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분기 양호한 실적을 낸 국내 반도체 업계가 공격적으로 기술 개발에 나서면서 후발업체와 격차 확대에 나섰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달 말부터 40나노급(1나노 = 10억분의 1m) 미세공정을 적용한 2기가비트(Gb) DDR3 D램 제품을 양산하는 데 이어 30나노급 공정 개발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또 낸드플래시 메모리 시장의 구원병으로 등장한 SSD(Solid State Disc)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올해 30나노급 SSD 개발을 마치고 내년초 본격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올 2분기 반도체 부문이 2천400억원(연결기준)의 영업이익을 내며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업체 중 유일하게 흑자를 달성했다.
최근 2년 전세계 반도체 업계가 치킨게임을 치르며 출혈 경쟁을 하는 동안에도 미세 공정 개발과 원가 절감에 집중해 기술 선점에 성공한 결과다.
기술력에서 앞선 업체가 시장을 차지할 수밖에 없는 반도체 시장의 ’승자 효과’는 1분기 6천700억 원 영업적자에서 한 분기 만에 2천400억 원 흑자를 낸 삼성전자가 입증했다.
하이닉스도 올 4분기 40나노급 DDR3 D램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하이닉스는 올 2분기 2천11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지만, 1분기 5천150억원 적자에 비해 크게 적자폭이 줄었다. 영업손실율도 13%로 3위 업체인 마이크론의 영업손실률(22.3%)보다 양호하다.
김종갑 하이닉스 사장은 24일 실적발표 후 “외국 경쟁사는 50나노급에도 진입을 못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D램 시장에서 확고한 리더십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04~2006년에는 설비투자가 경쟁의 요체였지만 이제는 기술개발력”이라며 “(치열한 가격 경쟁 때문에) 7분기 연속 적자를 냈지만 기술력에 앞서 있어서 전망은 밝다”고 덧붙였다.
차세대 D램으로 불리는 DDR3 D램은 프리미엄이 DDR2보다 높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 이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업체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일본 엘피다 정도다. 일본, 대만의 경쟁업체들이 50나노급에 진입한다고 해도 기술 격차는 1년 정도 벌어지게 된다.
하이닉스는 연말까지 현재 20~30% 정도인 DDR3 D램의 생산 비중을 전체 D램 생산의 50%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대만업체들은 올 2분기에도 가동률이 50~60%에 머무르고 있어 당분간 대규모 설비투자는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메리츠증권 이선태 애널리스트는 “후발 업체들의 감산이 반도체 경기 회복의 주요 원인”이라며 “상대적으로 우수한 기술력을 갖추고 생산을 확대하는 국내 업체의 시장점유율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