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인쇄회로기판(PCB) 사업 강화를 위해 추진했던 중국 ‘유니캡일렉트로닉스’ 인수 계획을 결국 철회했다.
인수 가격 협상을 지난 1년 가까이 끌어왔지만 최종 실사 과정에서 법정 소송과 추가 부실 자산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유니캡 인수가 물건너간 것이 삼성전기의 PCB 사업에는 오히려 잘 된 일이라는 평가도 있다.
삼성전기(대표 박종우)는 지난해 9월 대만 ‘J3’의 중국내 생산법인인 유니캡 인수를 추진해 왔으나, 유니캡 채권자들의 채권청구 소송과 주요 영업자산의 압류가 추가로 발견돼 지분 인수 계획을 무산시키기로 했다고 지난 24일 공시를 통해 밝혔다.
삼성전기측은 “이번 지분 인수 계획을 철회하더라도 휴대폰용 PCB 사업에서 중국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여러가지 가능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9월 2080만달러(기준 환율 1305.2원)에 유니캡 지분 95%를 인수하기로 J3측과 양해각서(MOU)를 교환했었다. 이후 지난해 12월 본 계약 시한을 올 1월로 한차례 연기한 뒤 다시 3월말로 늦췄고, 이를 또 다시 이달말로 세차례나 연기한 바 있다.
삼성전기가 유니캡 인수 계획을 결국 백지화하자 주변에서는 오히려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삼성전기가 PCB 사업 구조를 이미 반도체용 고부가 기판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기가 유니캡 인수를 통해 생산 기반을 이전하려 한 품목은 치열한 경쟁 환경에 놓여 수익성이 저하된 휴대폰용 기판이다.
일찌감치 중국에 진출하지 못해 시기를 놓친 마당에 굳이 이제와서 큰 부담을 떠안고 유니캡을 인수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다. 더욱이 휴대폰용 기판 가운데 고부가가치 제품은 현재 국내 사업장에서도 삼성전자의 1차 공급사 지위를 누리고 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현재 업계의 일반적인 원가 구조를 보면 범용 휴대폰 PCB에서는 중국에서 생산해도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면서 “또한 삼성전기가 이미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발빠르게 전환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진출의 필요성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기는 중국 유니캡 인수를 철회하는 대신, 해외 휴대폰 시장을 겨냥해 다른 대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중저가 휴대폰용 PCB의 경우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가 새롭게 진출하는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에 새로운 생산 거점을 구축할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