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 View Point-민첩한 기업의 CIO 조건

 오늘날처럼 불확실성이 팽배한 시대에는 민첩한 자가 승리하기 마련이다. 이런 원리는 개인이나 기업이나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그렇다면 여러분이 속한 기업을 민첩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기업의 가장 일상적이고 필수적인 업무를 디지털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해당 업무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수준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된다. 둘째, 경영진이 일상적 업무보다는 더 핵심적이고 혁신에 필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셋째, 디지털화된 체계를 구현함으로써 판매 동향, 고객 요구 등과 같은 환경 변화의 움직임을 더 정확하고 빠르게 감지하도록 한다.

 이와 같은 기업의 민첩화 노력에 정보기술(IT)은 핵심수단이 된다. 그렇다고 IT 그 자체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다. 유사한 IT를 적용한 기업들 가운데도 성공한 사례가 있는 반면에 참패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왜 이처럼 차이가 나는 걸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IT 조직의 핵심역량에 따라 이 같은 성패가 좌우된다고 볼 수 있다. 핵심역량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기업은 이런 변화에서 성공할 수 없다. 우리 기업은 어떤 노력을 통해 이런 핵심역량을 갖출 수 있을까.

 우선, 어떤 정보화 영역에 핵심역량이 가장 필요한 것인지를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보통 정보화 노력은 기획, 구축, 운영 및 관리, 그리고 모니터링 및 평가로 이어진다. 여러분이 속한 기업이 경쟁 기업보다 민첩하게 운영되게 하기 위해서는 어떤 정보화 영역에 핵심역량을 갖추어야 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국내 많은 기업 중에는 IT 조직에 필요한 핵심역량 영역을 잘못 짚고 있는 경우가 많다. 고객의 니즈 변화에 따라 비즈니스 모델이 끊임없이 변하고 신상품이 계속 만들어지는 오늘날의 경영환경에선 필요한 정보시스템을 얼마나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하리라 예상된다. 그럼에도 많은 기업의 IT 요원들은 구축된 시스템 운용과 소극적 유지보수에만 매달리는 경우를 자주 본다.

 이들 기업의 공통된 특징은 현업의 요청에 대응하는 속도가 느리거나 요구 그 자체를 여러 이유를 들어 묵살한다는 것이다. 정보시스템의 변경은 수많은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거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베이스를 근원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등 정말 다양한 이유를 앞세운다. 이러다가 제품 출시 날짜나 시스템 이행 약속일이 다가오면 마지못해 조각 잇기(패치워크)와 같은 임기응변적 시스템 변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시스템의 큰 골격부터 검토하고 근원적인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는 아키텍처 구축 노력은 설 자리가 없게 된다. 이런 조각 잇기 작업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잘못하면 언젠가는 더 이상 손 댈 수 없는 지경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전에 마련된 아키텍처는 서로 뒤엉키고 꼬인 실타래 모양이 되어 무용지물이 된 지 오래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전 시스템을 모두 뭉개 버리고 처음부터 새롭게 시스템을 구축할 수밖에 없게 된다. 많은 기업들은 ‘차세대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어느 금융권 최고정보책임자(CIO)는 ‘차세대’라는 명칭을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몇 년이 지나 시스템을 또 근원적으로 재편해야 할 때 이를 또 어떻게 불러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다. 참으로 올바른 지적이 아닐 수 없다.

 둘째, 필요한 핵심역량이 조직에 존재하는지를 정확히 진단해 보아야 한다. 시스템 구축에 핵심역량이 필요한 경우 개발인력의 자질, 수행 업무, 직무 만족도, 보유 기술력의 향상 정도 등을 통해 이를 대강 파악할 수 있다. 더 쉽게는 외주 개발 프로젝트 현장을 관찰해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다. 자사 개발 요원들이 외주업체에 매우 세분화된 업무단위로 수행계획서를 작성해 제출하도록 하고는 이를 프로젝트 진행 감독 및 관리 도구로만 활용하려는 기업이 있다. 이 경우 핵심역량의 확보는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개발을 외주업체에 넘기고도 자사 개발 요원들이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외주업체와 함께 머리를 맞대며 협의해 공동 개발하는 경우엔 이야기가 달라진다.

 셋째, 핵심역량 차원에서 조직 내에 확보해나갈 영역과 외부로부터 얻어나갈 영역을 잘 구분해 실행에 옮겨야 한다. 오늘날 IT 핵심역량을 모두 조직 내에 확보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자체적으로 반드시 확보해야 할 역량이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이를 양성하기 위해 매진해야 하고, 외부에서 쉽게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아웃소싱해야 한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다.

 선택과 집중! 이는 최고경영자(CEO)의 경영원칙 제1호다. 여러분의 CEO는 CIO도 이런 원칙 하에 업무를 수행해 주길 오래 전부터 기다려 왔다. 이제 인내의 시간이 거의 끝나가고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