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오는 10월 ‘윈도7’ 정식 발매에 앞서 사전 주문시 50% 이상 할인하는 ‘선(先) 할인 이벤트’를 펼치면서 한국을 제외했다. 이에 따라 일반 소비자와 주문자상표부착(OEM) 계약 대상이 아닌 조립업체들과 PC방업체들은 운용체계(OS)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사실상 박탈당해 MS가 충성도가 높은 한국시장을 홀대한다는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MS는 오는 10월 22일 윈도 7 정식 발매를 앞두고 ‘선 할인 이벤트’를 미국·일본·캐나다·영국·프랑스·독일 등 6개국에서만 하는 것으로 확정했다.
해당 국가의 소비자들은 윈도비스타 홈프리미엄 버전을 윈도 7로 업그레이드하는데 환율 1285원을 기준으로 6만4000원(49.99달러)을, 프로페셔널 버전은 12만8000원(99.99달러)을 내면 된다. 반면, 한국 소비자들은 이 같은 혜택을 받지 못한다. 정식 발매 이후 홈프리미엄 버전과 프로페셔녈 버전 업그레이드에 각각 15만4000원(119.99달러)과 25만7000원(199.99달러)를 내야 한다. 1인당 9만원에서 13만원 가량 더 싸게 살 기회가 박탈된 셈이다.
업계는 직접 정품 OS를 사서 사용하는 개인 고객이 PC 이용자의 10% 정도는 될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의 PC·인터넷 관련 시장조사기관인 ‘컴퓨터산업연감사(CIAI)’에 따르면 한국의 PC보유대수는 3487만대로, 개인 OS 고객은 약 30만 정도로 예상된다. 전문 PC 기업이 아닌 영세한 조립업체나 PC방 업체들이 개별 구매 대상으로, 총 30∼40만 대 정도의 수요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계산은 어렵지만 60∼70만이 이번 혜택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어, 700억원 안팎의 손실을 예상할 수 있다”며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는 한국시장에서 지나친 처사”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에서 MS 윈도의 시장점유율은 99%에 달한다. 세계 평균 86% 보다 무려 13%포인트나 높다.
일각에선 MS의 차별적 가격정책이 소프트웨어 불법복제가 만연한 한국적 현실을 반영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러나 MS가 한국보다 불법복제율이 높은 중국에 홈프리미엄 버전보다 4∼5만원 가량 저렴한 윈도 7 홈베이직 버전을 출시할 계획이다. 윈도 7 홈베이직 버전은 중국 외 인도·베트남 등 신흥국가 중심으로 공급된다.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비싼 홈프리미엄 버전을 내놓는다.
국내 한 PC조립업체 관계자는 “MS가 일부 국가에 제시한 할인가격인 5∼7만원대면 정품 윈도 7을 직접 구매해 소비자들에 권해볼 만 하다”며 “비싼 OS비용으로 조립 PC업체의 마진율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토로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MS가 취한 일련의 조치는 충성스런 한국 고객을 철저히 무시한다는 방증”이라면서 “MS윈도가 전 국민이 사용하는 필수재로 뿌리내린 만큼, 정부 차원의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MS 관계자는 “할인이벤트는 본사 차원에서 선택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라면서 “한국에서 별도의 할인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문제는 아직 구체적으로 검토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