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수준의 연구중심대학’(WCU) 사업으로 전국 13개 대학에 신설된 26개 학과·전공이 첫 신입생을 뽑았으나 사실상 모두 대량 미달사태를 맞았다.
이에 따라 5년간 8천250억원의 혈세를 투입해 첨단·학제간 연구분야를 키우겠다는 초대형 국책 교육사업이 ‘용두사미’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유려마저 나오고 있다.
22일 대학가에 따르면 올해 5월부터 첫 신입생 전형을 한 서울대의 WCU 신설 모집단위 7곳은 모두 석·박사과정 지원자 수가 정원에 미달했고, 평균 경쟁률도 0.3대 1 수준으로 매우 낮았다.
특히 하이브리드재료 전공 박사과정은 20명 모집에 2명, 바이오모듈레이션 전공 석사과정에는 27명 모집에 3명만이 지원해 경쟁률이 0.1대 1 수준에 그쳤다.
미달사태가 속출하자 서울대는 이달 초부터 생물물리 및 화학생물학과 등 4개 학과·전공에 대해 추가모집을 했으나 석사과정 지원율은 정원의 13%에 불과했고, 박사과정 지원자는 아예 한 명도 없었다.
집중적인 지원을 받은 서울대뿐 아니라 다른 대학의 WCU 신입생 모집 실적도 매우 저조했다.
연세대 계산과학공학과의 석·박사과정 경쟁률은 각각 0.35대 1, 0.2대 1이었으며, 융합오믹스·의생명과학과 지원율은 석·박사과정 모두 0.13대 1에 불과했다.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와 에너지과학과,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이화여대 바이오융합과학과,경희대 우주탐사학과, 건국대 양자상 및 소자 전공, 순천대 인쇄전자공학과 등도 지원자 수가 정원에 크게 못 미쳤다.
지난해 말 신설된 단국대 나노바이오의과학과는 올해 1학기 첫 신입생을 받은데 이어 2학기에 두번째로 신입생을 모집했음에도 끝내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고려대와 광주과학기술원은 WCU 신설 모집단위 지원율의 공개를 아예 거부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포스텍은 신입생 모집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모 대학 관계자는 “너무 서둘러 진행하느라 홍보가 제대로 안 됐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인 것 같다”며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몇년 만에 없어져 버리는 이상한 성격의 ‘1회용 학과’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첫 신입생 모집인 데다 2학기라 학부 졸업생 수도 적었기 때문”이라며 “ 이번 모집에서 미달한 인원이 충원될 내년 3월에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입생 선발을 성급히 진행했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당장 올해 2학기부터 거액을 들여 초빙한 해외 학자들이 한국에 들어오기 때문에 일단 신입생을 뽑도록 권고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