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보안업체들이 출혈 경쟁을 지양, 협업모델로 마케팅과 기술 부문에 걸친 공동연합전선을 구축했다.
이들 업체는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 등의 이슈가 불거지자 경쟁보다는 각자 강점을 가진 분야에 집중한 협력을 기반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시장을 키우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다. 업체가 난립해 과당경쟁을 벌이는 보안업계에 등장한 새로운 ‘중소기업 간 상생모델’이다.
잉카인터넷(대표 주영흠)과 틸론(대표 최백준), 솔루세움(대표 서동현) 3사는 DDoS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각사 제품을 통합해 판매하는 협력사업을 시작한다고 16일 밝혔다. 3사는 잉카인터넷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SaaS)형 보안서비스 ‘엔프로텍트(nProtect) AVS SMB’에 틸론의 망 가상화 솔루션과 솔루세움 PC 복구 솔루션을 결합해 ‘DDoS 공격 대응용 통합 솔루션’을 내놓기로 했다. 중소 보안업체들이 출혈경쟁을 멈추고 통합솔루션으로 시장확산 및 시장 공동개척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협업 사례는 각각 강점을 지닌 기술을 합치고 통합 마케팅을 지향하는 것으로 보안업계에 매우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엔프로텍트 AVS SMB 솔루션은 지역 및 위치에 상관없이 중앙 관제 서버를 이용해 전 사 PC의 일괄적인 보안 취약점을 통제할 수 있다. 솔루세움은 PC·서버 등에서 발생하는 소프트웨어적 장애를 1초 이내에 복구할 수 있는 시스템 즉시복구솔루션을, 틸론은 사용자 인터넷 환경을 가상화해 시스템 해킹 및 바이러스, DDoS 공격 등의 악성코드 침입을 원천 차단한다.
최백준 틸론 사장은 “보안 3단계는 예방과 대응, 복구로 나눌 수 있는데 예방은 틸론이, 대응은 잉카인터넷이, 복구는 솔루세움이 담당하는 형태”라며 “기업용 시장뿐만 아니라 일반인을 위한 솔루션을 9월께 출시할 예정이며 일본·중국 해외 동반진출도 모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제이컴정보(대표 문재웅)와 컴트루테크놀로지(대표 박노현)도 DDoS 공격 대응에서 협력한다. 제이컴정보는 관제솔루션을, 컴트루테크는 DDoS 공격을 막아주는 장비를 결합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양사는 지난 5월 제이컴정보가 일본에 진출하면서부터 손을 잡았고, 최근 국내 이슈에 맞춰 협력을 더욱 확대하기로 했다.
크리니티(대표 유병선)와 이니텍(대표 김중태), 잉카인터넷, 테르텐(대표 윤석구)도 각사 보안솔루션을 결합했다. 크리니티 메일 보안과 이니텍 인증 보안, 잉카인터넷 키보드 보안, 테르텐 저작권 웹브라우저 보안 솔루션을 합치는 방식이다. 이들은 상반기에만 노동부와 국방부·제주자치도 등 공동기관 대상 메일보안 프로젝트를 연이어 수주하는 성과를 냈다. 유병선 크리니티 사장은 “국정원의 ‘상용 e메일 접근차단 가이드라인’을 충족하기 위해 회사에는 없는 새로운 솔루션이 필요했다”며 “모든 것을 자체 개발하면서 시간과 비용을 쓰는 것보다 주변 업체와 손잡는 쪽을 택했다”고 말했다.
보안업계는 출혈경쟁이 많은 대표적인 업종으로 꼽혀왔다. 최근 일고 있는 업계 공동 상품개발과 시장개척은 열악한 이 시장에서 새로운 상생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문재웅 제이컴정보 사장은 “중소기업이 강점 있는 기술과 제품을 합치고 함께 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다른 업계에도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승규·장윤정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