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글로벌 휴대전화 시장에서 부동의 1위인 노키아를 협공하며 새로운 3강 구도를 구축했다.
24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2분기 휴대전화 판매량은 5천230만대로 2억6천800만대로 추산되는 전 세계 판매량에서 20% 안팎을 점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이틀 전인 22일 LG전자가 발표한 2분기 휴대전화 판매량과 시장점유율은 2천980만대와 11.1%로, 삼성과 합산하면 전 세계 시장에서 국산 휴대전화의 점유율이 30%를 넘어선 것이 유력하다.
1분기에는 삼성과 LG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각각 18%와 9%로 합산하면 27%였다.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인 노키아가 2분기 1억320만대를 팔아 38.5%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노키아 대 한국산으로 글로벌 휴대전화 시장구도가 재편된 것이다.
지난해 LG전자에 4위 자리를 내준 소니에릭슨은 2분기 1천380만대를 공급했으며, 오는 30일 실적을 발표하는 모토로라도 엇비슷한 1천400만대 안팎을 판매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4, 5위 다툼을 하는 이들 두 회사의 판매량을 합쳐도 3위인 LG전자에 못 미치는 것이다. 이는 글로벌 시장이 노키아, 삼성, LG의 3강 체제로 굳어질 공산이 크다는 것이 국내외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국내 업체들은 매출과 점유율 등 외형 성장 못지않게 내실도 좋아졌다.
삼성전자의 휴대전화를 포함한 정보통신사업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10%로, 상대적으로 이익률이 작은 MP3 등을 제외하면 이익률이 더 올라갈 것으로 추정된다.
또 LG전자도 2분기 영업이익률이 11%를 기록, 3분기 만에 두자릿수를 회복했다.
세계적인 불황 속에서 노키아가 2분기 38%의 높은 점유율을 유지했지만, 매출은 작년 동기대비 25%, 순이익은 66%나 줄어들어 주춤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국산 휴대전화가 승승장구하는 이유는 고가와 중가 저가 등 다양한 가격대에 맞는 제품 라인업을 구축하고, 터치폰, 메시징폰 등 새로운 소비자의 입맛에 적극 대응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면, 노키아가 터치폰 시장에 늦게 진출하는 등으로 인해 북미시장에서 삼성과 LG에 시장 침투를 허용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이 한동안 하이엔드(고가) 시장의 프리미엄 제품을 고집하다가 노키아처럼 고가, 중가, 저가 등 모든 가격 라인업을 구축하면서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글로벌 전략폰인 ‘삼성 제트’를 비롯해 주요 모델의 판매를 늘리고 사업자와의 협력을 강화해 선진 시장 모두에서 상승세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는 “풀 터치폰, 메시징폰 등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구성하고 원가 절감 노력을 통해 경기침체에 효과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의 선전이 노키아의 아성을 흔들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추락하고 있는 모토로라와 소니에릭슨의 시장을 ‘접수’한 것이라는 점에서 아직 노키아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노키아는 평균 판매가가 110달러에 불과하면서도 두자릿수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내고 있다”며 “노키아가 여전히 절대강자여서 국내 업체들이 소비자들의 기호에 발 빠르게 대응함으로써 시장을 주도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