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는 여행 수요에도 일격을 가했다.
한국관광공사가 최근 발표한 국민해외여행실태조사에 따르면 내국인 출국이 지난해 3분기부터 급속도로 줄어들었으며 2009년 국민 총 해외여행객은 전년 대비 21.8% 감소한 936만명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하나투어·모두투어·롯데관광 등 국내 대형 여행 서비스 업체 빅3는 여행 수요 급감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면서도 IT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들은 불황기에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며 공격적인 성장 목표를 수립하고 IT를 활용한 여행 서비스 차별화로 목표를 향해 매진하고 있다.
국내 여행업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고환율, 유가상승 등의 악재에 이어 신종 플루까지 가세하면서 직격탄을 맞고 있다. 매출도 두 자릿수 하락세를 보이고 있을 정도로 업계 분위기가 좋지 않다. 그마나 안정된 수익 구조를 갖고 있다는 대형 여행사들도 때 아닌 한파에 힘겨운 모습이다. 하지만 IT 투자만큼은 손 놓지 않고 있다. 글로벌 여행사로 도약하기 위해선 불황기에 미래를 위해 미리 투자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무엇보다 빅3 여행사는 지난 10여 년간 IT 시스템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경험했다.
여행사 관계자는 “그동안 IT를 제대로 활용해 왔던 대형 여행 서비스 업체들의 경우 경기 침체에도 안정된 성장세를 보여왔다”며 “여행업에서도 IT가 서비스 차별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에 핵심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투어·모두투어·롯데관광은 최근 온라인 비즈니스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내부통합시스템을 개편하거나 온라인 마케팅 시스템 재구축에 나서고 있다. 또 해외 사업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글로벌 통합 시스템 등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국제 표준화된 업무 관리 시스템 구축에도 적극 나서고 있어 여행 산업의 정보화 수준을 한층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여행 서비스에 IT를 입힌다=여행사의 온라인 사이트는 IT 기술의 총집합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기술들이 녹아 있다. 빅3 여행사의 1순위 투자도 온라인 비즈니스다. 이들 사이트를 둘러보면 전세계 항공권과 호텔 등의 실시간 예약시스템을 비롯해 구글 맵이나 야후 맵 등을 통해 여행지의 관광지 위치까지 미리 확인하고 떠날 수 있도록 지도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또 고객들 간의 커뮤니티 기능이 활성화돼 있고, 개별 고객들이 자신만의 특화된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맞춤 여행 컨설팅’ 서비스를 온라인에서 제공하고 있다.
지난 7월 23일 온라인 사이트를 전면 개편한 롯데관광은 구글맵, 야후맵, MS맵 등을 활용해 고객이 직접 여행 지도를 제작할 수 있도록 했다. 이 회사는 현재 GPS 기반 글로벌안내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가운데, 관련 여행 정보 콘텐츠를 새로 개편한 사이트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고객은 여행하고자 하는 곳의 여행 정보 콘텐츠를 다운받아 단말기에 저장해 가면 여행지에서 쉽고 편하게 안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빅3 여행사의 경우 대부분 분기별로 대대적인 온라인 사이트 리뉴얼 작업을 하고 있다. 이들은 향후 각종 FTA(자유무역협정) 체결이 진행됐을 때 발 빠르게 해외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로 온라인 비즈니스를 바라보고 있다. 이에 온라인 사이트의 다국어 지원은 물론 다양한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한 온라인 마케팅 시스템을 준비 중이다.
◇해외 사업 지원 시스템 강화=여행사의 수익구조는 일반적으로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 △인트라바운드(내국인의 국내여행)로 나뉜다. 현재 빅3 여행사의 수익은 아웃바운드 사업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빅3 여행사는 아웃바운드 사업의 안정된 매출 확보를 위해 글로벌 통합시스템 구축에 적극 나서는 한편 인바운드 사업 비중도 늘려나가고 있다.
인바운드 여행 사업은 빅 3 업체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사업 중 하나다. 해외 고객을 직접 유치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며 외국인을 포함해 고객 커버리지를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예를 들면 일본 관광객들의 한국 여행은 그동안 일본 여행사에서 관광객을 모집해 이를 한국 제휴 여행사에 넘겨주는 방식이었지만, 이제는 국내 여행사가 직접 일본 고객들을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각 여행사들은 국내에서 사용하는 시스템을 해외 지사에서도 동일하게 원격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사업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하나투어는 해외 지사도 20여개로 늘었다. 20여개 해외 지사에서 본사와 동일한 환경의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하나투어는 오는 10월까지 이 작업을 모두 마칠 계획이다. 하지만 네트워크 인프라 환경이 좋지 않은 나라들이 많아 방법을 찾고 있다.
하나투어 김병광 IT사업총괄팀장은 “말레이시아의 경우 네트워크 환경에 제약이 많아 현재 한국IBM과 함께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올해 안으로 각 지사 환경에 맞게 최적의 시스템을 구축해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글로벌 항공통합시스템 구축도 계획하고 있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항공예약시스템을 보완해서 하나투어 본사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전 지사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향후에는 다른 여행사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롯데관광은 자유 여행객(FIT)을 타깃으로 글로벌 안내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8월초에 단말기를 선보일 예정이며 내년 초 본격적인 서비스에 나선다. 이 글로벌 안내시스템은 GPS 기반으로 RFID 기술을 적용한 여타 안내시스템과는 차별화된다.
롯데관광 IT기획팀 고길준 팀장은 “RFID 기술을 적용하면 여행자가 태그가 있는 곳을 직접 찾아가야만 안내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며 “GPS 기반 안내 시스템은 관광지가 바뀔 때마다 위성으로 고객 위치를 추적해 여행정보 서비스를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제공하며 내비게이션 역할도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롯데관광은 홍콩, 로마 등을 비롯한 해외 여행정보 콘텐츠뿐 아니라 경복궁 등 국내 관련 여행지의 정보도 웹사이트에서 제공한다. 고객들은 자신이 가고자 하는 여행지의 콘텐츠를 다운로드해서 여행을 떠나면 현지에서 여행안내원 없이도 풍부한 여행 정보를 활용하면서 독자적으로 여행할 수 있다.
모두투어 역시 더 많은 해외지사 진출을 통한 사업다각화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시스템 통합과 서비스기반 아키텍처(SOA) 프레임워크 구축을 진행할 계획이다.
◇CRM 고도화=빅 3 여행업체가 최근 1∼2년 사이 가장 많이 신경을 쓴 부분이 바로 고객관계관리(CRM)다. 물론 여행 상품을 중소 파트너 여행사도 판매하고 있어 모든 고객을 다 직접 관리할 수는 없지만 CRM은 새로운 여행 상품을 개발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직접 판매 비중이 높은 롯데관광의 경우 업계 대표 CRM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롯데관광은 CRM을 도입한 지 2년째에 접어드는데 CRM을 통해 국내 최초로 여행자 패턴 분석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국내 여행자들은 한 달 전 온라인 사이트를 방문해 상품을 검색해 보고, 출발 2주 전 여행사에 전화해서 예약을 하고, 떠나기 일주일 전에 여행경비를 지불한다’는 고객 패턴이 CRM을 통해 나온 정보다. 이런 정보를 통해 여행 약관을 수정하기도 했다.
고길준 롯데관광 IT기획팀장은 “크루즈와 같은 고가 여행 상품 서비스를 처음 시작할 때 CRM이 톡톡히 한 몫했다”며 “크루즈 사업을 시작하자마자 바로 판매할 수 있었던 것이 CRM을 통해 다양한 고객 정보 풀을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현재 수요예측 기반 CRM으로 고도화할 계획이다. 내년 초 글로벌 안내시스템 사업을 마무리 짓고 난 뒤 고객 행동 분석 등 CRM 시스템 기능을 보다 강화할 예정이다.
하나투어는 올해 기존 CRM에 멀티미디어메시지서비스(MMS)를 추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비즈니스인텔리전스(BI)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빅3 여행사들은 이외 다양한 IT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모두투어는 지난 3월부터 관리회계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관리회계 도입을 통해 개인 성과지표(KPI)를 비롯해 부서의 목표와 달성치를 세밀히 책정해 추진해 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모객 트렌드와 예약기간 분석, 주요 손익정보 등 마케팅과 전략 수립에 필요한 자료도 도출할 계획이다.
이 외 빅3 여행사들은 내부정보보안 체계를 강화하는 사업에도 지속적으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으며, IP컨택센터(IPCC) 도입은 물론 IP폰을 전사 적용해 사내 메신저, 그룹웨어와 통합하는 등 통합 커뮤니케이션(UC) 환경 구축에도 앞장서고 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