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기관들은 올해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3%대로 추락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잠재성장률은 한번 떨어지면 쉽게 회복이 안된다는 점에서 경제 전반에 장기적인 부담을 준다. 잠재성장률은 동원 가능한 노동, 자본 등 생산요소를 투입해 인플레이션 등의 부작용 없이 최대로 이뤄낼 수 있는 성장률을 말한다.
14일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 민간연구기관 등에 따르면 2007년까지만 해도 4.5%∼5.0%에 이르렀던 잠재성장률은 올해 3%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적지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기관들이 기존에 내놓은 잠재성장률은 ▲1982∼1990년 8.6% ▲1991∼2000년 6.3% ▲2001∼2005년 4.4% ▲2006∼2010년 4.9% ▲2011∼2020년 4.3% ▲2021∼2030년 2.8% 등이었다.
이 예측치는 2006년말에 ‘비전 2030 민간작업단’이 만든 것으로 당시에 한국개발연구원(KDI), 조세연구원, 산업연구원(KIET), 직업능력개발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노동연구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국토연구원, 과학기술평가원, 삼성경제연구소 등의 전문가들과 전국 각 대학의 교수들이 참여했다.
그러나 연구기관들은 올 들어 잠재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2007년에는 잠재성장률을 4%대로 봤으나 작년에는 3.9%로, 올해는 3.7%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잠재성장률이 반등할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한번 떨어지면 산업구조의 전반적인 변화없이는 올라가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의 투자환경이 나쁜 게 가장 큰 원인”이라면서 “고용시장에서는 생산 가능 인구가 줄어들고 있고 기술적 혁신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은 “2007년까지만 해도 잠재성장률은 4%대였으나 경제위기 등으로 3%대로 하락했을 개연성이 크다”면서 “소비와 투자가 내년에도 계속 마이너스 행진을 하면 잠재성장률은 2%대로 추락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 본부장은 “가장 큰 문제는 투자가 안 되고 있다는 것이며 기업들의 투자가 진행되더라도 고용창출을 하는 신규투자가 아닌 인수합병(M&A)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비교적 보수적인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은행도 잠재성장률 추락에 대해 우려하고 규제완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재천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원래 잠재성장률을 4.5∼5.0%로 봤었으나 경제위기로 인해 상당폭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고 “앞으로 경제성장률이 위기극복과 함께 다시 올라간다고 장담할 수 없으며 경제주체들의 움직임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규제를 풀고 직업훈련 등을 통해 노동인력을 시장으로 끌어내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현욱 KDI 연구위원은 “잠재성장률이 금융위기 이후 조금 낮아졌을 것”이라면서 “3%대 가능성이 없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의 구조조정으로 기업 수가 많이 줄어든 것도 잠재성장률 하락의 원인”이라며서 “정부는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빨리 진척시키고 규제완화, 연구개발(R&D) 지원 등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