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는 최근 좀 별난 반상회를 열어 시선을 끌었다. 지역 케이블TV 방송과 손잡고 TV로 원격에서 반상회를 열었다. 특정 아파트와 연립 주택에 모여서 요구르트와 과일을 나눠 먹는 ‘집합 반상회’ 개념을 무너뜨린 것이다. 서초구는 50분 동안 지역 방송을 통해 다양한 구정을 소개하고 이와 관련한 지역 주민의 궁금증을 풀어 주었다. 서초 구청장과 구청 간부가 직접 나와 주민 관심이 많은 반포천과 서리풀공원 정비 사업에 대해 설명했다. 이른바 ‘TV 반상회’ 시대가 열린 것이다.
◇거실 혁명의 주역, 홈네트워크=네트워크로 각 가정이 하나로 묶이면서 거실 문화가 바뀌고 있다. 집안의 가전과 디지털 기기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언제 어디서나 제어하는 홈네트워크 기술이 새로운 주거문화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홈네트워크는 도입 초기만 해도 가전 제품을 제어하는 ‘홈 오토메이션’ 수준이었다. 그러나 네트워크 기술이 빠르게 발달하면서 외부인 침입과 화재·가스 누출을 탐지하는 홈 시큐리티에서 네트워크를 통해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공유하는 홈 엔터테인먼트, 원격 진료를 제공하는 홈 헬스케어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확장했다. 거실에서 TV로 모든 서비스를 이용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수준까지 진화했다.
먼저 홈네트워크로 안전한 삶이 가능해졌다. 홈 시큐리티 서비스는 외부 침입자가 발생하면 거주자에게 메시지를 보내 주는 동시에 전문 경비업체에 전달해 준다. 분실물 도난과 화재와 같은 사태가 발생하면 거실 곳곳에 있는 센서가 작동해 자동으로 소방서에 알림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근 화두인 에너지 소비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집안에서 사용하는 에너지 양과 가전 제품별 대기 전력량을 홈 서버가 알아채고 과도하게 에너지를 소비하면 자동으로 조절해 준다.
거실 혹은 안방 TV를 통해 영화·교육 등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나아가 월 패드나 TV로 소파에서 전자 제품까지 제어할 수 있다.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외출 후에는 가정의 가스와 소등 상황 등을 항상 점검하고 혹시 발생할 수 있는 실수를 줄여 준다. 엔터테인먼트 기능도 빼놓을 수 없다. IPTV·영상전화·디지털액자 등을 제어해 자기 취향에 맞는 영화·음악 등 다양한 콘텐츠를 자유롭게 올리고 내려받을 수 있다. 안방에 앉아 TV 리모컨만을 돌리던 수동적인 소비자가 보다 적극적으로 구매하고 선택할 수 있는 능동적인 소비자로 바뀐 것이다.
◇기술·표준 경쟁 점화=홈네트워크 기술은 현재 외부 망과 가정을 연결하고 융합 콘텐츠를 기반으로 지능형 홈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하는 홈 플랫폼 기술, 거실 내 기기를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유·무선 홈네트워킹 기술, TV 등 정보 가전을 지능화한 지능형 정보 가전 기술,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제공해 주는 지능형 단말 기술 등 네 가지 방향으로 기술 경쟁이 진행 중이다.
해외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IBM·인텔·시스코·에릭슨·모토로라·소니·샤프 등 글로벌 전자·미디어 기업 주도로 개발이 진행 중이며 국내에서도 KT·삼성전자·LG전자·SK텔레콤 등 통신사업자와 서울통신기술·현대통신·코콤 등 지능형 네트워크 전문 기업 중심으로 주도권 경쟁이 불 붙었다.
오세영 서울통신기술 대표는 “집안에 있는 PC·디지털카메라·MP3플레이어 등 모든 디지털 가전기기를 하나로 묶고 그 안에서 정보를 공유하는 시대가 열렸다”라며 “홈 서버에 영화·음악·사진·게임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저장해 놓고 언제 어디서든 감상할 수 있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거실 표준을 잡기 위한 각 국가의 단체별 합종연횡도 거세다. 지능형 홈네트워크 표준 개발을 위해 일본은 에코넷(ECHONET), 중국은 IGRS, 유럽은 코넥스(Konnex)를 설립했다. 국내에서도 홈네트워크산업협회 산하에 표준 전담 기관인 ‘홈네트워크 포럼’을 결성하고 홈네트워크 배관 배선, 주거용 건물의 통합 세대 단자함, 지능형 홈네트워크 서비스를 위한 인터페이스 표준을 개발 중이다. 이와 별도로 아시아 지역 지능형 홈네트워크 표준화를 위해 한국 홈네트워크포럼, 일본 에코넷, 중국 IGRS 등이 ‘아시아 홈네트워크 협의회’를 발족했다.
◇성큼 다가온 ‘스마트 홈’ 시대=홈 서비스 중 가장 급성장이 예상되는 분야는 홈 엔터테인먼트다. 정보 가전과 휴대 단말 기술로 다양한 멀티 콘텐츠를 집안에서나 혹은 이동할 때 즐기는 시대가 열렸다. 화면도 2차원(2D)에서 벗어나 최근 관심이 높은 3차원(3D), 나아가 4차원(4D)과 같은 실감 미디어까지 등장했다. 이는 홈네트워크 기술이 유·무선을 통틀어 대용량 멀티미디어 파일을 전송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기존 휴대 단말 기술도 게임·통신·인터넷 중심에서 소비자 주거 환경과 관련한 기기와 정보를 직접 제어하고 이용할 수 있는 쪽으로 진화했다.
산업계에서는 TV 등 정보 가전을 중심으로 한 지능형 홈 중심에서 스마트 그리드, 에너지 관리와 절감 흐름까지 반영하는 ‘스마트 홈’으로 홈네트워크 기술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예측했다.
도철구 홈 네트워크산업협회 실장은 “스마트 홈은 지능형 정보·가전·통신기기와 기술에 기반을 둔 거실 중심의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분야를 말하며 미래형 녹색 주거 환경을 구축하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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