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공사가 콜롬비아 석유광구 CPO2와 CPO3의 원유탐사 성공확률(발견확률)을 임의로 높여 계약함으로써 콜롬비아 정부에 3000만 달러(약 377억원)나 더 많은 돈을 준 것으로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감사원의 20일 석유공사 기관운영감사 결과에 따르면 이 공사 신규사업팀은 지난해 10월 현지조사를 거쳐 콜롬비아 CPO2와 CPO3 광구의 원유탐사 성공확률은 ‘25%’라는 기술평가 보고서를 제출했다. 성공확률 ‘25%’를 근거로 콜롬비아가 입찰조건으로 제시한 분배 몫(원유생산량의 20% 이상)을 제공할 경우, CPO2광구와 CPO3광구는 각각 기대현금흐름이 -5만2500달러, CPO3광구 -42만달러 이하로 수익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두 광구는 콜롬비아에 주는 몫을 15% 이하로 할 때에만 사업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직원 A씨는 기술회의를 열어 “기술평가 보고서의 원유탐사 성공확률이 객관적인 근거도 없이 낮게 평가됐다”면서 원유탐사 성공확률을 ‘35%’로 변경하도록 유도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성공확률 ‘35%’를 근거로 사업성을 평가한 결과, 콜롬비아에 원유생산량의 25%를 제공하더라도 CPO2광구와 CPO3광구의 기대 현금흐름은 69만7500달러와 19만3500달러로 수익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이에 따라 분배 몫 25% 제공을 조건으로 하는 사업안을 채택하고 같은 해 12월 콜롬비아로부터 낙찰자로 통보받았으며, 이후 이사회 승인도 받지 않은 채 탐사계약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CPO3광구는 콜롬비아에 15%의 몫만 줘도 낙찰(단독입찰)받을 수 있는데도 석유공사는 분배 몫을 10%포인트(1440만 달러)나 더 주는 조건을 제시해 낙찰받았다”면서 “결국, 2개 광구 모두 원유가 발견되어도 분배 몫을 2919만 달러나 더 주게 돼 수익성 없는 광구사업을 추진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A씨에 대한 징계처분을 요구했다.
감사원은 또 석유공사가 1995년부터 석유수급 위기 시 60일분의 석유를 비축할 목적으로 제3차 정부석유비축계획을 추진 중이나 그동안 비축예산 부족 등으로 비축목표를 애초 1억5400만 배럴에서 5300만 배럴이나 축소된 1억100만 배럴로 하향 조정하고, 비축목표 달성연도도 당초 2005년에서 2010년으로 5년 연기했다고 밝혔다.
석유공사는 또 2004∼2005년에는 유가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비축유를 고가에 팔고 저가에 다시 구매해 차익을 얻을 목적으로 비축유 811만 배럴을 판매(2555억원)했으나 이후 국제유가가 크게 상승해 올해 3월 현재까지 비축유를 재구매하지 못하고 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2009년 3월 현재 정부석유비축량은 8056만 배럴에 불과한데다 올해는 100만 배럴만 사들일 수 있어 애초 계획한 2010년까지 비축목표량을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감사원은 아울러 “2010년 이후 제3차 석유비축계획이 재연장되더라도 현재 비축유 구입 예산(연 100만 배럴) 추세로 봤을 때 남은 물량(2044만 배럴)을 비축하는 데는 15∼20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