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히트 `아이폰`, 한국서 성공할까

전 세계적으로 크게 성공을 거둔 애플의 아이폰이 조만간 국내에 도입될 예정인 가운데 과연 아이폰이 국내에서 성공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아이폰은 3세대 이동통신은 물론 KT의 근거리 무선통신인 ‘네스팟’과 같은 와이파이(Wi-Fi)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데다 멀티터치가 가능해 출시되자마자 전 세계적으로 인기몰이를 해왔다. 그러나 국내에 출시될 아이폰은 와이파이 기능이 제한되는데다가 KT, SKT 등 이통사들이 무선 데이터시장의 위축을 우려, 자사 가입자만을 대상으로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월드 가든(Walled Garden)’ 서비스를 상당기간 유지할 방침이어서 현재로서는 선뜻 아이폰의 한국시장 진출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구나 이통사들은 범용가입자 식별모듈(USIM) 개방의 제한, 무선인터넷 표준 부재 등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어 아이폰이 해외에서의 명성을 한국에서 그대로 이어가기에는 상당히 어려운 여건이다.

◇해외서 구입한 아이폰, 쓸 수 없나?=홍콩, 유럽 등에서는 자국에서 정식 발매되지 않은 해외 단말기라 할지라도 USIM(범용가입자 식별모듈)칩만 꽂으면 자국 이동통신사를 통해 개통해 쓸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해외에서 구입한 아이폰을 사용할 방법이 없다. SK텔레콤, KT 등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단말기의 국제모바일기기식별번호(IMEI)를 이용해 자사의 서버에 등록되지 않은 단말기의 망 접근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원래 IMEI는 불법복제를 막기 위해 각 단말기에 부여하는 번호로 일반인들에게는 공개하지 않는데 국내 이통사들은 관련법상 단말기 개통 등의 업무를 위해 관련 정보를 알 수 있다. 그런데 2세대 때와는 달리 현행 3세대에서는 가입자 정보가 담긴 USIM칩의 관리를 통해 불법복제를 차단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IMEI로 단말기를 차단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이통사들이 법적 권리를 남용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보통 외산 단말기의 경우 해외 제조업체와 국내 이통사가 함께 전파인증을 받고 IMEI 등록도 거치게 되는데 애플은 유례없이 전파인증을 단독으로 승인받았다. 이 때문에 SK텔레콤 등 일부 이통사들은 정식 발매 여부와 별도로 아이폰 IMEI의 자사 서버 등록을 진행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용자들의 정식 요청이 있을 경우 회사와 정식 발매가 진행된 단말기가 아니라도 간혹 IMEI의 서버 등록을 해주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통사 독점 경쟁은 왜?=국내에는 지난해 8월부터 SKT와 KT 가입자 간 USIM이 개방됐다. 그렇다면 두 이통사 중 한 곳에서만 아이폰이 출시되더라도 USIM칩으로 양쪽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는데 굳이 특정 통신사의 아이폰 출시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에서 여러 가지 제약으로 USIM을 통한 기기변경이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 이통사는 가입 후 일정기간이 지나야 자사 USIM에 타사 기기를 끼워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또 해외와 달리 USIM칩 만을 단말기와 별도로 판매하지 않는 것도 걸림돌이다. 더욱이 국내 이통사는 멀티미디어 메시지 서비스(MMS)와 무선인터넷에 대한 표준을 마련하지 않은 채 각자 다른 방식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기 때문에 USIM칩만 바꿔서 기기변경을 하면 무선인터넷 등 일부서비스가 작동되지 않는다. 방통위 관계자는 “현재 이통사 간 USIM 변경의 활성화를 가로막는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해 알고 있다”며 “USIM 개방 이후 1년을 점검하는 차원에서 시장현황을 조사해 개선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