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 식음료 업계 ‘스피드경영’ 열풍

[CIOBIZ+] 식음료 업계 ‘스피드경영’ 열풍

IT 접목한 프로세스 혁신으로 의사결정 속도 높여

식음료 업계에 스피드경영 열풍이 불고 있다. 국내 주요 식음료 업체들을 중심으로 수요예측을 강화하고 빠른 의사결정을 통해 재고감축을 실현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전사 혁신 활동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기업들마다 약간의 편차는 있지만 이같은 혁신활동의 공통된 핵심목표는 수요예측 기반의 생산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생산 계획을 생성하는 APS(Advanced Planning & Scheduling) 시스템을 비롯해 전사적자원관리(ERP) 구축을 통해 영업과 생산 정보를 실시간으로 연계하는 것은 기본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팔고, 얼마나 만들지를 민첩하게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수요예측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 선결과제다. 약 70% 이상의 정확도만 확보해도 선두급으로 꼽힌다.

특히 생산과 영업으로 나눠져 있던 조직문화를 혁신해 시장의 요구가 생산 현장에 곧장 반영되도록 프로세스 개선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미 생산된 제품으로 판매계획을 짜는 것이 아니라 수요 예측에 맞춰 생산계획을 짜는 방식으로 의사결정 체계를 전향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주요 식음료 업체들은 최근 2년간 추진해온 다양한 혁신 활동에 힘입어 올해를 기점으로 수요예측 기반의 생산 체제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급망의 가시성을 확보함으로써 재고 감축이 수월해지고, 이를 통해 원가 절감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급망 프로세스 혁신으로 재고감축=식음료 업체들은 ERP 등의 IT시스템 도입뿐 아니라 공급망 프로세스 혁신을 통해 빠른 의사결정 체계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춰 혁신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IT시스템으로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이를 기반으로 의사결정 체계를 고도화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이는 재고 감축이나 비효율 제거 등으로 이어져 원가 절감에 기여하게 된다.

CJ제일제당은 올 1월부터 SCM전략팀을 신설하고 SCM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ERP, APS 구축과 함께 통합생산관리시스템(MES), 공급관계관리(SRM)도 도입해 판매부터 생산, 구매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IT 기반 가시성을 확보했다. 이상몽 CJ제일제당 상무는 “수요예측 능력을 높이고 가시성을 확보해 재고를 감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이같은 활동으로 올 상반기 1913억원어치의 재고를 감축했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은 이같은 성과에 힘입어 올해 총 2500억원 가량의 재고를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거에는 생산된 물량을 기준으로 판매 계획을 수립했지만 지난해 주 단위 수요예측에 맞춰 18개 물류센터의 재고보충 계획과 생산 계획을 수립하는 체계를 갖췄다.

대상주식회사는 공급망 최적화에 중점을 둔 프로세스 혁신을 강도높게 추진해왔다. 2006년부터 6월 1일부터 시작된 PI 활동 초기부터 주 단위 판매생산계획(S&OP) 회의 정착과 빠른 의사결정체계 확립에 주력해왔다. 주 단위 생산계획을 수립할 때 약속 이행을 의무화하는 차원에서 차주 3일간 계획된 생산 물량은 절대 변경할 수 없도록 했다. 2007년에 ERP와 APS를 구축하는 등 IT 기반 마련과 함께 전사 SCM 혁신을 추진했다. 주 단위 S&OP가 안정화에 접어들었다고 판단, 현재 일주일마다 수립하는 생산계획 수립 작업을 내년 이후에는 3일 단위로 단축해 의사결정 속도를 더욱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렇게 될 경우 재고감축 효과도 더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장섭 대상 혁신추진팀 차장은 “수요를 정확히 파악하되 변화에 즉시 대응하는 체제를 확립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하반기 중에 주 2회 계획 체제로 전환하기 시작해 내년에는 3일 단위 생산계획 수립체계를 확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농심은 지난해 2월부터 10월까지 8개월간에 걸쳐 ERP, APS, PLM 등 대단위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다. 주 단위 S&OP 확립에 힘쓰는 한편 3일간의 생산 계획 물량은 변동할 수 없도록 했다. 적극적 프로세스 개선 활동과 함께 ERP, MES, 제품수명주기관리(PLM) 등을 동시에 구축하고 시스템들을 상호 연동함으로써 단기간에 빅뱅방식의 IT혁신을 실현했다. 농심은 시스템 구축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ERP 구축 훨씬 이전인 2007년 여름부터 적극적인 프로세스 혁신 활동을 추진해 왔다. 시스템 구축을 완료한 이후에도 전 사원을 대상으로 변화관리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시스템 고도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정환옥 농심 경영혁신팀 차장은 “ERP 시스템 구축 자체보다 프로세스 혁신을 통해 구축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남아 있는 오류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빠른 안정화를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우유는 지난해 비즈니스프로세스관리(BPM) 프로젝트를 통해 458개 프로세스를 자산화했다. 눈에 보이는 프로세스를 통해 중복업무를 제거하고 빠른 의사결정 경영체계를 확립하겠다는 의지다. 프로세스 자산화와 가시화로 인력, 성과 등 7가지 혁신 과제 영역을 도출하고 올해 4월부터 액션러닝(Action Learning) 기법을 활용해 본격적인 프로세스 혁신 활동에 돌입했다. 영업의 판매계획과 생산계획을 연결해 생산과 영업간 의사 소통 체계를 개선하는 전사 체질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김영문 서울우유 프로세스 혁신팀장은 “BPM을 통해 눈에 보이고 전 직원이 공유하는 업무 체계가 실현됐다”며 “가시화된 프로세스를 바탕으로 스피드 경영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IT인프라 통합 박차=이들 식음료 업체들은 해외 진출이 늘어나면서 글로벌 IT인프라를 통합하는 노력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농심은 올초부터 진행해온 해외 법인의 ERP 재구축과 데이터 표준화 작업을 연내 완료할 계획이다. 지난해 본사에 구축한 ERP를 해외 법인에도 확대 적용해 하반기에 미국 법인 등의 IT통합을 순차적으로 완수할 계획이다.

CJ제일제당도 기존 조미료 공장이 해외로 이전함에 따라 지난해부터 해외 공장의 IT 인프라 고도화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해 모든 해외 생산 및 판매 공장에 ERP 구축을 완료하고 올해말까지 생산법인과 판매법인간 ERP 통합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대상주식회사는 내년도에 해외 지사 ERP 통합 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노장섭 대상 혁신추진팀 차장은 “글로벌 진출이 확대되면서 단일화된 표준 마련과 해외 시스템 통합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글로벌 ERP 통합을 위한 다양한 인스턴스 구성 방식을 놓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신제품 연구개발도 IT로 속도 높여=정보시스템 구축을 통해 신제품 개발업무의 효율을 높이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제품 기획, 연구개발, 마케팅, 제품 서비스 부문 등 신제품 개발과 관련된 모든 임직원의 개발 과정 공유가 가장 큰 목표다. 프로세스 가시화를 통해 낭비되는 원료도 줄이고 개발 일정을 표준화해 제품 출시 기간을 앞당기는 것이다.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대대적인 신제품 연구개발 프로세스 개선에 돌입한 기업들로 농심, CJ제일제당, 풀무원, 대상주식회사, 서울우유 등이 있으며, 관련 정보시스템으로는 주로 PLM과 BPM이 도입됐다.

농심은 지난해 2월 ERP 구축과 함께 PLM 구축에 돌입해 하반기에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다. 풀무원은 올 4월부터 신제품개발 부문에 BPM을 구축해 8월부터 가동에 돌입했다. 건설 등 분야에서 주로 적용되는 비상경로관리(Critical Path Management) 개념도 접목해 계획보다 일정이 늦어지는 ‘비상’ 프로젝트를 집중 관리하고 신제품 출시 기간을 대폭 줄인다는 목표다.

CJ제일제당과 대상주식회사는 연내 PLM 구축에 착수해 내년 이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노장섭 대상주식회사 혁신추진팀 차장은 “신제품개발위원회와 같은 정례 모임으로 진행되던 신제품 개발 업무 공유 방식을 개선해 PLM을 통해 관련 부문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우유는 신제품 연구개발을 위한 프로젝트관리시스템(PMS)을 오는 하반기에 도입할 계획이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