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 대란을 계기로 청와대가 직접 정보보호 관련 정부 조직을 재점검하기로 했다.
국회도 여당인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정보보호 컨트롤타워를 마련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보보호 관련 정부부처는 물론이고 관련 기관의 조직 재정비가 잇따르는 등 DDoS발 후폭풍이 거세질 전망이다.
13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청와대는 이달 국정원·방송통신위·행정안전부 등 정보보호 부처 담당자를 소집해 DDoS 대응 종합 후속대책(가칭)을 논의할 계획이다.
대책회의는 관계기관 공조가 원활하지 못해 늑장 대응으로 일관했던 것을 감안해 현 정부조직 재정비와 비상상황 전체를 총괄할 정보보호 컨트롤타워 설립 문제를 집중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공공기관 보안시스템 구축 미비를 해결할 수 있는 정보보호 예산 확대 등도 주요 안건으로 제시될 전망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공공기관 내 보안 관련 조직의 대대적인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정부 내에 전체 정보보호를 총괄할 별도의 컨트롤타워를 설립해야 하는지에 이견이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 행안부·국정원·방통위에 예산·조직 등에 관한 정보를 이미 취합해 보고를 받았으며 대책회의 시기 등 후속조치와 관련해 종합 일정을 조율 중이다.
한나라당도 정보보호 정부조직의 개편에 힘을 실을 방침이다. 한나라당은 이날 사이버테러 대책 TF를 전격 구성, 가동했다. 서상기 한나라당의 의원은 “컨트롤타워 구성과 관련해 당 차원에서 논의가 있다”며 “정부 움직임에 맞춰 본격적으로 문제제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학계와 업계는 정보보호 정부조직의 개편과 컨트롤타워 구성을 놓고 다양한 비판과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 10일 박재완 청와대 국정수석이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국가 사이버테러에 대해서는 국가정보원이 총괄해 담당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논란의 불을 지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이번 사태를 볼 때 민간과 공공부문의 공조가 절실하다는 점이 드러났으나, 국정원은 너무 안보문제에만 집착해 가교 역할을 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며 “특히 보안산업 육성과 국민의 정보보안의식 고양이 선결과제인 상황에서 국정원이 개입하면 자칫 정치 이슈로 비화돼 논의의 초점이 흐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DDoS 공격 사건을 수사하는 기관들은 수사 공조를 위한 네트워크 구축에 합의했다. 검찰·경찰·국군기무사령부·방송통신위원회 등 관계기관 실무자들은 13일 서울 중앙지검에서 사이버공격 범죄 수사기관 대책회의를 열고 기초자료를 공유키로 했다. 회의에 따라 이들 기관은 좀비 PC나 숙주 의심 사이트 서버를 분석한 결과 등 기관별 자료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유사사건 발생 즉시 네트워크를 가동할 방침이다.
장지영·정진욱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