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테크] 사이버그(Cybug)

[핫테크] 사이버그(Cybug)

 군이나 정보기관, 또는 스파이 세계에서는 적군이나 목표물의 동태를 살피기 위해서는 정찰병을 투입하거나 소형 카메라, 도청 장치를 설치해야만 했다. 수많은 영화 속에서 익숙한 장면이기는 하지만 상대방에게 노출될 위험은 언제나 크다. 첨단 장비가 가세한 요즘 시대에는 레이더 감지가 어려운 무인 정찰기, 우주 탐사나 재난지역을 살피기 위한 미니 로봇 등도 또다른 방편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동안 군 등 첩보활동이 필요한 세계에서는 상대방의 진영에 곤충처럼 공중으로 침투해 동태를 살필 수 있는 초소형 초경량 비행체 개발에 관심을 가져왔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저전력 고효율의 초소형 비행체를 만들 것인지에 달려 있었다. 하지만 이처럼 초소형 비행로봇을 만드는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 만만치 않은 목표를 두고 새로운 시도가 이뤄지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더욱이 곤충 로봇보다 한층 진일보한 방식이 모색되고 있다. 스펙터클한 전쟁 장면이 담긴 SF영화 속에서나 만나볼 수 있었던 곤충 사이보그(cyborg), 이른바 ‘사이버그(cybug)’가 더 이상 상상 속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게 됐기 때문이다.

 사이버그는 기존의 곤충에 로봇 기술을 적용, 제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실제 나방이나 잠자리와 같은 곤충과 그 동력을 이용함으로써 말 그대로 곤충을 ‘하이재킹(hijacking)’하는 셈이다.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지난 2006년부터 1200만달러를 투입해 이 같은 개념의 ‘하이브리드 곤충 미세 전자기계시스템(HI MEMS)’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DARPA 측은 과학전문지 라이브사이언스와 인터뷰에서 이 프로젝트로 지금까지 유충에 MEMS를 이식, 성충이 된 뒤에도 해당 시스템을 이용한 원격 제어력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남은 과제는 곤충의 이동 시 발생하는 열과 기계적 에너지를 어떻게 전기로 변환하는지다.

 이 모든 작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진 사이버그는 카메라와 극소형 마이크와 기타 정보 수집을 위한 첨단 센서로 무장하고 ‘작전(?)’에 투입될 수 있을 것이다.

 연구진은 현재 무선 주파수나 위성위치추적시스템(GPS) 등을 이용해 15피트의 높이로 300피트(약 91미터) 밖의 특정 목표물을 향하는 실험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언젠가 우리 곁으로 사이버그가 지나갈 수도 있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