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 예산 3년째 `뒷걸음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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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각 부처가 기획재정부에 요구한 내년 전체 예산 신청액이 2009년보다 8%가량 늘어났음에도 정보화 예산 신청액은 오히려 1.6% 정도 준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적으로 각 부처가 요구한 금액에 비례해 기획재정부가 정보화 예산을 확정했던 관례에 비춰볼 때 내년 정보화 예산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 3년 연속 감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보화 예산 홀대론’이 또다시 부상할 전망이다.

 20일 정부 각 부처와 국가정보화추진위원회 등에 따르면 이달 초 기획재정부에 요청한 2010년 부처별 정보화 예산 합계(정보통신진흥기금 R&D 예산 제외)가 2조6545억여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전년 정보화 예산 신청액 합계 2조7000억여원보다 1.6% 줄어든 수치다.

 이에 비해 2010년 부처별 전체 예산 신청액은 298조5000억여원으로, 2009년 276조2000억여원보다 8%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기획재정부는 부처별 신청액을 기준으로 예산 심사에 착수해 다음 달 말 2010년 정부 예산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요구액 기준의 예산은 재정부 심사과정에서 대부분 삭감 절차를 밟아 대개 전년보다 예산을 늘려 신청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오히려 줄여 신청함으로써 최종 확정 예산도 줄어들 개연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각 부처가 요구한 정보화 예산 가운데는 재정부가 제시한 요구한도(실링)를 넘어선 분야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재정부의 대대적인 예산 삭감 우려도 고조됐다.

 각 부처가 이처럼 정보화 예산을 줄여 신청한 것은 현 정부 들어 전자정부 사업의 효율화를 강조하는 기조가 유지되면서 신규 사업을 새롭게 기획하기보다 기존 사업 중심으로 소극적인 예산을 편성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됐다. 실제로 내년 신청액 부처별 현황에서 보건복지부와 교육과학기술부가 각각 사회복지통합망과 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 등의 사업을 확대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계속사업’ 위주로 유지보수에 집중된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정보화는 기존 사업과 다른 사업을 연계하는 식의 효율화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인 것이 사실”이라며 “4대 강 살리기·녹색 성장 등 새정부 차원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대형 프로젝트에 한정된 예산이 우선 배정되면서 정보화 예산이 늘어날 여지가 없어진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국가정보화추진실무위원회 한 관계자는 “국가정보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정보화전략위원회 출범이 늦어지면서 아직 MB정부가 국가 어젠더로 제시할 정보화 사업의 윤곽이 나오지 않았다”며 “새 정보화 어젠더가 제시되면 관련 신규 사업이 쏟아져 2011년부터 예산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업계는 상반기 슈퍼추경에서 ‘디지털뉴딜’ 예산이 당초 계획의 3분의 1로 준 데 이어 내년 예산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지자 정보화분야 홀대가 지나치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소 소프트웨어업체 한 사장은 “2008년 MB정부가 출범하면서 감축기조로 돌아선 정보화 예산이 내년까지 줄면 정권 3년 내내 줄어드는 셈”이라며 “정보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 활력을 불어넣겠다던 MB정부의 약속도 구두선이 돼 가는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