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3년간 조사 끝에 퀄컴에 대해 불공정거래 혐의로 사상 최대인 2천6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함에 따라 시장에 큰 파문이 일고 있다.
◇사상 최대 과징금 ’충격’=공정위는 23일 오후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원천기술 보유업체인 퀄컴의 불공정거래 혐의 관련 제재 심의 결과 발표를 통해 로열티 차별, 조건부 리베이트 등 시장지배적지위를 남용한 행위에 대한 시정 명령과 함께 2천600억원 상당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퀄컴으로서는 우선 이번 제재에 따라 엄청난 규모의 과징금을 내게 된 것이 뼈아픈 대목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 등 외국 독점기업 역시 공정위에 의해 과징금이 부과된 적이 있었으나 각각 324억원, 260억원으로 이번 퀄컴에 비해서는 ’새발의 피’ 수준이었다.
국내 기업을 포함해도 2005년 KT가 1천13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적이 기존 최고액이었으나 이번 과징금은 이의 두 배가 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퀄컴의 국내 시장 연매출이 4조8천억원 상당인 것을 감안하면 이번 과징금은 이의 5.4% 수준으로, 당장 기업 전체 실적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도 퀄컴에 대한 과징금이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보다 많은 300~4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번 결정은 이를 완전히 뛰어넘는 수준이다.
◇글로벌 소송 시작 될 수도=그러나 퀄컴이 더욱 우려하는 바는 이번 결정이 글로벌 소송의 시작일 뿐일 수 있다는 점이다.
퀄컴의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한 조사 결과가 나온 것은 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향후 다른 나라에서도 참고할 주요 선례가 될 수밖에 없다.
미국 공정거래위원회(FTC) 역시 이번 건과 관련 조사 과정부터 상당한 관심을 둬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유럽연합(EU) 역시 비슷한 사안을 조사하고 있다.
따라서 업계는 이 같은 점을 우려한 퀄컴이 공정위의 이번 결정을 절대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불법적 영업 관행 시정 불가피=국내외적인 소송과 과징금 등 즉각적인 타격 외에도 퀄컴은 영업 방식에도 ’족쇄’가 채워질 수밖에 없게 됐다.
공정위는 퀄컴이 CDMA 원천기술을 보유한 국내 독점업체로서 경쟁사 모뎀 칩을 사용하는 휴대전화 업체에 차별적으로 높은 로열티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퀄컴이 자사 칩을 사용하는 업체에는 로열티를 5%만 받지만, 타사 모뎀 칩을 사용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5.75%의 로열티를 받아왔다는 것이다.
또 퀄컴은 전체 모뎀 칩 수요의 85% 이상을 자사로부터 구입하는 경우 구매액의 3%를 리베이트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독점적 지위를 다져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퀄컴은 CDMA 특허권이 소멸된 뒤에도 원래 로열티의 50%를 계속 받을 수 있도록 약정해온 행위까지 이번 조사로 철퇴를 맞게 되는 등 당장 사업 방식과 미래 수익 기반에 심대한 타격을 입게 됐다.
◇퀄컴 독점 깨질 수 있을까=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퀄컴과 리베이트 및 로열티 특혜로 ’끈끈한’ 관계를 형성했던 국내 업체도 앞으로 VIA, EoNex 등 경쟁업체의 제품을 채택하는 등 공급 다변화에 나서는 계기가 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했다.
이에 따라 2002년부터 국내 시장의 98% 이상을 차지해온 퀄컴의 독점이 깨질 수 있는 전환의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업계는 기대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리베이트와 로열티 차별 등 불공정거래가 업계 관행으로 받아들여지면서 퀄컴의 독점이 강화돼온 측면이 있다”며 “이번 공정위 결정이 시장 질서를 바로잡을 수 있는 의미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퀄컴측은 공식 입장 발표를 유보하고 있으나 국내에서 불법적 행위를 한 바 없다는 입장에 따라 항소를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