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이르면 다음 달까지 개인 이용자가 PC 백신 등 보안솔루션을 설치하지 않으면 NHN 등 대형 포털이나 온라인게임처럼 방문자가 많은 홈페이지 접속을 차단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 대란의 매개체로 악용된 ‘좀비 PC’를 없애기 위해 인터넷 포털 등을 이용하는 개인의 PC에 백신설치를 의무화하겠다는 방안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방침은 네티즌의 자유로운 인터넷 이용을 침해할 수 있다는 논란을 불러올 수 있는데다 인터넷 업체도 고객 유치에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점에서 미온적인 태도여서 실제로 가시화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부는 지난 2003년 인터넷 대란 때에도 이 같은 정책을 추진했으나 외산 저가백신이 국내 시장을 잠식할 수 있는데다 네티즌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비판이 일면서 백지화했다.
20일 정부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방통위는 좀비 PC의 예방책으로 개인 PC에 백신 설치 의무화 방안을 마련 중이다.
방통위는 또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을 통해 포털 및 온라인게임 사이트를 패치할 때 백신 프로그램도 함께 내려받는 방식의 ‘정보보호통합에이전트’를 개발 및 보급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 중이다.
이 같은 방침은 이번 DDoS 대란이 개인 이용자가 PC 백신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 좀비 PC의 감염을 막고 치료에 나섰다면 훨씬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는 평가에 따른 것이다. 보안업계도 지난 2003년 ‘1·25 인터넷 대란’ 이후 비슷한 대책이 추진될 당시 외산 저가백신 범람을 우려해 반대했으나 최근 좀비 PC 예방 대안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이미 PC 백신은 무료 시장 중심으로 바뀌어 백신업계들은 백신은 공짜로 제공하는 대신 광고수익으로 매출을 맞추고 있다”면서 “1·25 대란 때와 시장 상황이 많이 달라진 만큼, 백신설치 의무화로 국민들의 보안수준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터넷업체들은 이 같은 정책이 자유로운 인터넷 이용을 가로막는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또 인권단체들도 지난 2003년과 마찬가지로 개인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라며 반발할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NHN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깨끗한 인터넷환경은 물론이고 좀비 PC 예방차원에서 백신설치 의무화는 선제적 조치인 동시에 효과적인 대안임에 틀림없다”면서도 “개인 이용자가 어느 정도 불편함을 겪을 수 있다는 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방통위 네트워크정책국 관계자는 “좀비 PC 예방책 중 하나로 개인 이용자의 PC에 백신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개인 이용자의 정보보호수준을 높이는 여러 안 중 하나로 이해해야 할 것”이라는 말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