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무대서 한국 强小기업 ‘두각’

다날ㆍ슈프리마 등 품질 앞세워 점유율 확대

경제위기 속에서도 세계 초일류를 꿈꾸며 해외시장에서 선전하는 우리 중소기업 제품들이 있다.

14일 KOTRA가 발간한 보고서 ‘세계시장을 누비는 한국의 강소제품들’에 따르면, 기술, 품질, 마케팅 등에서 우위를 점하며 시장지배력을 강화하는 우리 중소기업 제품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주요 수출시장 20개국에서 선전 중인 31개 제품을 살펴보면 ‘신기술’로 무장했거나, 적절한 현지화 마케팅, 품질로 승부를 거는 등 나름대로 특징을 갖추고 있다.

신기술로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한국 제품들은 주로 IT 분야에서 나오고 있다. 한국 IT의 강함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6월 미국 시장에 휴대폰 결제시스템을 최초로 선보인 기업은 성남에 소재한 중소기업 다날(Danal)이다. 미국에 없는 기술이었기에 초기 진입이 어려웠지만 기술력과 사업모델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진출이 가능했다. 현지 벤처투자기업으로부터 600만달러의 투자유치에도 성공했다. 슈프리마(Suprema)의 지문인식 단말기는 세계 지문인식 알고리듬 경연대회(FVC2006) 1위를 차지한 상품으로 체코시장 진출 첫 해인 작년 10만유로를 수출했다. 노래방 기기를 만드는 금영은 노래방 문화의 발산지인 일본에 노래방 기기를 수출하고 있다. 인터넷, 온라인 게임을 접목한 콘텐츠 기술로 차별성을 확보한 결과다. GSM 이동통신 방식이 99%인 러시아 시장을 CDMA 모듈과 스마트폰으로 공략한 애니데이타는 2007년 2367만달러를 러시아에 수출했다. 중소기업이 IT분야에서 러시아에 단일 아이템으로 수출한 최대금액이다. 작년 3배 이상 커진 러시아 CDMA 이동통신시장에서 최강자로 자리매김했다.

현지화 마케팅은 주로 경쟁이 치열한 소비재 시장에서 큰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치밀한 현지 시장조사가 비결이다.

한경희생활과학은 미국 홈쇼핑 1위 업체인 QVC에 스팀 살균 청소기를 납품하고 있다. 카펫 바닥인 미국 가정에 적합한 바닥이 젖지 않는 스팀 살균 청소기를 개발한 덕이다. 이 제품의 올해 매출액이 5000만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다산기공은 일본 기업이 독차지하던 미국의 세탁소용 셔츠 프레스 머신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올해 150만달러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몸집이 큰 미국인들에 맞춰 스몰사이즈부터 엑스트라라쥐 사이즈 셔츠까지 이용가능 하도록 만든 것이 성공 요인이다. 에버피아(Everpia)는 베트남인들의 기호에 맞는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베트남 침구류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베트남 남부와 북부의 기후가 다른 점에 착안, 지방별 기후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고 디자인한 결과다. 하노이 소재 침구류 가게의 70%가 이 회사 브랜드인 에버론(Everon) 위조상품을 판매하고 있을 정도로 인기다. 지웰코리아는 홍콩의 좁은 주거공간을 감안해 기존 제품의 절반밖에 안 되는 공기청정기를 개발, 홍콩 소비자를 사로잡고 있다.

선진국 상품이 되기 위해서는 우수한 품질은 기본이다. 품질과 가격경쟁력으로 인정받는 제품은 분야에 상관없이 나타나고 있다.

삼정 캐리월드는 UAE의 블록성형용철받침 시장에서 점유율 50%를 차지하고 있다. 시멘트 블록, 보도블럭을 제조할 때 사용되는 제품으로 국제 규격인증을 통과한 고품질제품임에도 최대 경쟁자인 독일 제품에 비해서 10∼15% 저렴하다. 신성메이저는 산업용 장갑으로 프랑스 시장에서 10%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중국 제품에 비해 품질과 기술에서 월등한 것이 비결이다. 베코 인터내셔날은 고품질 고가원단으로 이탈리아 명품시장에 진입하는데 성공했다. 1년여의 품질 테스트를 거쳐 매출액이 1억달러가 넘는 이탈리아 패션업체에 납품하기로 한 것이다. 조르지오 아르마니, 막스마라 등 이탈리아의 세계적 명품 브랜드와의 거래도 추진 중이다.

이 밖에도 고품질 식품보관용기 제조업체인 락앤락(Lock & Lock)의 명성은 이미 세계적이다. 더 이상 숨겨진 챔피언이 아닐 정도로 전 세계 소비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더페이스샵(THEFACESHOP) 역시 중저가 제품이면서도 명품 이미지를 갖춘 화장품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권상우, 배용준 등 한류스타를 광고모델로 기용하여 현지 한류팬의 관심을 자극하고 있다.

KOTRA 조병휘 통상조사처장은 “마케팅 능력과 기술 수준이 향상되면서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우리 중소기업들이 늘고 있다”며 “이들의 사례가 우리 중소기업 전반으로 확산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