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사업 충분한 검토 거쳐야"

"녹색사업 충분한 검토 거쳐야"

 “세계적으로 이익이 되는 사업이라고 반드시 우리에게도 이익이 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충분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국내 전기산업계를 이끄는 한국전기산업진흥회 김준철 회장(국제전기 회장)은 최근 국내 녹색산업 붐에 대해 경고하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와 스마트그리드가 비록 세계적 트렌드라고는 해도 충분한 검토 없이 국내 상황에 맞지도 않는 것을 무분별하게 도입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신재생에너지도 결국 전기 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어서 우리 업계와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스마트그리드도 그렇죠. 이미 전력기기도 IT와 융합된 제품이 출시되고 있고,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세계적 트렌드에 편승했습니다. 그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김 회장은 올해로 8년째 전기산업진흥회의 수장을 맡고 있다. 전기산업 전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큰 눈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녹색거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기반 기술없이 사업성만 놓고 투자하는 최근 경향을 지적하는 것이다. 태양광을 한 예로 들었다. 녹색산업을 하더라도 중용의 도를 잊어서는 안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전기산업계의 CGO답다.

 “과잉 중복투자는 금물입니다.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 정부의 조율이 필요합니다. 규제 철폐가 능사는 아닌 것이죠. 그린오션과 스마트그리드는 우리나라의 미래 먹을 거리입니다.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아야 합니다.”

 김 회장은 균형적 발전을 위해서는 협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정부가 발주하는 녹색 R&D사업이나 보급사업에 기술력도 제대로 못 갖춘 기업보다는 협단체가 중심이 돼 대·중소기업의 협력을 이끌어내 공동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이크로그리드용 통합에너지 관리시스템과 차세대 친환경 중전기기 초고압 핵심부품 및 절연물 개발 사업이 좋은 예다. 총 28개 기업과 기관이 참여 중이다. 개발 다음은 표준 선점이다. 시장에 종속되느냐 시장을 끌고 가느냐는 표준화에 달려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지난 4월에는 독일 전기표준위원회(DKE)와 업무협약에 관한 양해각서를 교환하기도 했다.

 “사실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CGO가 필요없습니다. CEO 스스로 CGO가 돼야 합니다. CEO가 CGO 마인드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이는 전기산업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에 해당됩니다. CGO 마인드는 필수입니다.”

 -변화가 늦은 전기산업계의 최근 국내외 트렌드는.

 ▲전기산업은 전력공급에 필요한 기자재를 생산하는 국가기간산업으로 초기 설비투자액이 크고 투자자금 회수가 긴 장치산업인 반면, 제품의 수명이 길어 기술변화속도가 느린 게 특징이다. 최근 IT기술의 발전과 기후변화협약으로 녹색 기술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미 독일·프랑스·일본 등은 선진국 간 상호 인정 추진을 통해 결속력을 강화하고 시장선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추세에 맞춰 친환경·IT를 융·복합한 퓨전기기 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진흥회가 주관하는 대·중소기업간 녹색사업 협력모델이 있다면.

 ▲스마트그리드는 전력기기들이 핵심이다. 이미 스마트그리드의 전신인 전력IT와 관련 정부과제로 ‘마이크로그리드용 통합에너지 관리시스템 개발 및 실 사이트 적용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차세대 친환경 중전기기 초고압 핵심부품 및 절연물을 개발하는 과제도 20여개 기업 및 기관들이 참여하고 있다. 사업비만 300억원에 달한다. 이 외에도 그린오션 관련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기산업계에 있어서의 친환경경영은.

 ▲친환경기기 제조도 중요하지만 공장 환경이 최우선이 돼야 한다. 작업환경 자체가 친환경적이 못하면서 녹색제품을 만들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제작환경은 물론, 각종 자재와 공정까지 친환경화해야 한다. 기기개발은 그 다음이다.

◆약력

42년생.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연경사 대표. 국제전기 대표이사 회장. 전기산업진흥회 회장. 산업포장 등 수상.

유창선기자 yud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