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다. 이번 전국경제인연합회 제주 서머포럼에서는 ‘희망’과 ‘도약’ ‘발전’을 논하는 장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소비심리나 기업 경기전망 지표도 좋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상반기 사상 최대 경상수지 흑자’란 뉴스도 들려왔으며, 최근 외국 경제예측기관들은 잇따라 우리 경제에 긍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서머포럼 내용은 이 같은 예측에서 벗어났다. 위기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 오히려 더 심화될 것이라는 걱정도 많다.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은 30일 “삼성·LG 등이 어닝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했지만 여전히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들은 겨울”이라며 “일부 대기업만을 갖고 해석(경기평가)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구현 삼성경제연구소 고문도 “이번 위기의 본질은 과소비”라며 “미국은 GDP 중 소비가 76%까지 올라갔었는데 평균 65% 수준으로 자리 잡으려면 앞으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고 불황 장기화를 내다봤다. 심지어 일부 대기업의 실적 개선은 기대치 않던 환율 효과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최근의 호실적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쏟아졌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행사 첫날인 29일 경제학자는 기상예보관과 달리 미래뿐만 아니라 현재상황도 ‘정확히 모른다’는 우스갯소리로 경기예측이 힘들다고 설명했다.
기업인들로서는 답답할 노릇이다. 경기상황을 정확히 모르니 앞으로의 경영전략 수립이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의미 있는 발언이 나왔다.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은 ‘잠을 잘 때는 집에 불이 났다고 생각하고 배에 탔을 때는 배에 구멍이 났다고 생각하라’라는 도쿠가와 이에야스 말을 인용하며 “기업 생활을 하면서 밤마다 발을 뻗고 잔 적이 없다”고 말했다. 지금 처한 경제상황이 어떻든 언제나 최선의 노력과 혁신을 취하라는 주문이다. 과거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울 기업 CEO들에게 분명 새로운 메시지가 되기에 충분하다.
서귀포=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