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확실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
“에릭슨 회장이 15억달러가 될 수도 있고, 20억달러가 될 수도 있다고 분명히 밝혔다.”
에릭슨의 한국 투자 규모를 놓고 정부와 에릭슨 측의 말이 엇갈리고 있다.
발단은 14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기사다. FT는 에릭슨이 한국에 15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는 한국 측 발표에 비요른 알덴 에릭슨코리아 사장의 발언을 인용해 ‘에릭슨이 구체적인 수치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FT는 또 ‘컴피턴시 센터’ 대신 ‘R&D 센터’라는 용어를 쓴 것에 에릭슨이 불만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이 보도내용이 알려지자 청와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즉각 해명자료를 배포했다.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스 베스트베리 에릭슨 CEO와의 만남에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전날 최시중 방통위원장과 한스 베스트베리 에릭슨 CEO와의 만남에서 제시된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에릭슨 CEO가 최시중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 배석한 우리 측 한 실무자가 인력 1000명 규모의 ‘컴피턴시 센터’를 둔다는 계획이 금액으로는 어느 정도나 될지를 물었으며, 에릭슨 회장이 시장상황에 따라 15억달러가 될 수 있고 20억달러가 될 수 있다고 답변했다”며 “청와대 발표자료는 이를 기초로 대략적인 예시금액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의 관계자는 “당초 보도자료에는 투자 금액이 언급되지 않았으나 전날 최시중 위원장과 에릭슨 CEO의 만남에서 투자 금액을 추정할 수 있는 내용이 언급됨에 따라 이를 추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에릭슨 측은 일본에 투자한 것과 비슷한 규모의 투자를 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다”며 “투자는 에릭슨이 먼저 요청했으며 FT 기사를 이해할 수 없다”고 강한 어조로 얘기했다.
청와대는 또 “컴피턴시 센터라는 용어가 우리나라에는 생소한 용어기 때문에 일반적인 R&D 센터로 언급하겠다는 점을 에릭슨 측과 협의했다”며 “수치를 중시하는 우리나라의 언론관행과 취지에 중심을 둔 해외 언론의 문화 차이에 의한 보도 관행으로 발생한 해프닝”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FT 보도내용이 우리나라 정부를 압박하려는 기사라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시각을 견지해온 FT와 와이브로에서 LTE로 한국의 4세대 이동통신 무게 중심축 이동을 기대하는 에릭슨 측의 입장이 교묘하게 맞아떨어졌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비요른 알덴 에릭슨코리아 지사장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아직까지 확실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며 “우리가 얼마나 투자하는지는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기회를 주는지에 달려 있다”며 마치 한국정부를 압박하는 뉘앙스를 풍겼다. 에릭슨코리아는 이에대해 "인력규모는 1000명 수준으로 늘려가겠지만 정확한 투자 규모는 향후 프로젝트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이날 뒤늦게 해명했다. 주목할 점은 정부도 이번 투자건이 구속력이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는 점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에릭슨이 현재로선 이러한 투자 계획을 갖고 있더라도 우리나라의 4세대 주파수 정책(LTE) 진전에 따라 에릭슨의 투자 규모는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LTE 확산을 위한 에릭슨의 투자 ‘쇼’라는지, ‘대규모 외자 투자 유치가 절실한 정부의 ‘과욕’이라는 비판이 언제든 도마에 오를 수 있는 대목이다.
심규호·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