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현상의 골프세상] 지은희의 벙커샷

 지난주에 끝난 미국 여자오픈 우승은 우리나라의 지은희 선수가 차지했다. 마지막조로 출전했던 지은희 선수가 18번 홀에서 극적인 6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역전 우승했다. 이 과정에서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후반 첫 번째 홀, 245야드 짧은 파4 홀에서 드라이브 샷을 그린 앞쪽에 있는 벙커에 빠뜨리는 바람에 더블 보기를 범하고 선두와 세 타 차이로 벌어지게 되었을 때, 관전자들은 모두 이제 우승은 물 건너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후반 13번 홀부터 추격에 시동을 걸어 결국 우승컵을 차지하고 53만달러, 약 7억원에 상당하는 우승 상금을 거머쥐었다.

 후반 첫 번째 홀에서 지은희 선수의 실수는 우리 같은 아마추어 골퍼에게 참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30m 벙커 샷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지가 지은희 선수의 첫 번째 레슨이다. 30m 벙커 샷은 프로선수라고 해도 쉽지 않다. 더블 보기 스토리의 시작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지은희 선수 역시 이 함정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다. 약간 두껍게 맞은 첫 번째 벙커 샷은 10야드 정도 짧아서 그린 바로 앞에 있는 두 번째 벙커에 빠지고 말았다. 이런 30m 벙커 샷을 처리하는 요령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샌드웨지를 들고 볼을 바로 때리는 방법이다.

 제대로 맞히기만 하면 백스핀도 정확히 먹고, 거리도 맞출 수 있지만 아마추어 골퍼들은 모래에 얹힌 볼을 정확히 맞히기가 대단히 어렵다. 또 다른 하나는 9번 아이언을 들고 평상시처럼 볼의 뒤쪽을 파고드는 벙커샷을 하는 것이다. 대체로 30∼40야드 날아간다. 이 방법으로 하면 그린에 떨어졌을 때 상당히 많이 굴러가기 때문에 핀이 그린 반대쪽에 있으면 모를까 벙커 쪽에 핀이 꽂혀 있을 때는 파를 잡기 불가능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그래서 프로선수들은 이런 벙커샷을 하지 않는다. 세 번째 방법은 프로 선수만이 가능한 벙커샷인데 샌드웨지나 52도 웨지를 들고 볼 바로 뒤쪽의 모래를 가격하는 것이다. 거의 몇 ㎜ 차이로 모래를 파고들어야 하기 때문에 웬만한 정확성이 아니라면 쉽게 시도하기 어렵다. 지은희 선수가 선택했던 방법이 바로 세 번째 샷이었다. 몇 ㎜ 차이로 두껍게 들어갔기 때문에 10야드 정도 짧아져서 또 벙커에 빠진 것이다.

 30m 벙커샷이 남은 상황에서 아마추어 골퍼라면 무조건 두 번째 요령, 즉 9번 아이언을 들고 그린에 올리는 전략이 최선이다. 이런 상황에 빠지게 되면 파를 노리지 말고 보기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옳다. 이것을 무리해서 파를 잡거나 버디를 잡겠다고 우기면 골프의 신은 우리에게 더블 보기, 트리플 보기를 내려준다. 프로선수조차 실수를 하는데 연습량이 터무니 없이 부족한 아마추어 골퍼가 30m 벙커샷을 때려 핀 옆에 붙인다는 것은 꿈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자기 주제를 알고, 마음을 비우는 것이 아마추어 골퍼의 스코어 지키는 요령이다.

 이 홀에서의 지은희 선수의 두 번째 레슨은 그린 사이드 벙커에서 5m 벙커샷을 때리는 요령이다. 지은희 선수의 두 번째 샷이 그린 사이드 벙커에 빠졌을 때, 핀은 벙커 쪽에 꽂혀 있었고 거리는 5m 남짓이었다. 이 샷으로 핀에 붙여서 파를 잡으려는 지은희 선수의 시도는 또 짧아져서 그린에 올리지 못하고 그린 사이드 러프에서 네 번째 샷을 하는 것으로 귀결됐다.

 아마추어가 항상 빠지는 함정이 5m 이내의 짧은 벙커샷이다. 어찌어찌 핀에 붙이려고 힘을 줄여 치다가 그린에 올리지도 못하고 벙커에 도로 빠져버리는 것이 일상다반사다. 이때에도 아마추어 골퍼라면 힘을 줄여서 핀에 붙일 생각을 버리고 “자기 주제를 알고 마음을 비운다”가 정답이다. 아무리 5m 이내의 벙커샷이라고 해도 평상시처럼 10m 보내는 벙커 샷을 때려야만 한다. 일단 그린에 올려놓고 퍼트로 파를 노리는 것이 정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