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예전 임금들이 여름에 더위를 물리치기 위해 마시던 공식 음료가 제호탕(醍瑚湯)이다. 여름이 시작되는 단옷날에 내의원에서는 임금에게 제호탕을 진상했고, 임금은 원로대신들에게 제호탕을 하사하고 같이 마셨다.
제호탕은 오매육(매실 열매), 초과, 사인, 백단향의 약재를 곱게 갈아 꿀 졸인 것과 함께 중탕해 두었다가 찬물에 타먹는 것이다. 제호탕이 여름에 갈증을 없애고 더위를 물리치는 약 음료였지만, 그 구성을 보면 단순히 청량음료가 아니다. 물론 가장 주원료가 되는 오매는 진액이 풍부하고 산미(酸味)가 있어 더위에 진액이 마르고 기운이 지친 것을 도와주는 힘이 있다. 그러나 오매, 초과, 사인, 백단향 모두 속을 따뜻하게 하고 소화를 돕는 약들이다. 그런 의미로 보면 제호탕은 여름철에 배탈, 식중독 등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약의 효능을 오히려 더 많이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제호탕에는 추가적인 더위 예방 기전이 존재한다. 첫째로 속을 따뜻하게 해주어 약간의 발산 작용이 일어나고, 둘째로 소화가 원활해져 기운이 위로 뜨는 것을 막는다. 이 또한 열과 갈증이 생기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예전부터 여름철에 먹는 한의학적인 전통 음료와 탕제들이 많다. 청서익기탕, 생맥산, 제호탕 등이 이에 속하는데 모두 각각의 특성과 효능을 가지고 있어서 사람과 상황에 맞게 선택해 복용할 수 있다.
더위에 지쳤다면 가까운 한의원을 내원해보자. 몸에 딱 맞는 여름 보약을 처방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