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현상의 골프세상] 미야자토 아이

[묵현상의 골프세상] 미야자토 아이

 지난 주말에 끝난 LPGA의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일본의 미야자토 아이(宮里藍·24) 선수가 정규 4라운드 종합, 14언더파 스코어로 스웨덴의 소피 구스타프손 선수와 동타를 기록해서 연장전에 돌입했다. 연장 첫 홀, 540야드 파5 홀에서 장타자로 유명한 소피 구스타프손 선수가 스리 온하는 사이, 페어웨이 우드로 때린 세컨드 샷을 핀 가까이 가져다 놓고 버디를 기록해 우승컵을 차지했다. 2005년 LPGA에 데뷔한 이후 첫 승이다. 미야자토 아이는 2003년 고교생으로 JLPGA에 데뷔한 이래 13승이라는 대기록을 수립했고, 데뷔 첫해에 신인왕·다승왕·상금왕 3관왕을 차지할 정도로 뛰어난 선수다. 하지만 LPGA에 데뷔한 이래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번번이 한국 선수들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던 중, 이번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면서 그간의 마음고생을 훌훌 털고 우승컵을 안았다.

 일본에서의 미야자토 아이의 위상은 우리나라 김연아 선수의 그것과 비슷하다. 현재 휴대폰 서비스 회사를 포함해서 일본 대표기업 5, 6군데의 CF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일본 사람들이 배용준을 ‘욘사마’라고 부르듯이 미야자토 아이를 ‘아이짱’이라는 애칭으로 부를 정도로 사랑하고 있는 선수다. 일본에서 TV만 켜면 아이짱이 나온다고 할 정도로 일본에서의 그의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미야자토 아이의 아버자는 일본에서도 유명한 골프 코치고 오빠 둘이 모두 일본 PGA에서 활동하는 현역 골프선수라서 일본에서는 이 집안을 일러 ‘골프의 미야자토 가문(宮里家)’이라고 부를 정도다. 심지어는 일본 골프잡지에서 거의 매년 한 번씩은 ‘미야자토가(宮里家)의 스윙 매직’을 특집으로 다룬다. 그런데 아이짱은 미국에 데뷔한 이래 최고 성적이 2008년 HSBC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2위를 차지한 것인데 이때 결승전에서 맞붙었던 선수가 우리나라의 이선화였다. 결국 이선화 선수에게 패배를 당해 우승을 하지 못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2주 전에 지은희 선수가 우승했던 US여자오픈에서도 우승권을 다투었지만 지은희에게 가로막혀 우승이 좌절되기도 했다.

 슈퍼땅콩 김미현 선수와 같은 154㎝의 작은 신장에도 불구하고 250∼260야드를 넘나드는 드라이브 샷과 자로 잰 듯한 아이언 샷을 때려내는 미야자토 아이, 아이짱의 비상을 보면서 이제 미국 LPGA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들과 일본 선수의 맞대결도 재미있는 볼거리가 될 것 같아서 자못 기대하는 바가 크다. 독자 여러분, 신지애 선수, 미셸 위 선수와 더불어 아이짱에게도 관심을 기울이시라. 작은 키를 극복한, 장타를 뿜어내는 그의 스윙도 좋은 볼거리의 하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