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1위 신용카드사인 신한카드. 신한카드는 지난 2008년 8월 옛 LG카드 정보시스템과 옛 신한카드 정보시스템을 통합하고 본격적인 합병 시너지 제고에 나섰다.
당시 신한카드는 급변하는 비즈니스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국내 1위 카드사에 걸맞은 IT인프라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후 만 1년이 지났다. 신한카드는 통합 정보시스템 기반으로 비즈니스 가치를 얼마나 창출하고 있을까.
“카드사의 생명은 스피드입니다. 신한카드는 이 스피드를 활용해 카드업계 1위 회사로서 확고하게 자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7년 옛 LG카드 시절부터 최고정보책임자(CIO)를 맡아왔던 조일순 상무는 통합 정보시스템이 비즈니스에 어떤 효과를 가져다줬냐는 질문에 ‘스피드론’을 꺼내 들었다. 카드 비즈니스는 ‘얼마나 고객에게 맞춤형 상품을 시의적절하게 제공해 줄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신한카드는 유연성을 갖춘 통합 정보시스템을 기반으로 이를 빠르게 지원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카드는 상품 자체가 IT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최근 출시되는 모든 카드는 주유소·할인점·극장 등과 다양한 제휴로 이용자에게 혜택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 혜택들은 수많은 기업과 정보시스템이 연동됨으로써 가능해진 겁니다” 결국 이러한 카드 상품 개발을 위해서는 신속하고 유연한 정보시스템이 필수라는 것이다.
그렇다고해서 현재의 상황이 안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최근 2위 카드사가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또 대형 은행들이 카드사 분사를 준비하고 있다. 카드업계의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현재의 정보시스템만으로는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만큼 IT도 빠르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 조 상무의 고민이 깊어지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조 상무는 “치열한 경쟁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보다 더 빠른 스피드를 가질 수 있는지 그리고 이를 위해 어떻게 하면 보다 더 유연한 체계를 갖출 수 있는지가 요즘 고민”이라고 말한다. 이 고민은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경기 침체로 인해 더욱 깊어졌다. 대규모 IT 투자를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 상무는 반드시 꼭 필요한 투자는 진행했다. “비용 절감을 한다는 것이 반드시 프로젝트를 모두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것만은 아니다”면서 “불필요한 부분을 절약해 자원 활용이나 프로세스를 효율화하면 그만큼의 비용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신한카드는 경기 침체 상황에서도 해야 할 일은 충분히 하고 있다는 게 조 상무의 주장이다.
신한카드는 전산 통합 이후 꾸준히 여러 정보시스템의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가장 주력으로 추진 중인 프로젝트는 손익관리시스템 고도화다. 손익관리시스템은 카드사에 카드처리시스템 다음으로 중요한 시스템이다. 신한카드는 이 시스템에 대해 고객별·상품별·제휴별로 모든 손익관리가 가능하도록 업그레이드했다. 이 프로젝트는 올해 말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 채택 국제회계기준(K-IFRS)시스템도 구축했다. 현재 많은 금융사들이 K-IFRS 도입에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반면에 신한카드는 비교적 순탄하게 진행했다. 현재 K-IFRS시스템은 카드업계에서는 최초로 금융권 전체에서도 상당히 이르게 시스템을 가동했다. 사기 방지를 예방할 수 있는 사기방지시스템 고도화도 추진 중이다. 자산부채관리(ALM), 위험조정성관리(RAPM) 등 전사리스크관리(ERM) 고도화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올해 들어 조 상무가 새롭게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 있다. 바로 고객과의 접점인 채널 부문에 웹2.0을 적용하는 것이다. 조 상무는 “그동안 신한카드가 이러한 부문에 많이 약했다”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인터넷 채널에 웹2.0을 적용해 보다 수준 높은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최근 인터넷 채널을 통한 카드 신청 등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판매 점유율을 높여야 하는 것이 카드사의 새로운 목표가 됐다. 웹2.0을 적용한 획기적인 온라인 서비스에 대한 방안은 현재 고객만족팀과 e비즈팀에서 마련 중이다. 하반기 중에 이 방안이 모두 마련되면 IT 부문에도 이를 적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단편적인 개편이 아니라 고객 관점에서 온라인 접점이 근본적으로 변화될 것이라는게 조 상무의 주장이다.
신한카드는 오는 10월이면 지주사 정책에 따라 시스템 운용에 큰 변화를 겪게 된다. 그동안 LG CNS의 아웃소싱으로 직접 수행하던 시스템 운용은 10월 1일부터 신한데이타시스템이 맡는다. 현재 이를 위해 시스템 운용 업무 이관작업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자체 시스템 운용 인력이나 아웃소싱 인력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조 상무는 “현재로서는 시스템 운용 부문만 이관하는 것으로 돼 있다”면서 “개발업무 부문 이관은 향후에 논의할 사항”이라고 언급했다. 즉 시스템 운용 이관이 안정화되려면 3년 이상은 소요될 것이고 따라서 개발업무 부문에 대한 논의는 장기적으로 이뤄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어 조 상무는 “인력 이동은 아키텍처 기획 업무까지 조정이 된다면 그때 이뤄지게 될 것”이라며 “당장의 얘기는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앞서 신한카드는 자금세탁방지(AML)시스템 구축, 할부금융 신용평가시스템(CSS) 구축, 통합 통계시스템 구축, 신인사시스템 구축, 스마트카드관리시스템(SCMS) 고도화 등의 프로젝트를 완료했다. 올해 신한카드 IT 예산은 투자 예산 250억원을 포함해 총 850억원이다.
신혜권기자 hkshin@
조일순 상무는
1959년 생으로 서울대 화학과, 연세대 전자계산학 석사를 거쳐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에서 경영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샘 전산 전문위원, 동화기업 전산 전문위원, 한국IBM GBS FS CRM서비스 실장을 거쳐 지난 2004년 옛 LG카드 정보시스템담당 정보기술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2007년 3월 이사로 승진, 국내 카드업계 첫 여성 CIO로 발탁됐다. 같은해 8월 상무로 승진한 데 이어 2007년 10월 옛 LG카드와 합병으로 인한 통합 신한카드 출범과 함께 통합 신한카드의 첫 CIO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