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불황 속에 지난 1년 사이에만 20곳이 넘는 다국적 IT기업의 사장이 바뀌었다. 대부분 내부 승진 또는 다른 IT기업 출신 인사가 영입됐지만 급변한 시장 환경을 반영하듯 뜻밖의 카드가 나온 곳도 있다. 한국후지쯔의 첫 비IT기업 출신 김방신 사장과 한국넷앱의 첫 외국인 존 피트 사장이 그렇다. 각각 취임 한 달과 1년을 넘긴 다국적IT업계의 두 ‘이방인’ 사장을 만났다.
◇김방신 사장, ‘융합형 CEO가 뜬다’=지난달 취임한 김방신 한국후지쯔 사장은 앞서 현대자동차에서만 25년간 근무했다. 당연히 아직은 복잡한 IT 전문용어가 낯설기만 하다. 하지만 김 사장은 “자동차가 IT와 만나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가져왔듯 이제 CEO도 이종 간 교류 경험을갖춘 인물이 경쟁력을 지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현대차 마케팅 부문에서 활약하며 쌓은 경험을 살려 한국후지쯔의 마케팅 역량을 강화하고 융합형 비즈니스도 모색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무조건적으로 ‘현대 스타일’을 고집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김 사장은 “현대는 현대일 뿐 후지쯔와는 업종, 환경 모두 다르다”며 “‘빛을 부드럽게 하여 속세의 티끌과 같이 한다’는 ‘화광동진(和光同塵)’의 자세로 직원들과 모든 것을 함께 논의하며 침체된 한국후지쯔를 다이내믹한 기업으로 바꿔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김 사장은 최근 ‘변화 혁신 TFT’를 구성, 소속 팀원들이 기업문화 및 업무 프로세스 혁신안을 직접 만들어 올리도록 했다.
그는 “비IT기업 출신에 대한 우려 섞인 시각도 존재하는 만큼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실적 개선뿐 아니라 사회공헌, IT솔루션 역수출 확대 등에도 힘써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