 14개는 자투리 시간을 보내는 데 제격이고 다른 콘텐츠도 매우 만족스럽다.
풀터치폰이 주는 세련미보다는 선 굵은 디자인 탓에 마치 1980년대 록스타가 현대에 갑자기 나타난 듯하다. 하지만 안정감과 향수, 연속통화 360분에 음악 재생 30시간이라는 무식한 스태미너는 초식동물화되어 가는 요즘 휴대폰에선 좀처럼 느낄 수 없는 감성이다. 한마디로 헤비메탈의 매력이던 단순함과 투박함, 야성이 잘 묻어나는 휴대폰이다.
김정철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