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미디어법 놓고 진단 엇갈려

정부·여당의 미디어관련 법안이 22일 국회 본회의에 직권상정돼 통과됨에 따라 법안이 미디어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디어관련법은 정치권에서도 극단적인 대치상황을 가져온 ’뜨거운 감자’이지만 학계와 전문가 그룹에서도 찬반양론이 팽팽히 갈린 채 접점을 찾기 어려운 사안이었다.

여야 합의 속에 지난 3개월간 학자 등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미디어위원회가 꾸려져 활동했지만, 전문가들은 여야의 의견을 대변한 채 소모적으로 대치했다. 찬성 측에서는 미디어관련법이 방송·통신융합시대에 미디어산업을 활성화하고 소비자 편익을 도모할 것으로 전망하는 반면 반대 측에서는 여론 독과점이 심화되고 방송시장이 왜곡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디어관련법이 여야 합의 없이 본회의에서까지 강행처리됨에 따라 앞으로 정책의 전개과정에서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서비스 다양화..미디어산업 활성화=황근 선문대 교수는 “(미디어법이) 먹을거리가 부족한 미디어들에 사업 활로를 열어주는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언론사가 살아남게 되는 등 미디어산업 전체가 활성화되고 콘텐츠가 다양화돼 소비자들에게 이로울 것”이라고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법안 수정과정에서 규제가 더 강화된 듯한 인상을 주고 있어 원래 취지보다 법안의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면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기업들이 얼마나 의욕적으로 미디어산업에 참여할지는 미지수지만, 장벽을 헐었다는데 의미가 있고 향후 정책 방향에서 법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웅 한양대 교수는 “방송·통신융합시대에 통신기업과 신문사가 방송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불합리한 담을 쌓아놓은 상황”이라면서 “담이 무너졌을 때 다양성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규모의 경제를 갖춰 콘텐츠 산업을 육성해야 외국으로 진출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데 미디어법은 이런 전기를 마련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창근 광운대 교수는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법 개정을 반대만 할 수 없는 때가 왔다고 본다”며 “신문 방송 겸영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절충 노력이 있었던 만큼 시간을 갖고 수정, 보완하는 쪽으로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누구도 법 시행 이후를 예측하기 어렵다”며 “절대 반대보다는 현실을 검증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실용적이고 넓은 시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여론독과점 심화..약탈적 시장형성=이창현 국민대 교수는 “미디어법은 언론의 지나친 상업화를 가져오고 경제권력에서 벗어날 수 없는 언론을 만들어내는 등 여론 독과점이 심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방송시장은 과포화되어 있고 경제 논리로는 더 이상 새로운 광고 수요가 존재하지 않는다. 앞으로 방송시장 전반의 대공황 같은 붕괴가 가시화될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큰 위기가 다가오는 전조”라고 우려했다. 윤석년 광주대 교수는 “지상파 방송 광고도 20% 정도 빠진 상황인데 경기가 풀리더라도 크게 호전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통신사업자들이 신문과 결합해 방송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이 큰데 한정된 방송통신 시장이 약탈적 시장으로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신문이 종합편성과 보도채널을 신설해 광고 영업에 나서게 되면 방송시장에 진출하지 못한 신문사의 광고 영업은 더 어려워져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종대 동의대 교수는 “미디어 산업이 대자본 위주로 편성돼 여론 독과점 현상이 심화하고 기존의 정치 권력의 자율성도 약화될 것”이라며 “대기업이 금력에 이어 여론까지 장악하는 것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등장이라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 통과 절차, 의견 엇갈려=미디어법이 통과된 절차적 부분에서도 학자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이민웅 교수는 “민주당은 아날로그 지상파 체제를 굳건히 하기 위해 지연작전을 편 것으로 대국민 사기를 친 셈”이라며 “처음부터 협상할 생각도, 타협할 생각도 업었다”며 직권상정을 통한 미디어법 처리의 불가피성을 인정했다. 반면 이창현 교수는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국민 70%가 반대한 법이 강행 통과된 것은 보수신문의 이익에 손을 들어준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국민과 전문가들의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국회 처리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