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소재 산업은 국가의 산업 기반을 가늠하는 주요 척도로 평가받는다. 다른 산업에 비해 고용 유발 등 산업 연관 효과가 커서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난 8년여간 가시적인 기술 수준 향상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에 비해 아직도 열악한 수준이다. 부품·소재 산업 분야의 대일 무역 수지 적자 규모는 매년 크게 늘어나 지난해 200억달러를 넘어섰다. 국내 전체 누적 적자의 74.8%에 달하는 금액이다. 일본에 대한 부품·소재 의존도가 그만큼 깊다는 의미다. 특히 우리나라가 IMF를 겪을 당시 일본이 핵심 원천 기술에 대한 특허망을 형성, 관련 기술에 대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굳건히 형성한 점도 대일 무역 역조의 간과할 수 없는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부품·소재 업계의 지식재산권에 대한 인식 또한 걸음마 수준이다. 휴대폰 분야가 그렇다. 휴대폰 하나를 만드는데는 120여종의 부품이 필요하다. 하지만, 휴대폰을 이루는 안테나, 디스플레이, 모뎀, 카메라 등의 부품이 무려 7만여건의 특허로 구성된다. 이를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더욱이 휴대폰 강국이라 불리는 우리나라조차 각 구성 부품별 해외 기술 의존도가 40∼95%에 이른다. 연간 로열티만으로 5000억원 이상을 지불하고 있다는 현실은 우리 부품산업의 열악한 현 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허청이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지식재산(IP)-연구개발(R&D)전략지원 사업’은 국내 부품·소재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이다. 이 사업은 부품·소재 중소·중견 기업의 R&D 진행 과정에서 지재권 중심으로 미래 시장 동향을 분석하고, 향후 시장 가치가 높은 지재권을 획득할 수 있도록 단계별로 지원해주는 것이다. 특허청은 올해 들어 최근까지 38개 기업을 선정해 기획·수행·완료 단계별 지원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올 연말까지 60개 내외의 과제를 지원할 계획이다. 김영민 산업재산정책국장은 “국내 부품·소재 산업은 지난 8년간 가시적인 기술 수준 향상이 이뤄졌음에도 일본 등 선진국에 못 미치며, 후발주자인 중국의 추격이 가속화돼 상당한 어려움에 처했다”며 “IP-R&D 전략지원사업을 통해 부품·소재 기업의 R&D 효율성을 제고하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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