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발광다이오드(LED) 칩 전문업체인 삼성LED가 핵심 장비인 유기금속화학증착기(MOCVD)를 처음으로 미국 비코에서 구매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삼성LED가 가동 중이거나 발주한 MOCVD는 전량 독일 엑시트론에 의존해왔다. 최근 국내 장비 전문업체들이 MOCVD 국산화 대열에 속속 가세한 가운데, 내년부터 쏟아질 대규모 LED 칩 양산 투자를 앞두고 국내외 장비 업체 간 치열한 시장 경쟁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LED(대표 김재욱)는 하반기 구매할 20대가량의 MOCVD 가운데 2대를 미국 비코에 주문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삼성LED는 독일 엑시트론의 MOCVD만 써왔으며, 비코 장비를 산 것은 처음이다. 당초 삼성LED는 올해 신규 발주하는 40대가량의 MOCVD 장비 전량을 엑시트론에서 구매할 것으로 알려졌다.
비코는 삼성LED의 경쟁사인 LG이노텍이 MOCVD 장비를 전량 공급한 업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삼성LED가 MOCVD 단독 공급사(엑시트론) 체제에서 비코로 구매처를 다변화한 것은 내년도 대규모 양산 투자를 앞두고 공급 물량과 가격 협상력을 확보하려는 예견된 순서로 풀이된다. 국내외 장비 업체를 통틀어 현재 양산성을 검증받은 업체는 엑시트론과 비코가 유일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분석도 있다.
삼성LED가 MOCVD 구매처 다변화에 나서면서 LED 장비 시장은 벌써부터 이들 외산 업체와 토종 장비 업체가 뜨거운 혼전을 펼칠 분위기다. 삼성LED는 비코 장비 발주와 함께 삼성전자 자회사인 세메스(대표 김형문), 반도체·LCD 장비 협력사인 아이피에스 등과 장비 국산화도 검토 중이다. 세메스 관계자는 “삼성LED는 MOCVD 장비 국산화는 물론이고 구매처 다변화가 시급한 상황”이라며 “국내 장비 업체도 내년부터 쏟아질 엄청난 양산 투자를 감안하면 절대 놓칠 수 없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삼성LED를 능가하는 수준의 대규모 양산 투자를 계획 중인 LG이노텍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LG이노텍은 지금까지 비코 장비에만 전적으로 의존했지만 최근 들어 국내 장비 협력사인 에이디피엔지니어링·주성엔지니어링 등과 국산화를 서두르고 있다. 에이디피엔지니어링은 LG이노텍과 MOCVD 장비 공동 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정부의 ‘신성장동력 스마트 프로젝트’ 가운데 50억원 규모의 ‘고품위 백색 LED 양산용 고생산성 MOCVD’ 장비 개발 사업을 수주했다.
LED MOCVD 국산화에선 삼성보다 LG가 한층 발빠른 움직임이다. 업계의 관계자는 “두 개의 해외 업체만으로는 수백대에 이르는 내년도 MOCVD 양산 투자 발주 물량을 소화할 수 없다”며 “LED 칩 업계로선 MOCVD 구매처 다변화나 국산화가 당장 목전에 떨어진 숙제”라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