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강국코리아, 다시 시작이다] (8)이통요금 `거품`인가 `제값`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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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계청이 제공하는 국가통계포털의 생활물가지수에 따르면 2005년 물가지수 100을 기준으로, 1998년과 2008년 물가지수를 비교하면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요금 대부분이 상승한 것으로 드러났다.

 15개 서비스 요금 중 유선전화 기본요금과 시내외 요금, 이동통신 요금과 데이터통화 요금만이 제자리걸음 혹은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2008년 생활물가지수가 2005년 대비 12포인트, 10년 전인 1998년 대비 35포인트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2008년 이동전화 통화요금은 1998년 대비 39.8포인트 하락했고 2005년 대비 동일한 물가지수를 기록했다.

 이동전화 데이터 통화요금은 2000년 110원에서 2008년 73.7원으로 크게 낮아졌다.

 물가지수가 하락했다는 것은 동일한 서비스 가격이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10년 전과 비교, 동일한 서비스를 현재보다 저렴한 가격에 이용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동통신 요금 수준이 이처럼 게걸음 혹은 뒷걸음을 반복하는 데에는 이동통신 사업자의 요금 인하 노력은 물론이고 정부와 정치권, 시민단체의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요금 인하 요구, 사업자 간 경쟁을 통한 인하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저렴한 이동통신 요금 인하 실상은 KT경영경제연구소가 메릴린치 자료를 인용해 발표한 ‘주요 국가별 무선 시장 주요 지표’ 보고서에서 확인 가능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4분기 기준으로 분당 요금을 나타내는 RPM은 우리나라가 0.08달러로 발신자 과금 국가 7개 중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호주는 0.11달러, 영국과 핀란드가 각각 0.12달러, 프랑스는 0.14달러, 독일은 0.16달러, 일본은 0.26달러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의 월평균 이동통신 사용시간(MOU)은 320분으로, 가장 낮은 수준인 독일(102분)에 비해 3배 이상 높았다.

 우리나라에 이어 프랑스가 246분으로 조사됐고, 핀란드 244분, 호주 218분, 영국 192분, 일본 139분, 독일 102분 순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우리나라 사람의 이동통신 시간이 긴 이유는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요금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동통신 요금이 저렴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이면에는 이용자의 ‘과소비’를 반영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하다.

 단문문자메시지(SMS) 요금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SMS 요금은 건당 30원 수준이다. 그러나 OECD 30개 국가의 건당 평균요금은 122.4원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OECD 30개 국가 중 덴마크(25.6원) 다음으로 SMS 요금이 저렴하다.

 네덜란드(293.3원), 헝가리(206.4원)와 비교하면 각각 10분의 1, 7분의 1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동통신 사업자를 향한 요금 인하 요구는 빗발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물론이고 정치권, 시민단체 등은 이동통신 사업자가 요금을 지나치게 비싸게 받고 있다고 주장을 되풀이하곤 한다.

 비싼 요금에 기초, 독점적 이익을 향유하고 있다는 비난도 적지 않다. 망내 할인과 결합상품으로 인한 요금 절감 효과도 배제되기 일쑤다.

 하지만 이동통신 사업자는 우리나라 이동통신 요금이 외국에 비해 현저하게 저렴하다고 반박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낮은 수준인데도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다며 하소연할 정도다.

 우리나라 이동통신 요금 역사는 이동통신 요금 인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함께 이동통신 요금 인하가 이동통신 사업자의 ‘자율적’ 판단보다 ‘타율적’ 판단에 의해 진행됐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이동통신 요금 인하는 정부의 ‘물가 잡기’의 ‘희생양’이 되기 일쑤였고 정치권의 ‘포퓰리즘’ 정책에는 ‘제물’이 되곤 했다. 시민단체의 사회운동을 확대하는 ‘도화선’ 역할도 해야 했다.

 자의가 아닌 타율에 의한 이동통신 요금 인하는 다양한 문제를 야기한다.

 ‘이동통신 요금 인하 압박’은 이동통신 사업자의 자발적인 자율 의지를 꺾는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

 반복되는 강제적인 요금 인하 요구에 직면해 온 이동통신 사업자가 요금 인하 여력이 있어도 스스로 조정할 의지를 상실한다는 지적이다.

 시장 왜곡도 불가피한 문제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에게 부과되는 요금 규제가 후발사업자의 수익(?)을 보장해주는 ‘안전판’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요금을 인하하면 후발사업자는 적정한 수준에서 뒤따르곤 한다. 후발사업자를 선택한 가입자의 혜택이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선택한 가입자보다 상대적으로 축소되는 등 이용자 차별 현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동통신 사업자의 설비투자를 초과하는 마케팅 비용 지출과 연간 수천억원에 이르는 단말기 보조금 지급은 이동통신 요금 여력을 축소하는 악재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사실상 정체된 시장 환경에 이렇다 할 성장동력마저 찾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동통신 사업자를 향한 끊임없는 요금 인하 압력은 부담이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초기 투자를 비롯,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이동통신 사업자는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성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투자부담이 적지 않은 민간기업에 요금을 낮추고 이익을 일정 수준만 내라고 요구하는 게 부당할 뿐만 아니라 기업활동 자체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인기주의에 편승, 되풀이되는 이동통신 요금 인하를 둘러싼 ‘한건주의’도 더 이상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전문가들은 “지난 1997년 SK텔레콤이 옛 KTF와 LG텔레콤이 이동통신 시장에 진입한 이후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본료와 통화료를 내린 바 있다”며 시장 경쟁에 기초한 원리에 따르는 ‘순리’를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