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불황 탈출 CEO 역량 빛났다

세계적 기업들이 경기 침체로 고전하는 가운데 국내 주요 기업들은 금융위기 전 수준을 뛰어넘는 성과를 냈다.

국내 주요 그룹들은 노사가 일자리 나누기와 임금동결로 고통을 분담하며 불황에 맞섰다. 그리고 글로벌 경쟁 전선의 최전방에는 공격적인 경영으로 불황 속에 시장을 확대한 경영진의 치밀한 전략이 있었다.

올초 부품(DS)과 완제품(DMC) 부문의 투톱체제로 재편한 삼성전자는 이윤우 부회장과 최지성 사장이 이끌며 2분기 만에 세계 경제 위기 전의 실적을 내는 데 성공했다.

이 부회장과 최 사장은 조직 개편 이후 경영 스피드와 효율성을 높이자며 한목소리로 임직원을 격려했고, 중국과 미국, 일본 등 해외 주요 시장을 직접 점검하며 현장 경영을 강화했다.

현대차 정몽구 회장은 전 세계 시장에서 독창적이고 효과적인 자동차 판매 확대 방안을 추진하라고 올 초 임원들에게 주문했다. 그 결과로 나온게 미국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현대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이다.

제품을 구매한 고객이 실직했을 때 차를 되사주는 내용의 이 판촉 프로그램은 경기침체기 미국 소비자들의 소비심리와 맞아떨어지면서 현지 판매가 늘어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미국의 유력 자동차 기업과 일본 업체가 주춤하는 사이 현대차는 지난해 상반기 3.1%였던 시장점유율을 올해 1∼6월 4.3%까지 끌어올렸다.

현대차는 상반기 사상 최초로 글로벌 시장점유율 5%를 돌파했다. 경제 위기를 우려하는 시점에서 인위적 감원은 없다고 선언하며 3조원의 비용 절감 프로젝트를 추진한 남용 LG전자 부회장의 경영 전략도 1,2분기 연속 깜짝 실적으로 이어졌다.

남 부회장은 올 2월 사람을 자르는 방식이 아니라 현업의 20% 가량을 신규 사업 및 프로젝트에 투입하는 등의 ’재배치’를 통해 단기간에 생산성을 추가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1만5천~2만명에 이르는 대규모 감원을 통해 영업이익률을 2~4% 높이려는 일본 업체들에 대응하겠다는 설명이었다.

남 부회장의 안정된 고용 전략과 발빠른 위기 대응은 2분기에 사상 처음 영업이익 1조원 돌파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한화그룹도 김승연 회장의 주도로 지난해 말 최악의 경제 위기 상황 속에서 사업구조, 조직구조, 수익구조, 기업문화 혁신을 담은 ’Great Challenge 2011’을 채택해 중점적으로 추진한 결과 상반기에 계획보다 많은 매출과 수익을 올렸다.

신세계는 경제위기 속에서도 구학서 부회장이 세계 최대 규모의 센텀시티점을 개장하는 등 투자규모를 늘리고 효율 중심 경영을 독려하면서 상반기까지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재계 관계자는 “불황에는 모든 게 불확실해 CEO의 판단과 전략이 사업의 성패를 가른다”며 “지난해부터 계속된 경제 위기는 CEO들에게 혹독한 시험대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