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리포트] 반짝반짝 LED, 세계최대조명시장 미국을 밝히다

 청정기술·녹색성장과 관련된 말들이 넘쳐나는 가운데 지구온난화 문제를 완화할 친환경조명에 쓰이는 발광다이오드(LED) 기술이 미국 시장에서 핵심 기술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LED는 소비 전력이 낮고 수명이 길어 조명으로 사용했을 때 에너지 소모량을 40∼70%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전 세계 전력 소모량의 19%가 조명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 중요성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세계 최대 조명시장 미국, 가파른 성장세=미국은 향후 10년간 새로 짓는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현재의 50% 정도로 개선할 계획이다. 기존 건물들은 그 효율을 25% 정도 개선한다는 목표다. LED 자체가 효율이 높을 뿐 아니라 열을 내는 양이 훨씬 적기 때문에 건물의 공기냉각 시스템을 훨씬 더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에너지 소모량을 줄일 수 있다.

 미국은 전 세계 최대의 조명시장이며 LED 산업은 지난 2005년 2억50만달러 규모에 불과했으나 단 6년 만인 2011년 10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6년간 성장률이 무려 388%에 달하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디스플레이서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340억개의 LED가 TFT LCD의 백라이트에 사용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2008년 대비 300% 늘어난 수치며 전체 LED 시장의 20%에 해당한다.

 수명이 긴 점 또한 매우 중요한 장점이다. 백열등에 비하면 수명이 50배에 달한다. 초기 투자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수명이 길고 에너지 효율이 좋은 점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유리한 투자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미국 현지 벤처 투자회사들의 실리콘밸리 내 투자 현황을 살펴보면 1위가 태양광 관련 기업이고 2위가 LED 관련 기업이다.

 ◇오바마 정부, LED 주목=지난달 30일 스티븐 추 에너지 장관이 발표한 미국의 회복 및 재투자 행동강령에 따르면 경제활성 패키지로 3억4600만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 중 주로 LED에 해당될 솔리드 스테이트 라이팅 연구 개발에 500만달러가 투입될 예정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7%가 가정과 직장의 조명에 사용되고 있으며, 새로운 기준에 의해 2012년(새 기준이 적용될 첫해)부터 2042년까지 매년 40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는 매년 1억6600만대의 차에서 내뿜는 온실 가스만큼 감소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는 지난 2007년 12월 부시 대통령이 서명한 822페이지짜리 에너지 조치에서 2012년까지 100W 백열등 사용을 금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LED 제조업체인 크리의 척 스와보다는 지난 2일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 고효율 에너지 기술에 대해 논의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같은 날 회견에서 LED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LED는 친환경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일반 형광등은 수은을 함유하고 있어 폐기 시 유해물질로 간주되는 반면에 LED는 환경에 친화적이고 폐기 시 유해물 폐기요금을 따로 부과받지 않는다.

 ◇끝없이 진화하는 LED 기술=기술적으로 살펴보면 LED는 그리 복잡한 소자는 아니다. P/N 접합을 이루고 있는 반도체에 전자와 정공을 주입하면 밴드갭에 해당하는 파장의 빛을 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백색 조명을 위해서는 청자색 LED에 형광체를 덧입혀 만든 소자를 사용한다. 언뜻 이렇게 단순한 LED에 더 이상 개발할 기술들이 무엇이 있을지 궁금증이 생긴다.

 하지만 최근 미국에서는 LED를 한층 진화시키려는 노력이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우선 발광체 자체의 발광효율 개선노력이 있다. 양자우물이 아닌 양자점을 이용해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라든지 질화갈륨 결정의 비극성면을 이용해 분극효과로 생기는 효율감소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려는 시도, 플라즈모닉스 현상을 이용해 내부양자효율을 높이려는 시도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형광체의 빛 변환 효율 향상 노력도 전개되고 있다. 위에 언급한 대로 백색 조명은 청자색 LED에 황색 형광체를 결합해 만들게 되는데 적색 형광체로 휘도 향상과 연색성을 늘리려는 시도, 자외선 LED에 여러 색을 내는 형광체를 다중층으로 증착해 광 스펙트럼을 넓게 만들려는 시도, 형광체의 크기를 나노미터 수준으로 줄여 표면적 증가로 효율을 향상시키려는 노력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또 발광체에서 발생한 빛이 좀 더 많이 외부로 빠져나올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이 있을 수 있는데 외부물질과의 굴절률 차이로 생기는 반사 손실을 줄이려는 시도로 표면 거칠기를 증가시켜 전반사를 줄인다든지, 광결정을 도입해 좀 더 잘 조절된 특성을 내게끔 하는 시도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단순한 소자의 효율 개선에서 기존에는 고려하지 않았던 다소 복잡한 물리적 현상을 고려하는 일까지 동원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 외에도 더 싼 가격에 같은 효율의 LED를 제작할 수 있도록 해주는 공정 기술, 패키지 개선으로 더 많은 빛을 뽑아내거나 방열특성을 개선해 소자가 열화되는 것을 막는 노력 등을 들 수 있겠다.

 미국에서는 LED 칩 제조사나 패키지 업체들은 물론이고 재료 공급 업체들도 특성 및 경제성을 개선하고자 이들과 협력관계를 맺고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위에 언급된 기술들을 개발하는 데 좀 더 나은 특성을 가진 재료를 공급하는 것뿐 아니라 기존 공정으로는 달성이 불가능한 영역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해주는 신소재를 개발하기 위해 고객사들과 함께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LED가 물리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에너지 절약과 환경보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 경제 활성화에 얼마나 기여할지 관심이 증폭되는 시점이다.

△보스턴(미국)=이재형 다우케미컬 연구원(공학박사) yijh00@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