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이 공정위로부터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일부 휴대폰 업체를 대상으로 기존 20달러였던 CDMA 로열티 상한선을 50% 인상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 조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로열티 차별’ 조항을 없애는 대신 로열티 상한선을 올렸다. 업계는 이번 조치로 국산 프리미엄 휴대폰 가격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28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퀄컴이 공정위 판결 이전에 이미 일부 업체와 로열티 수정 계약서를 작성했다”며 “이번에 문제가 된 경쟁사 칩 사용 시 로열티 차별을 없애는 대신 로열티 상한선을 올린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도 “퀄컴이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일부 업체와 CDMA 로열티 수정 계약을 진행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퀄컴의 CDMA 로열티 상한선은 자사 칩을 사용할 경우 20달러였다. 이는 휴대폰 가격의 5%가 적용되는 로열티가 20달러를 넘더라도 그 이상은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일부 업체의 상한선이 상향 조정됨에 따라 400달러 이상 고가 휴대폰은 로열티가 상승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퀄컴이 모든 업체를 대상으로 똑같은 로열티와 상한선을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퀄컴이 공정위 시정 조치 과정에서 이 같은 기조를 유지하면 국산 프리미엄 휴대폰의 가격 경쟁력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퀄컴은 계약 수정 과정에서 경쟁사 칩을 사용할 경우 로열티 차별 조항은 없앤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퀄컴이 자사 칩만 사용하면 5%, 경쟁사 칩을 함께 사용하면 5.75%로 CDMA 로열티를 차별했다고 지난주 발표했다. 퀄컴이 공정위 심결 와중에 문제가 된 부분을 수정했다는 점에서 공정위 판단을 일부 인정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퀄컴은 과징금 부과 및 시정 조치에 대한 ‘의결서’가 정식으로 전달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퀄컴이 시정 조치에 임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한편, 공정위는 위원회의 최종 판단 및 시정 조치를 담은 의결서를 작성 중이며, 완성하는 대로 퀄컴 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공정위가 퀄컴의 항소 등 법정 공방에 대응하기 위해 꼼꼼히 살펴보고 있어 의결서 통보에 두세 달이 걸릴 전망이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