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책가도, 대학 교수도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되돌아보는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소프트웨어(SW) 분야 전문가로 한국 SW산업 발전을 위해 반생을 보낸 이주헌 한국외대 경영정보학과 교수(56). 그가 최근 ‘대통령의 여인’이라는 책을 출간해 화제가 됐다. IT전문가가 쓴 서적은 딱딱하고 어렵다는 상식을 보기 좋게 깨뜨렸기 때문이다.
유능함은 자신의 생각을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일관되고 논리있게 풀어내는 능력이라는 게 이 교수의 평소 지론이다. 학생들에게 틈만나면 수필이나 칼럼을 써보라고 강력히 권유하는 것도 이런 신념에서 비롯됐다.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지시하면서 나 자신이 먼저 실천해 보자는 생각의 결과물이 바로 ‘대통령의 여인’이다.
이 교수는 “지혜롭다는 것은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글과 말로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달렸다”며 “그래서 경영정보학을 가르치면서 출제한 기말고사 시험이 이번 학기에 터득한 IT세계를 파워포인트 한장으로 정리하는 것이었는데 학생들 대다수가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경험이었다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의 여인’을 집필하며, IT전문가가 아닌 일반 수필가로서 자신의 생각을 거리낌없이 표현하고 자신이 걸어온 인생을 진지하게 뒤돌아보는 재미는 생각 이상이었다. 그래서 ‘대통령의 여인’에 수록된 여자 이야기와 첫사랑, 첫날밤 얘기 등을 소개하며 자신에 의한 검열로 싣지 못한 글도 꽤 된다고 귀띔했다.
이 교수의 이력은 화려하다. 교수로 재직하며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원장을 지냈으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IT정책특보도 맡았었다.
이러한 자신의 공직자 경력을 외도라고 표현한 그는 “공직자 생활을 하기 전 대학원 과목만 맡다가 교수로 복귀한 후 학부 과목도 진행하고 있는데 신선한 경험을 하고 있다”며 “이미 IT에 종속된 삶을 살고 있는 우리 대학생들에게 미래라는 테마로 사회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라는 화두를 매일매일 던지고 있다”며 근황을 전했다.
현재 진행되는 SW 정책에 대한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추경 예산을 살펴 보면 나름대로 SW 부문에 많이 편성됐지만 미래 SW에 대한 고민보다는 1년간 배정된 예산 쓰느라 바쁠 것”이라며 “SW를 신성장동력의 원동력으로 삼고 정말 효과적으로 미래에 대비해는 SW 정책을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집무실을 둘러보면서 눈에 띠는 것 중에 하나가 이교수가 직접 그린 유화 작품들이다. 이번 ‘대통령의 여인’에 실린 삽화도 그의 작품들이다. 그는 “이번 책 출간도 마찬가지지만 그림을 그리는 것도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을 하면서 자신을 스스로 위로하고 싶었던 모양”이라며 소회를 밝혔다.
김민수기자 mimoo@etnews.co.kr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