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정보 자원 이용 활성화 지상좌담회] `지식자원 강국으로 가는 길`

[지식정보 자원 이용 활성화 지상좌담회] `지식자원 강국으로 가는 길`

 지난 1999년 시작된 국가 지식정보 자원 구축사업이 올해로 11년째를 맞았다. 국가적으로 보존 및 이용가치가 높은 지식정보를 디지털화하면서 ‘국가지식포털’이라는 지식 보고(寶庫)가 면모를 갖추게 됐다.

 전자신문은 지난 3개월간 행정안전부·한국정보화진흥원과 공동으로 지식 보고 ‘국가지식포털’에 구축된 주옥 같은 지식정보를 시리즈로 소개했다. 역사·문화 등 인문학 지식에서 과학·기술에 이르기까지 국가지식포털에서는 그동안 쉽게 접할 수 없는 방대한 지식자원을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리즈에서 보여준 지식자원은 그야말로 ‘맛보기’에 불과했다. 현재 국가지식포털에는 2억9700만건에 달하는 지식자원이 수록돼 있다.

 이제 방대한 지식자원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가 중요한 과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 잘 구축된 지식자원을 잘 활용하면 학문·비즈니스·일상생활 등에서 무한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활용률이 높아지면서 보다 질 좋은 지식자원이 새롭게 구축되는 선순환 구조도 가능할 것이다. 전자신문은 이의 일환으로 ‘지식정보 자원 이용 활성화’를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를 가졌다. ‘지식자원 강국’으로 가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제시된 좌담회 현장을 지상중계한다.

 ◇사회(박승정 전자신문 정보미디어부장)=국가 차원에서 진행된 지식정보 자원 구축사업은 10년 넘게 장기간 지속되면서 상당한 성과물을 얻게 됐다. 방대한 지식정보 자원은 향후 우리나라가 지식사회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는 탄탄한 인프라가 될 것이다. 그동안 추진된 지식정보 자원 구축사업의 성과를 먼저 되짚어보자.

 ◇장광수(행정안전부 정보기반정책관)=1999년부터 국가적 보존과 이용가치가 높은 자료를 디지털화해 235개 사업에 총 3900억원을 투입했다. 이를 통해 약 2억9000만건의 방대한 지식자원을 구축했다. 구축된 지식자원은 ‘국가지식포털’ 등에서 국민을 상대로 서비스되면서 작년 월평균 이용 건수가 2500만건을 돌파했다. 지식자원 구축사업에는 146개 중소기업이 참여하고 2만여명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경제적인 성과도 거두었다.

 ◇남영준(중앙대 교수)=지식자원이 디지털화되면서 서지학을 비롯한 국학 분야 등 학술 분야 연구와 진흥에도 상당한 기여를 했다. 특히 일반인들의 활용이 극히 제한됐던 고전 원문 자료의 접근성이 높아진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는 콘텐츠산업의 원시 자료로 활용돼 다양하게 응용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했다. 정보자원 디지털화로 사회적 약자의 정보 접근성이 높아져 정보격차가 크게 해소된 것도 소중한 성과다.

 ◇김영주(SBSi 미디어사업실장)=10년 이상 일관된 정책으로 중요 지식자원을 축적하고 1200여개의 기관이 보유한 자료를 연계해 통합 제공하는 체계를 갖춘 것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이를 계기로 디지털 르네상스 시대를 주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사회=그러면 현재 지식정보 자원 대국민 서비스 체계는 어떤가.

 ◇장광수=2001년부터 산재한 지식정보 자원을 한곳에서 제공하는 국가지식포털을 운영 중이다. 국가지식포털에는 매년 구축된 지식자원이 업데이트되고 있으며 작년 말까지 총 1251개 지식정보 DB 보유기관과 연계해 통합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다음·엠파스·싸이월드 등 민간 포털과 연계해 서비스했다. 앞으로는 법령 해석·의약품·기상정보·유권해석 등 행정정보 DB도 연계해 서비스할 예정이다.

 ◇사회=지난 11년간 지식자원을 구축하면서 방대한 DB 인프라는 갖춰졌지만 아직 이용은 그렇게 활성화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용을 촉진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 있겠는가.

 ◇홍필기(서울디지털대 교수)=국가지식포털은 아직도 국민들에게는 다소 근엄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일반인들이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자료가 아직 적기 때문이다. 국가지식포털에는 지적 흥미를 자극하는 내용은 많지만 가벼운 미끼 정보나 현안, 치열한 논쟁 등으로 사람들을 이끄는 이슈 등이 부족하다.

 따라서 국가지식포털에 세계문화유산 등 대중적이면서도 국가적으로 자랑할 만한 자료를 전면에 내세워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신뢰성과 전문성을 갖춘 지식정보 자원의 장점을 특화·차별화하고 자원 성격에 맞는 고객 발굴과 타깃 마케팅을 추진해야 한다. 이제 국가지식포털은 인프라 중심에서 지식격차 해소, 지식도매상, 지식전파자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병선(다음 대외협력본부장)=민간사업자 시각에서는 잘 갖춰진 지식자원을 활용해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자료를 풍부하게 구성할 수 있다면 사업적인 활용 가치가 매우 높다. 따라서 지식자원을 가둬둘 것이 아니라 민간이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공급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민간 포털과 연동하면 활용도도 높아질 것이다. 다만 저작권 문제로 대중적 활용에 제약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DB 구축 단계부터 제도 정비 등으로 다양한 활용을 보장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고 지식자원이 민간에 개방되면 블로그·카페 등에서 민간의 창의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다.

 ◇사회=국민들이 보다 창의적이고 생산적으로 지식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간단하게 언급됐는데 좀 더 구체적인 방안이 없겠는가.

 ◇김영주=고객 접점에서 대중성이 높은 민간 포털 활용을 확대하고 국가지식포털은 지식 공급의 중간 전달자로서 포지셔닝을 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 지식자원을 영어로 서비스한다면 해외 거주 동포들에게 한민족의 동질성 함양과 우리 문화를 알리는 수단으로 파급력이 높을 것이다. 다국어 서비스는 신한류를 만드는 계기도 될 것이다.

 ◇전종수(한국정보화진흥원 단장)=국가 지식자원의 원문(원소스)을 민간에 제공해 부가가치재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식자원 유통시스템을 구축해 내달 오픈할 계획이다. 개인의 창의성과 상상력은 고전이나 민담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습득함으로써 생겨난다. 디지털화된 지식자원을 활용함으로써 소설·영화·아이디어 상품 개발 등 지식산업 전반의 발전을 도모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회=그래도 지식자원 구축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보다 양질의 자원을 더 많이 확보해야 한다. 앞으로 디지털화가 필요한 분야나 자원이 있다면.

 ◇남영준=저작권이 해결된 문학작품 등 국민들의 이용 수요가 높은 자료를 보강할 필요가 있다. 또 각 부처·기관 등에서 보유한 양질의 지식자원을 국가지식포털에 계속 연계해야 한다. 그동안 구축된 유학 자료와 같은 고문헌의 완성도를 높일 필요도 있다. 예를 들면 유학 자료를 안동 퇴계학·경남 남명학·기호 유학 등 지역별 대표 고문헌을 확충하는 식이다.

 ◇사회=지식자원 활용에 여러 가지 아이디어와 제안이 나왔다. 주무부처인 행안부는 이 같은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장광수=정부가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구축하는 지식정보 자원은 현재 그리고 미래 세대에 유용한 자료로 활용될 뿐만 아니라 국가적 보존 가치도 매우 높다. 일각에서는 이 사업을 단순한 DB 구축이나 일자리 창출 수단으로 인식하지만 이는 지식자원의 가치 창출 측면을 도외시한 결과다. 따라서 오늘 제기된 지식자원의 디지털화 범위를 서울 중심에서 지역으로 확대해 국가 전체의 지식지도가 그려질 수 있도록 하겠다. 지식자원 메타데이터 정비, 검색 속도 개선 등 이용 편리성 제고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산업적 측면을 고려해 DB 재가공, 유통체계 구축 등을 강화해 고부가가치 서비스 창출을 유도하겠다.

 ◇사회=마지막으로 지식정보 자원 구축 및 관리사업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제시해달라.

 ◇홍필기=지식자원 저작권 문제는 개별기관보다는 전담기관의 주도하에 관계기관이 참여해 공동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지식사업의 성과를 이용 건수로 측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식자원의 보존적 측면과 사회·경제·문화·교육 등 국가 전반에 활용될 수 있는 무형의 가치를 성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김영주=지식자원을 ‘와서 봐라’는 식이 아니라 시장과 고객을 찾아서 서비스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서비스 주체가 누구인지에 고객은 관심이 별로 없기 때문에 과감하게 서비스를 개방할 필요가 있다. 현재 지식자원 디지털화 사업에 3900억원이 투입됐으나 오프라인 박물관 하나 건립하는 비용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국가적 보존 및 활용가치가 높은 자료의 디지털화 중요성을 감안할 때 투입 예산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

 ◇전종수=지식정보 자원 관리사업으로 지식자원의 생성·가공·유통·활용 등 지식생태계의 원활한 순환이 가능해졌다. 지식사업은 녹색정보화를 실현하는 대표적 전략사업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그동안 구축한 디지털 지식자원을 잘 다듬어서 다양한 디바이스에서도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토털 서비스 창구 구축에 대한 고민도 이제 시작해야 한다.

 ◇장광수=작년부터 지식DB 구축을 당해연도 지정 방식에서 중장기 계획에 따라 다년도 지정 방식으로 변환해 분야별로 보다 체계적으로 구축 중이다. 향후 사용자 중심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고하고 산업적 활용을 강화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보다 많은 예산을 반영할 수 있는 조치도 강구할 방침이다.

 ◇남영준=정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예산 확보 뿐만 아니라 저작권 등 정책적 지원도 중요하다. 지식자원이 공공·민간·개인 등 국가 사회 전반에 활용되는 자생력을 갖출 때까지 정부 주도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지식정보 관리사업이 세계적인 성공모델이 될 수 있도록 정부가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사회=오늘 좌담회로 우리나라가 지식정보사회로 도약하는 기반으로서 국가 지식자원 관리사업은 매우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그동안 구축된 자원 활용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도 다각도로 제시됐다. 이런 제안을 바탕으로 정부가 지식자원 관리사업을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강화해줄 것을 기대해본다. 이른 시간 장시간에 걸쳐 토론에 임해주셔서 감사하다.

 정리=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