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in 게임人] 손승철 엠게임 회장](https://img.etnews.com/photonews/0907/090724015112_1353800474_b.jpg)
무려 12㎏을 감량한 손승철 엠게임 회장은 훨씬 날렵해보였다. 두 달 반 만에 이뤄낸 경이적 다이어트다. 목표 체중까지는 아직도 5㎏이 남았다고 너스레를 떤다.
시도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체중 감량은 성공 가능성이 낮다. 오히려 금연보다 어렵다는 연구결과가 나올 정도다. 그만큼 적당한 체중 감량은 건강에도 좋지만 자신과의 싸움, 즉 자기혁신 과정이다.
손 회장은 본인뿐 아니라 회사의 혁신도 이끌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게임 개발 과정의 혁신(GPI:Game Process Innovation)이다. GPI는 한마디로 게임 개발 과정을 고쳐서 비용과 개발 기간을 단축하려는 시도다.
손 회장은 “크리에이티비티(Creativity) 단계까지 아직 이르지 못한 상태에서는 이노베이션이 중요하다”며 “과정의 변화만으로도 상당히 다른 결과물을 낼 수 있다”고 GPI 도입 이유를 밝혔다.
그가 말하는 GPI는 분산과 집중을 적절히 선택하는 과정이다. 게임을 기획하는 아이디어 공모는 사내 모든 직원에게 기회를 주는 반면에 개발 팀과 그래픽 팀은 하나로 통합, 중복 작업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손 회장은 “어느 게임이나 걷고, 달리고, 때리는 동작은 필요하지만 이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면 기회 비용의 낭비”라며 “차라리 그 비용을 기획 단계에서 잡았던 독창성을 살리는 데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근 엠게임은 5개 신작을 한꺼번에 발표했다. 이 가운데 ‘아르고’와 ‘발리언트’가 GPI를 통해 만든 첫 작품이다. 발표가 지연되기 일쑤인 게임 업계에서 아르고와 발리언트는 기획 단계에서 정했던 개발 일정이 제대로 지켜졌다. GPI 효과다.
일각에서는 GPI가 창조성이 중요한 게임 개발의 특성을 살리지 못한다는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개발 기간을 지연해 게임의 완성도가 높아진 사례는 오히려 찾기 어렵다”며 “중요한 건 완성도 높은 여러 개의 게임을 빨리 만들어 고객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주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창업 10년 만에 코스닥 등록이라는 기념비적 성과를 거뒀지만 손 회장의 관심은 여전히 게임 개발이다. 지나온 10년을 돌아보며 앞으로 10년 후 목표를 물어봤다.
손 회장은 “늘 지금까지는 개발 중인 게임을 도와주는 구원투수 역할만 했는데 직접 기획부터 개발까지 관장하는 선발투수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답했다. 그는 또 “엠게임의 개발 파트를 이끌어갈 핵심 인재도 키워내는 게 꿈”이라고 덧붙였다. 평생 개발자다운 말이다.
게임 업계 1세대 창업자로서 경영이 아닌 개발에 전념하는 사례는 손승철 회장 외에 드물다. 노장의 저력이 녹아들어간 엠게임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