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도 오는 2020년까지 국내 원전에서 나오는 사용후 핵연료의 영구처분 방안이 마련돼야 하는 상황임에도 우리나라의 사용후 핵연료 처리 기술이 낙제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19일 조선대 송종순 교수(원자력공학)가 이끄는 연구팀이 지난 3월 지식경제부에 제출한 ’방사성 폐기물 산업기반 조성을 위한 연구개발 추진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사용후 핵연료인 고준위 폐기물 처리 기술에 대한 평가에서 매우 낮은 점수가 매겨졌다.
연구팀은 선진국의 기술 수준을 90∼100%로 놓고 65∼80%를 중진국 수준, 30∼50%를 후진국 수준으로 규정했다.
이 기준을 토대로 평가한 결과 우리나라는 안전성 평가 기술에선 65%로 비교적 높았지만, 시스템 설계 및 성능평가 기술에선 60% 선에 머물렀고, 특히 지하 실증실험 기술 분야에선 35%로 처졌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해 “깊은 지하에서의 건설 경험이 없어 비용 평가를 위한 기초자료가 부족하고 큰 비용이 요구되는 실증 관련 연구 경험도 매우 부족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고준위 폐기물의 운반 관련 기술 중 일부 국산화가 이뤄진 운반용기 설계기술은 70%로 나타났지만, 운반 위험도 평가 및 운반 소재 기술은 50~40% 선에 그친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또 사용후 핵연료의 운반 시나리오가 2종에 불과했고, 그나마도 1995년 마련된 시나리오는 데이터가 너무 오래됐으며, 2008년 시나리오에선 기술적으로 심층적인 분석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내달부터 공론화가 시작될 사용후 핵연료의 중간 저장 기술도 일천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보고서는 중간 저장 시설의 안전성 및 건전성 평가 기술 개발이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하고 분야별 확보 기술을 유기적으로 융합하는 기술과 경험을 보유하지 못한 단계라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방사능 폐기물 처리는 원전의 비중 확대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매우 중요한 분야”라며 “중장기적인 연구개발(R&D) 전략을 수립해 체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원자력연구원은 국내 원전에서 나오는 사용후 핵연료의 처분 적기 등을 고려할 때 임시 보관 체계를 영구 처분 시스템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늦어도 2020년까지는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