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IT는 내년에도 없다?](https://img.etnews.com/photonews/0907/090723074749_1352104291_b.jpg)
MB정부의 디지털산업 정책의 기조를 가늠할 내년 정보화 예산 윤곽이 드러났다. 정부 각 부처가 기획재정부에 요구한 2010년 정보화 예산 신청액은 모두 2조6545억원에 달한다. 2009년 예산 신청액 2조7000억원에 비하면 1.6%가량 감소한 수치다.
말 그대로 예산을 신청한 규모다. 예산 조정작업을 거치면 이보다 대폭 줄어들 것은 자명하다. 업계와 학계의 우려가 여기에 있다. 더구나 지난해에 이어 연속으로 감소했다.
예산 요구액이 무엇인가. 이렇게 일하겠으니 돈을 달라는 것 아닌가. 일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예산 신청액은 그래서 삭감 절차를 의식해 늘려 신청하는 것이 관례다.
부처별 전체 내년 예산 신청액은 298조5000억원이다. 전년의 신청액 276조2000억원보다 오히려 8%가량 늘었다.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전체 신청액은 늘어난 반면에 정보화 예산 신청액은 줄어든 것이다.
정부의 정보화 인식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상반기에도 이미 추경예산 심의에서 디지털뉴딜 예산은 1조2000억원에서 4000억원으로 3분의 1 토막이 난 바 있다.
4대 강 살리기도 마찬가지다. 22조원가량의 예산을 투입하는 대형 프로젝트에서 정보기술(IT)과 접목을 시키겠다고 해놓고 투자예산 계획이나 뚜렷한 지침도 없다. 부처별로 알아서 IT 예산을 배정하라는 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
예산뿐만이 아니다. 그동안 꾸준히 지적돼온 IT컨트롤타워도 흐지부지되고 있다. 대통령이 지시한 IT특보는 3개월이 넘도록 인선조차 못하고 있다.
보안컨트롤타워도 그렇다. DDoS 보안 대란 이후 신설하겠다던 정보보호사령부도 아직은 진전이 없는 듯하다. 4대 강 살리기도 목청만 높였지 IT 추진체계가 없기는 매한가지다. 그린IDC 등 그린IT 정책도 마찬가지다. 국가 정보화 전략위원회 구성도 늦어지고 있다.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하게 되는 게 없다. 중소기업 육성책도 겉돌고 있다. 중소기업 정보화 지원사업은 예산이 16%나 줄어들었다. 환율은 대기업이 최대 수혜자다. 중소기업을 최우선으로 육성하겠다던 당국자의 장담이 무색할 지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정부는 정치적인 행보에만 몰두한다. 미디어법이 대표적이다. 미디어법의 핵심은 산업 육성임에도 여야를 불문하고 미디어를 차기 정권 창출 수단으로 여긴다. 우여곡절 끝에 통과되기는 했지만 상당 부문 정치적 후유증이 남을 수밖에 없다.
경우는 다르지만 토목·건설에 집착하는 이유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가시적인 성과물을 낼 수 있는 산업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미지 정치에도 안성맞춤이다.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와 미래를 먹여 살릴 산업 정책은 소홀히 한 채 너무 정치 프레임에만 갇혀 있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이대로 가다가는 녹색성장이라는 커다란 화두도 이미지 정치에 묻힐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녹색성장이 IT·NT·BT 등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이를 소홀히 한 데 따른 지적이다.
IT는 없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바로 정부의 예산 수립 과정을 두고 하는 얘기다. 예산은 정부의 정책적 지향점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내년 예산이 확정되기까지 한 달여가 남았다. 정녕 MB정부에서 IT정책은 후순위로 전락하고 말 것인가.
박승정 정보미디어부장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