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장 하드 완제품 `수난시대`

 하드디스크 가격은 오르지만 정작 완제품인 외장형 저장장치 가격은 떨어지고 있다.

 20일 용산 전자상가 등 유통업체에 따르면 하드디스크 부품 가격은 치솟고 있지만 이들 부품을 조립해 생산하는 외장형 저장장치는 가격이 지속적으로 내려가는 ‘가격 역주행’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실제 시장에서 수요가 가장 많은 320Gb 하드디스크는 올 초 7만원대로 형성됐던 가격이 7만5000원대까지 치솟았다. 일부 대용량 모델로 전환되는 제품을 제외하고도 하드디스크 가격이 2000∼3000원 가량 오른 셈이다. 이에 반해 완제품 가격은 기존 모델은 물론 최근 출시하는 대용량 하드디스크도 가격이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이에 따라 업체당 수익률도 예전에 비해 20∼30%가 줄었다.

 외장형 저장장치 완제품을 생산하는 업계 관계자는 “부품인 하드디스크 가격이 올랐지만 치열한 경쟁 때문에 가격을 쉽게 올리지 못하고 있다”며 “요즘은 팔아도 손해”라고 말했다.

 가격 역주행 현상의 근본 원인은 하드디스크 생산업계의 빗나간 수요 예측 때문이다. 히타치·웨스턴디지털·삼성전자 등 하드디스크 생산업체는 금융 위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4분기와 올 1분기 전체 생산량의 20%를 줄이는 감산 전략을 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하드디스크 수요가 예전만 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예측과 달리 하드디스크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었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TSR에 따르면 전체 하드디스크 시장은 2분기에도 1분기 대비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기가 높은 3.5인치 생산량도 7% 이상, 2.5인치도 원래 예상보다 20% 이상 늘었다. 이와 함께 업계에서는 하드디스크 제조사인 후지쯔와 도시바의 합병 등 구조조정 등이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하드디스크를 생산하는 한 업체는 “예상외로 수요가 높아 지난 2분기부터 감산에서 다시 증산 전략으로 돌아서 95%까지 생산을 늘렸다”며 “하지만 여전히 시장에서 수급 불균형은 일어나 하드디스크 가격이 당분간은 오름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현기자 argo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